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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칼럼] 베어링스 은행의 몰락사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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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7-26 17:51

이지혜 F1컨설팅 컨설턴트

리스크관리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리스크 인식부족과 조직의 무너진 견제와 균형이 문제

1989년, 고졸출신의 청년 닉 리슨은 영국 최대 민간은행인 베어링스에 입사한다. 그는 당시 사람들이 잘 모르던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하면서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고 싱가폴에 파견된다.

처음에는 결재업무만 담당하였으나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선물거래에도 관여하게 되고 그의 의도대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큰 수익을 올리게 되자 은행에서는 그를 깊이 신임하였다.

어느 날, 리슨의 부하직원 중 한 명의 실수로 2만 파운드의 손실을 내게 되고 리슨은 손실을 숨기기 위하여 “88888 에러계좌”를 만들게 된다. 그 이후 손실이 날 때마다 “88888 에러계좌”에 숨기고 회사에는 이익만을 보고하였다. 이런 식으로 리슨은 베어링스 은행의 전체 이익 중 5분의 1을 만들어 내었고 은행은 리슨을 금융계의 제왕으로 부르며 그의 투자방식에 감탄하였다. 하지만 리슨은 사실은 막대한 손실을 가지고 있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계속적인 손실을 막기 위해 그는 “88888 에러계좌”를 이용하여 은행의 돈을 끌어 오고 단 한번에 이것을 만회할 길을 찾게 된다. 그리하여 리슨은 1994년 12월에 일본 증시가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일본 니케이225 주가지수의 스트래들(straddle)을 대량 매도하였다. 그러나 1995년 1월 진도 7.0의 강진이 일본 고베 지역을 강타하고 주가는 폭락한다. 이에 엄청난 손실을 입은 리슨은 이제까지의 손실을 일시에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큰 모험을 하게 되는데, 일본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니케이255 지수선물을 대량 매입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리슨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230년 전통의 베어링스 은행은 13억 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무너진다.

베어링스 파산 사건을 다룬 영화 갬블(Gamble , 원제 Rogue Trader)의 주요 내용이다.

당시 베어링스 은행의 총 자기자본이 10억 달러였으니 리슨의 손실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베어링스는 네덜란드 ING에 1파운드에 매각되었고 리슨은 문서위조 등으로 6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이 영화는 리슨이 수감생활 중 쓴 자서전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영국 왕실과 거래하여 왕실은행이라고 불리던 베어링스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닉 리슨이라는 한 인간의 무모한 욕심 때문이었을까?

베어링스 파산의 주요 원인은 다음 3가지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경영진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인식 부재

경영진은 파생상품에 내재한 리스크가 무엇이며 리슨이 어떻게 해서 수익을 내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무지했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경영진은 단지 수익을 냈다는 결과만으로 만족해하였고 리슨에 대한 맹목적 신뢰로 인하여 파산까지는 면할 수 있었던 내부 감사의 경고까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번째, 역할 분리 부재- 견제와 균형 원리 위배

리슨은 파생상품 담당 트레이더인 동시에 자신의 실적을 조작할 수 있는 계리담당자 역할까지 수행하였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매매실행이 이루어지는 거래부서(Front office)와 결제가 이루어지는 지원부서(Back office)를 분리하여 운영하였다.

그러나 베어링스는 거래부서업무와 지원부서업무를 분리하지 않고 리슨에게 독자적으로 모두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마땅히 분리되어 있어야 할 역할이 한 사람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던 것이다.

세번째, 규제/모니터링의 부재

리슨의 투자행위가 규제되지 않은 이유로 베어링스 은행조직의 매트릭스(Matrix) 구조를 꼽을 수 있다. 당시 리슨은 지역본부장과 담당 금융거래팀장에게 교차 보고하고 있었지만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전문화된 거래에 대하여 리슨의 상사들은 서로 ‘다른 조직에서 관리하고 있겠지’ 하는 안이한 자세를 취하였고 계속된 허술한 보고를 의심하지 않았다. 조직이 분권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감독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 곳곳에서도 이 세가지 원인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보다 더 근본적인, 더 원초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사람에 대한 리스크 관리의 부재이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한 사람을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하더라도, 아니 그런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번 더 의심하고 간섭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조직 내 ‘무조건 잘나가는’ 직원 또한 충분히 위험징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어링스의 경영진과 감독관들은 오히려 리슨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다 주었고 리슨의 투기적 선물거래에 대한 경고나 각종 위험징후를 외면하였다. (실제 리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리슨의 상위감독관이 그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것을 비난하였다고 한다)

아무리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여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자신의 탐욕을 스스로 헤지하지 못한 리슨이나 그런 리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베어링스의 경영진,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람에 대한 리스크관리’가 아니었나 싶다.

“베어링스 안됐지? 그러게 사람을 잘 썼어야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아내와 도망가는 비행기에서의 닉 리슨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깔깔대고 웃으면서 내뱉은 말이지만, 닉 리슨 자신에 대한 마지막 변명이며 동시에 자신의 탐욕스러운 행동을 헤지하지 못한 베어링스에 대한 마지막 충고인 것이다.

“사람을 잘 썼어야지”라는 말이 비단 유능한 사람을 가려 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아마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역시 베어링스 파산의 일차적인 원인을 사람에 대한 리스크 관리의 부재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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