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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KDB생명 ‘빚내서 자본 확충’ 진퇴양난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6-11 00:00

KDB, 7.5%대 고금리 채권발행에 업계 우려
동양, 안방보험 도움 잃고 체질개선 전전긍긍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오는 2021년 도입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는 탄탄한 대주주의 지원 아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에 나선 회사들도 있지만,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일종의 ‘빚내기’ 식으로 자본을 확충한 보험사들도 많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올해 상반기에만 4조 원 육박…고금리 증권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 지적까지

후순위채란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가령 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은 5000만원까지 돌려주지만 후순위채에 투자한 돈은 다른 빚을 모두 갚은 뒤에야 받을 수 있는 식으로,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후순위채권 중에서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채권은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므로, 금융사들이 자기자본 비중을 늘리기 위해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 안정성 요건을 충족해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사의 기본 자본으로 인정하는 증권으로 하이브리드채권으로도 불린다.

확정금리가 보장 되는 대신 만기가 없어 상환부담이 없으며,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기본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역시 금융사들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수단들이 어디까지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오는 '빚'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들은 7%대의 높은 금리를 자랑하는 증권을 발행하는 등, 자산운용 수익률을 웃도는 증권 발행에 나서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총 3조51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이는 2016년 6650억 원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체 자본확충 금액이 5조 원 가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비중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IFRS17 도입이 확정된 이후 보험사들이 당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자본확충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한화생명은 5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선제적으로 나서 주목의 대상이 됐다. 곧이어 교보생명이 55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이를 뒤따랐으며, 중소형사 가운데서도 흥국생명이 5850억 원 발행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NH농협생명은 후순위채로 5000억 원을 조달했다. 손보업계 또한 현대해상이 5000억 원, DB손해보험이 4990억 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러한 ‘빚내기’ 열풍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중에만 벌써 8개 생·손보사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쳤거나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이 발행했거나 발행을 예고한 계획만 합쳐도 최대 4조원대로 작년의 수치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메리츠화재가 1000억 원대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신한생명도 2000억 원대의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도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지난해 이미 5000억 원을 발행했던 한화생명이 추가적으로 약 1조8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알리며 시선을 끌고 있다.

한화생명은 경쟁 대형사들에 비해 과거에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한 전적이 있어 IFRS17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대규모 자본확충에 발빠르게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소형사들과는 달리 모 그룹의 후광도 건재한 상태인데다가, 대기업인 만큼 기초체력부터 다른 회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므로 한화생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적은 상황이다.

이 밖에도 대주주이자 ‘빅 브라더’였던 안방보험을 잃은 동양생명 역시 하반기 중 5350억 원대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기에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역시 빠르면 3분기 내를 목표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는 등,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보험사들의 행보가 연일 이슈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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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생명·KDB생명, 유상증자 막히자 새 활로…건물매각 등 고육지책

보험사들이 이처럼 대주주로부터의 유상증자를 통한 수혈이 아닌 제2의 수단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게 된 것은 마땅한 대주주가 없거나, 증자에 참여했던 대주주들이 자체적인 리스크로 더 이상 증자에 참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대표적인 동양생명은 지난해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528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바 있다.

그러나 안방보험이 최근 현지 보험업법 위반으로 정부의 위탁경영에 넘어가면서 지원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동양생명도 매각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중국 보험감독위원회는 최근 한국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안방보험은 당분간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매각할 의향이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동양생명은 여전히 안방보험을 등에 업고 팔아왔던 저축성보험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체질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역시 이러한 자구안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KDB생명은 대주주로부터 지난해 말 3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받아 숨통을 트였다.

그러나 당시 KDB생명은 증자 조건으로 점포수 축소, 대대적인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 등의 고육지책 자구안을 마련하는 등 내외적인 잡음을 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측이 KDB생명을 매각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이 KDB생명의 매각이 당분간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KDB생명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들은 최근 서울역 인근에 보유하고 있던 사옥을 KB자산운용에 팔고 건물 임차인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해당 건물 소유주는 칸서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지만, KDB생명이 출자자로 참여한데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해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지난 2013년 본사를 서소문 올리브타워에서 한강대로에 위치한 KDB생명타워로 이전하면서 1000여 명이 입주했었다.

KDB타워는 매입 당시 3800억 원이었으나, 4200억 원에 매각되며 KDB생명에 400억 원의 차익을 안겼다.

KDB생명은 건물 매각 등을 통해 3월 말 현재 154.55%인 RBC 비율이 하반기에는 20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DB생명 측은 1분기 3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을 시현하는 것은 물론, 계획했던 추가자본 조달을 두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KDB생명이 내년까지 1393억9600만 원에 달하는 후순위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으며, 남은 후순위채 잔액 956억8400만 원도 5년 안에 상환일이 다가옴에 따라 이를 상환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KDB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연 7.5%로 높은 편이라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추후에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기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한국GM 정상화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어 당분간 KDB생명에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므로, KDB생명의 자본확충 고민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 금융당국 “내부 유보·유상증자 등으로 현금 확보해야.. 노력 부족시 면담까지”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에서 발행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채무 방식의 자본 확충에 앞서 '현금 투입'을 대주주와 경영진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7%대였던 보험사들의 현금성 자산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대까지 하락했다. 채권이나 주식 등의 유동적인 자산으로 보험사의 재무구조가 치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금리의 추가적 상승으로 국내 금리도 상승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해지율 상승으로 현금 유동성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보험사의 경우 보유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장 바람직한 게 이익 잉여금을 배당으로 돌리지 않고 쌓는 내부유보, 그다음이 대주주 등의 유상증자라는 점을 최고경영자와 재무책임자들에게 여러 경로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만으로 IFRS17과 K-ICS 도입에 대비하는 것은 역부족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내부유보와 유상증자의 노력이 부족할 경우 대주주 면담 등의 강도 높은 압박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보험사들에게 조심스러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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