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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5만건 유병자실손, 정책보험 수난사 끝낼까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5-14 00:00

높은 가격, 손해율에도 불구 판매건수 대박
녹색성장·4대악…보여주기식 논란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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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문재인 정부가 ‘포용적 금융’의 일환으로 선보인 정책보험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 출시 한 달 만에 5만 건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의외의 선전을 보이고 있다.

당초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가격과 매년 갱신되는 보험료를 이유로 소비자들이 유병자실손보험을 외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뒤따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병자실손보험은 영업일 기준 하루에만 2000여 건이 넘는 판매고로 ‘깜짝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책성 보험은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빠짐없이 출시되어 온 상품군이다. 각 정부마다 다른 정책 슬로건을 내세웠던 만큼, 정책보험의 종류 또한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보험은 공통적으로 ‘정책 홍보에만 치중한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가 보험업권 및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실적 부풀리기용 ‘보여주기식 상품’을 우후죽순으로 찍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매번 제기됐다. 정부가 보험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 이명박 정부, ‘친환경 보험’ 출시…이율배반적 비판 직면에 시장 축소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강조했던 부분은 ‘저탄소 녹색 성장’이었다. 녹색성장이란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기후변화와 환경훼손을 줄이고, 이를 통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 기조였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9월 ‘녹색자동차보험’을 통해 시민들의 불필요한 차량운행을 줄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효과를 누리고자 했다.

이 상품은 보험에 가입한 개인용 차량에 탄소배출권을 부여해 연간 단축된 주행거리만큼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을 환급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단축주행거리가 △3000km이상일 때 7만원 △2000km이상 3000km미만일 때 5만원 △1000km이상 2000km미만일 때 3만원 △50km이상 1000km미만일 때 1만원을 지급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계획에 발맞춰 한화손해보험은 연평균 주행거리 500km 이상 감축시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50대50의 비율로 환경보호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가입차량들이 주행거리 4923km의 감축 효과를 거두는 등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기조에 맞지 않는 원자력 발전 및 4대강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로 인해 녹색자동차보험 역시 4대강사업 등을 가리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쇠퇴 일로를 걷게 됐다.

‘녹색자전거보험’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보험 실패 사례 중 하나다. 이 상품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연간 5만 원의 보험료로 본인 상해사고와 타인 배상책임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역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환경과 자원을 보호한다는 의도로 설계됐다.

2013년까지만 해도 3만8799건의 판매고를 올렸던 자전거보험은 2014년 2만156건, 2015년 9450건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자전거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등 사실상 상품의 수명이 다해버린 모양새다.

회사나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자전거보험은 자동차보험에 비해 보장 수준이 낮은 반면, 손해율은 자동차보험의 2배가량 높아 소비자와 보험사 양 측에서 꺼릴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박근혜 정부, ‘4대악보험’부터 ‘메르스안심보험’까지…끔찍한 실패 반복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후보시절 공약에서부터 ‘4대악 뿌리 뽑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정한 4대악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의 4가지로, 정부는 보험업계에 ‘4대악 보험’ 출시를 권유했다.

현대해상은 ‘행복을 지키는 상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4대악 보험 개발 및 판매에 나섰다.

4대악에 따른 피해를 입은 경우 사망 시 최대 8000만 원, 4주 이상 상해·정신치료 진단 시 최대 100만원, 입·통원은 하루 최대 3만원씩을 보장했으며, 보험료는 1~2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상품은 출시한지 1년이 다 되도록 단 한 건의 판매고도 올리지 못하며 깡통보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입대상을 학교나 지자체 등 단체 가입자에 국한시켰다는 점이었다.

당초 정부는 공동기금을 통해 관할구역 내 무료가입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지자체들이 상품 가입을 극도로 꺼리면서 가입을 기피한 것이 문제였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공약 이행이라는 구색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졸속 상품이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4대악보험 가입 자체가 관할구역 내 4대악이 만연해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인데 어떤 지자체가 그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 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박근혜 정부는 방한 외국인들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메르스 안심보험’을 개발했다.

이 상품은 별도의 절차 없이도 간편하게 가입 가능하다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이 상품 역시 현대해상이 판매를 맡았으며, 메르스 확진시 치료비 500만 원, 20일 이내 사망시 최대 1억 원을 보장해주는 상품이었다.

보험료의 60%는 한국여행협회가, 40%는 정부의 여행업발전자금에서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보험 상품은 개발 과정에서 감염자·사망자 비율 등 위험률 통계가 있어야 설계가 가능하며, 그나마도 수 년 간의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제대로 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메르스는 2015년 처음으로 전국 단위로 퍼지기 시작해 보험사는 물론 금융당국, 보건당국도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메르스안심보험은 ‘메르스 사태 무마용’으로 개발된 졸속 상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여행업계 손실 보전을 보험업계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심지어 관광업계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상품 가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이 상품 역시 판매고를 거의 올리지 못한 채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보험 실패사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 보여주기식 정책보험, 계속해서 개발되는 이유는

이처럼 정책보험은 정부를 막론하고 꾸준히 개발되었다가 사라지는 실패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이처럼 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 보험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는 이유에 대해 ‘정부의 압박’도 있지만, ‘보험사 이미지 제고’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정책성 보험은 어쨌거나 정부의 지원 아래 이뤄지는 사업이라 공익에 힘쓴다는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대부분의 비난은 정부에 돌아가 보험사 입장에서 입는 금전적인 피해나 이미지 타격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규제는 규제대로 하면서 보험사만 쥐어짜면 상품이 나오는 줄 아는 관행은 여전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대체부품특약도 국산차 적용이 안돼 실효성이 적다”며,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은채 무작정 개발하라고 압박만 하는데 좋은 상품이 나올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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