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이 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준을 기존 채무 규모와 연체 기간에서 실제 상환능력과 경제적 재기 가능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빚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채무자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진단이 바뀌면 처방이 바뀌고, 처방이 바뀌면 사람의 회복 경로가 바뀐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기본권 논의 7개월…법제화 위한 세부 설계 단계 진입
이번 토론회는 지난 4월 시작된 금융기본권 논의를 실제 입법으로 연결하기 위한 네 번째 자리다.지난 4월 1차 토론회에서 금융기본권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6월 2차 토론회에서는 금융기본권연구단이 출범하고 권리와 기초금융 지원체계의 개념이 정립됐다. 9월 3차 토론회에서는 정책서민금융의 성과와 해외 사례, 제도 도입의 경제·사회적 효과 등이 논의됐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지원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고, 채무자의 상환 여력을 어떻게 진단하며, 어떤 금융서비스를 누구를 통해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방안이 제시됐다.
채무조정 64%가 외생적 요인형…도덕적해이와 달라

채무조정 확정자의 유형별 구성 / 자료=신용회복위원회
최승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실증분석에서는 채무조정 신청자들의 상당수가 실직과 사업 악화, 지속적인 경제적 취약성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외생적 요인형은 전체의 64.0%를 차지한 반면 투자·도박·과소비 관련 사유나 최근 차입 집중이 두드러진 자발적 행위형은 14.1%로 나타났다. 나머지 21.9%는 고금리 채무와 장기 연체 등이 두드러진 기타 유형이었다.
특히 외생적 요인형의 76.0%는 실직 등 갑작스러운 소득 충격을 경험한 사건형으로, 나머지 24.0%는 지속적인 저소득 등 경제적 취약성이 두드러진 구조형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자발적 행위형을 도덕적 해이가 확인된 집단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는 제도 혜택을 예상해 의도적으로 차입이나 상환 행동을 바꾸는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분석에서도 도덕적 해이의 직접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제도 혜택과 자격 조건의 변화가 채무자의 차입·연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초대출 최대 300만원부터…진단·상담·복지 연계체계 구축
기초금융 지원체계의 구체적인 설계방안도 논의됐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교수는 금융기본권을 단순히 대출을 받을 권리가 아니라 기초금융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했다. 상담과 채무조정, 금융지원, 복지·법률서비스 연계 등을 통해 채무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석희정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은 기초대출의 운영체계와 지방자치단체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설계안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신용 하위 10%이면서 기준중위소득 75%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대 300만원을 연 2% 금리로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후 지원 성과에 따라 대상 범위를 신용 하위 30%,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확대하고 대출 한도를 최대 1000만원까지 늘리는 2단계 방안도 거론됐다.
법적 권리의 범위·재원 조달 숙제…금융권 협의 본격화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실제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금융기본권의 헌법적 가치와 법제화 근거를 검토하고, 국민의 기본적인 금융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금융기본권을 어디까지 법적인 권리로 인정할 것인지, 기존 정책서민금융과 중복되는 부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안정적인 재원 조달과 금융권의 부담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지원의 특성상 부실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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