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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정부는 왜?] 누가 주도하는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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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09 17:28 최종수정 : 2019-08-09 17:42

연일 일본에 대한 규탄의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당에서는 물론이고 특히 청와대쪽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처음부터 청와대가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번 사태초반 청와대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보도가 나온 당일인 6월 30일 긴급 민관회의가 소집됐고, 이튿날에도 경제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회의가 연이어 열렸다. 하지만 청와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7월 1일 일본의 조치가 발표된 후에도 청와대는 한동안 직접 대응을 하지 않았다.

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가 없었다. 당시 가장 중요한 국정현안이 되어야 하는데도 국무회의에서 아무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청와대가 대응하기 시작하면 일이 더 커지고 돌이키기 어려워진다는 게 사태 발생 초기 청와대 참모진들의 생각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아예 일본의 조치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걸로만 전해졌다. 이때까지는 사태가 악화될 경우 대통령 입장 표명 계획이 있는지를 두고도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답변만 나왔다. 입장을 밝힐지 여부조차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당시 청와대였다.

사태 초반, 청와대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건 사실 대통령의 뜻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지 않은 건 참모진의 만류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법률가로서 처음부터 분명하고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참모진들의 만류로 밝히지 못했던 것뿐이다.

이때까지 청와대가 생각한 1차적인 해법은 우선 미국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가안보실 차장이 우선 워싱턴으로 달려갔던 것이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성과는 없었다.

청와대가 NSC라도 열어서 일본의 조치가 보복적 성격이라고 규정한 것은 그나마 발표가 나오고 4일이 지나서였다. 하지만 이때에도 미지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 정부가 취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는 WTO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했으므로 일본이 조치를 철회하도록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는 게 발표 내용의 전부였다. 지금 와서 보면 밋밋하기 짝이 없는 발표내용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7월 8일에야 나왔다. 문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첫 발언이 나온 후 시간이 가면서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빠르게 높아졌다. 1주일 뒤에는 같은 자리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하더니 그 후로는 우리가 모두 아는 얘기다.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 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라는 알아듣기 어려운 비판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감정적인 비난으로 바뀐다. 이기적인 민폐행위라는 비난에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위협적인 발언에 이어서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연한 다짐에 적반하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급기야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까지 거론됐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이지도 않고 외교적이지도 않은 표현들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아무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사실 대통령은 이번 사태 초반 참모들의 얘기를 받아들여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이었고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발표한 이후에는 더 확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하는 말들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준비한 표현의 말들이다. 참모들의 얘기를 듣고 정리한 표현들이 아니다. 일본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을 내놓고 있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나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강경한 표현에서 드러난 생각을 보고 따르는 것뿐이다.

사실 문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원래부터 개인적으로도 그다지 좋지 않은 관계였다고 한다.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애기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토로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앉은 자리에서 얼굴을 붉힌 적도 꽤 있었다고 하는데 특히 위안부 합의 이행을 놓고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말 말 그대로 정면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베 총리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인 만큼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져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합의 이행을 촉구했고, 문 대통령 역시 "위안부 문제는 정부 간 주고받기 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맞받았다는 것이다. 화해재단 해체 후 한일 정상이 만나는 일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제대로 듣지 않는 태도라든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아마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가장 불쾌한 것은 북한에 대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시종일관 북미 간 화해에 불만이 많았고 제재완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제공조에 소극적이라며 이를테면 고자질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문제는 일본과 아베 총리에 대해 현재 정부가 강한 입장을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실 지금 러시아가 영공을 침범하고, 중국이 사드보복을 중단하지 않는 데 대해 정부가 확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을 상대로 확실하게 비판하며 대응하는 자세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얼핏 보면 세 나라를 차별적으로 상대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각각 다른 태도는 국력의 차이보다는 북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도, 번영도 모두 북한문제 해결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발언도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중국의 역할은 당연히 소중하고 러시아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일본은 도움이 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에도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반대했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제재·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고,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전시대피 연습을 거론하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 일본이 우리 민족에 저지른 역사적 범죄에 대한 인식과 민족감정이 없다고 해도 일본의 도발에 대해서는 정부가 확실하게 대응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前 인하대 겸임교수/前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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