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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국 농산물 수입문제로 브라질 헤알화까지 간섭한 트럼프

장태민 기자

chang@

기사입력 : 2019-12-04 10:47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중국과 무역 합의를 맺는 데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면서 글로벌 경기 우려가 재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합의를 맺는 데 정해진 시한은 없다"면서 "내년 대선 이후까지 1년 더 기다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합의가 아니라면 서명하지 않겠다. 딜을 맺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렇더라도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 손해 보지 않는 딜 표방했던 트럼프..중국에 다시 강경

트럼프가 다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미국 상무 장관도 이에 보조를 맞추면서 금융시장의 경계감도 커졌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2주간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오는 15일로 예정된 대중 관세를 발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미중 실무자 회의는 계속되겠지만 고위급 회담은 일정 잡힌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언제 맺을지가 아니라 올바른 합의를 체결하는 것"이라며 "딜을 맺지 못하더라도 관세 수입을 계속 얻을 수 있으니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1차 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도 많이 보내면서도 손해보는 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판단하면서 다시금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트럼프가 언제든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인물, 혹은 '전략적 변덕'을 활용하는 노회한 캐릭터인 만큼 상황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

■ 美 농업 위해 브라질 철광 관세 부과로 나온 트럼프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광과 알루미늄에 즉각적으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환율 문제를 언급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모두 상당한 통화 평가절하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농부들에 좋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광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및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8월 30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에 대해 선별적으로 면제를 허용했는지만, 이를 취소해버린 것이다.

트럼프의 이같은 행위는 철강이나 알루미늄 산업 보호보다는 중국 때문이다. 미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대해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 중국이 남미에서 싸게 농산물을 수입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또 브라질, 아르헨티나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수입의존도 또한 높지 않고 철강은 캐나다에서, 알루미늄은 캐나다와 중국, 아랍에미리트에서 더 수입하고 있다.

■ 美 뜻대로 안되는 中..결국 브라질 통화까지 문제삼은 트럼프

자료=KB증권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시킨 점을 관세 부활의 근거로 내세운다"면서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각각 8.9%, 59.1% 절하됐다"고 지적했다.

환율 절하로 미국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아닌 미국 농업의 피해가 심화됐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층이 농민들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미국산 농산물에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은 남미산 농산물을 대신 수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올해 9월까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42.1% 감소한 반면 아르헨티나 수입은 동기간 315.7% 급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팜 벨트(Farm-belt)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중국이 자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오히려 값이 싸진 남미산 농산물을 대거수입하자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환율을 거론한 것이다.

결국 중국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G2 협상이 지연되자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로서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남미 쪽까지 손을 보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돼지가격이 급등한 이후에는 미국산 돈육을 수입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났지만, 이 기대도 실현되지 못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농산물과 육류를 브라질에서 수입하면서 미국산 농산물과 육류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졌다"면서 "이는 미국의 농산물 가격 하락과 협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합의가 지연된다면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브라질을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싸움도, 협상도 계속 진행 중

미국과 중국의 다툼은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미중 협상을 쉽게 걷어찰 수도 없지만, 손쉬운 내용으로 형식적 합의만 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은 중국의 신장자치구 인권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료들을 제재하는 부과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홍콩법에 이어 다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법안 추진을 멈추길 바란다. 전개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협상 관련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발언으로 비관론이 부각되긴 했지만, 어쨌든 1차 합의는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사위 쿠슈너가 미중 협상이 참여 중이며 협상 완료가 임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합의 체결을 대선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했지만, 협상력 강화용 카드일뿐 협상결렬 신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트럼프가 전세계를 피곤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고, 신흥 패권국가 중국이 아시아 전체를 위협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이 빠른 시간에 이 영향권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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