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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정부는 왜?] 소주성을 포기 못하는 이유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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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13 16:07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이던 시절, 지금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흔히 말하는 참모중의 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첫 조각에서부터 김상조 상지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 김상조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처음 만난 건 후보 시절이었다고 한다. 바로 그 첫 만남에서부터 뜻이 맞았다고 한다. 뜻이 맞은 건 의견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김상조 상지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답은 정권 후반에 들어가면서 포위된 관료집단에 의해 결국 개혁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했던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간에 오간 대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관료들의 복지부동에 대한 여당과 청와대의 속마음이 드러났다는 건데, 사실 이건 놀랄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는 재벌과 언론, 관료들에 포위돼 이른바 위기론에 속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는 노무현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이 것은 출범 때부터 현 정권의 인식이고 굳은 결의였다.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의 정책기조 변경은 결국 지지기반을 잃어버리게 만들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게 된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과 언론, 관료들의 위기론에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사실 대통령은 이미 여러 번 같은 말을 했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의식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하면서도, 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수없이 강조하면서 정책 기조를 바꿀 뜻이 없다고 밝혀왔다. 취임 2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끝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반해 따지고 보면 실제로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내용이 별로 없다. 돌아보면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말고는 별도로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게 없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별도의 구조조정 대책이나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장기 전략,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총수요확대를 목표로 하는 재정확대와 그 기반구축을 위한 조세정책을 꼼꼼하게 마련하고 함께 추진했어야 하는데도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치밀한 준비작업이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사실은 최저임금 인상, 역시 소득주도성장 추진 전략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여러 방안가운데 먼저 시행된 것은 그냥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든 개혁을 하려면 여당이 야당과 연합의 정치를 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중요한 정책은 입법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야당과도 진지한 자세로 협상을 해야 어떤 방안이든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야당과의 협치를 생각하지 않고 국회 입법 절차가 필요한 개혁은 사실상 포기해버렸다. 그러니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도 했다.

내용이 부실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제 당초의 의미와는 좀 다른 뜻을 가진 말이 돼버렸다.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포기해야한다고 야당이 주장할 때,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경제정책들을 의미한다.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만이 아니라 친노동 중심의 경제정책,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서민을 우선순위로 놓고 경제적 불평등해소를 위해 시장개입과 가격통제, 재정확대를 기조로 하는 정책의 방향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결국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보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단순히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이자 정권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런 의미를 갖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면 정부는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前 인하대 겸임교수/前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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