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현장 칼럼] 폐업 건설사 1200곳…방치되는 위험 시그널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18 00:00

월급도 제때 못주는 업체 속출
희망퇴직 등 대형사 직원 감소

▲ 주현태 건설부동산부 팀장

▲ 주현태 건설부동산부 팀장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올해 들어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가 1200곳을 넘어섰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4월까지 폐업 신고 건설사는 총 1247곳으로 변경·정정·철회 건수를 포함한 수치다.

그 중 종합건설사는 195곳, 전문건설사는 1052곳이다. 전문건설사 비중이 높다는 것은 많은 영세 사업자들이 문을 닫았다는 것을 뜻한다.

전체 폐업의 약 40%가 수요 기반이 약해 미분양 부담이 크고 자금 회전도 더딘 비수도권에 집중됐다. 건설업 특성상 사업 지연이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로, 미분양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은 이미 생존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공사대금은 밀리고, 일감은 끊기고, 직원 월급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소 건설사들의 버티기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단순한 시장 조정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파생된 공사비 급등과 PF 경색, 고금리·지방 미분양 악화가 동시에 겹친 복합 위기다.

특히 중소 전문건설사는 원가 상승분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 대형사처럼 사업 포트폴리오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도 없다. 결국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악순환이 시작됐다. 시행사는 자금 조달이 막혀 공사를 미루고, 원도급사는 공사비 부담을 이유로 발주를 줄인다. 하도급 업체는 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된다. 한 업체의 자금난은 연쇄적으로 다른 업체의 위기로 번진다. 건설업 특유의 산업구조가 위기를 더욱 키우는 셈이다.

작은 전문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는 권모(38살·남)씨는 “하청건설사들은 사실상 하루살이다. 예를 들어 공사대금 결제일이 업체마다 정해져 있는데, 요즘은 대금조차 제때 들어오지 않아 직원 월급도 한두달 밀려서 주고 있다”며 “수금이 막히다 보니 자금 흐름 자체가 완전히 꼬인 상황이다. 우리 회사만봐도 일거리가 지난해와 비교하면 70% 이상 줄었고, 그나마 버티던 유지보수 물량도 감소하는 추세로 하루하루 폐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다른 재능이 없어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위기는 중소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일부 대형건설사는 장기 근속자와 임금피크 적용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건설업계 전반에서는 조직 슬림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5대 건설사 직원 수는 1년 새 2000명 넘게 감소했다.

DL이앤씨의 감소 폭이 가장 컸고, GS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 도 인력 축소 흐름에 들어갔다.

롯데건설은 근속 연수에 따라 기본급 최대 30개월분을 위로금으로 책정하고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 등도 희망퇴직을 검토하거나 직원 수를 줄였다.

신규 채용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이앤씨는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고, DL이앤씨 역시 2023년 이후 사실상 공개 채용을 멈춘 상태다.

문제는 인력 감축 대부분이 ‘현장 중심’ 기간제 노동자라는 것이다. 공사 현장이 줄어들면서 현장 직원들과 계약을 종료한 것인데, 단순하게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는 있으나 이는 ‘현장 숙련도’의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

건설업은 단순히 집을 짓는 산업이 아니다. 자재·운송·설비·인력 등 수많은 산업과 연결돼 있다. 이는 건설산업 자체가 국내 소비·투자·고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 경기가 살아야 함께 움직이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결국 건설 침체가 장기화되면 지역 일자리와 소비까지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건설업계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공공발주·미분양 주택 매입 등으로 불황 늪에 빠진 건설업계를 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엔 위기 강도가 너무 커졌다.

최근처럼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가·물류비 상승까지 본격 반영되면 공사비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과 금융권 보수 심리까지 겹치면 자금 조달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 전반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며 건설 생태계 자체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지원정책은 경계해야 하지만, 최소한 연쇄 부도와 산업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한 안전판은 필요하다. 정상 사업장에 대한 선별적 PF 지원과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 공공 발주 확대 등 현실적인 대응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숙련 인력과 협력업체 생태계가 무너지면 단순히 기업 몇 곳이 사라지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을 지탱해온 기술자와 기능공, 수십년간 축적된 시공 경험과 산업 노하우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이는 결국 건설업계를 떠받쳐온 국가적 인력 자산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번 붕괴된 산업 생태계는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시장 원리를 존중하되 산업 기반 붕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정부의 판단과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KB 이재근이 당긴 ‘70년대생 은행장’ 시계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인사철이면 등장하는 단골 문구다. 듣기에는 자연의 순리 같지만 현실의 인사판은 냉정하다. 누군가에게 세대교체는 새로운 기회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리를 내놓으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연말 사장단 인사를 앞둔 금융권의 눈이 KB금융그룹으로 쏠린다. 이재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의 등장이 계열사 CEO 인사의 판까지 바꿀 수 있어서다. 새 회장 체제가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세대교체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 자리에 '70년대생'이 실질적인 후보군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 2 50대 직장인의 고민(8) 배우자와의 관계 [홍석환의 커리어 멘토링] 말할 수 없는 고민, 배우자50대 직장인의 경우, 회사와 일에 있어 뛰어난 업적으로 인정을 받는 전문가 수준이 되어야 한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으로 회사, 일, 관계에 있어 충성심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시 출퇴근과 워라벨을 다 지키며 회사와 일에 있어 뛰어난 업적과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많은 50대 직장인이 회사와 일이 아닌 배우자와의 관계로 조심스럽게 고민 상담을 한다. 특히 지방 근무로 1달에 2회 정도 주말부부를 하는 경우, 심각한 갈등 상황에 놓여있는 후배를 보게 된다. 배우자와의 만남과 대화의 단절로 자신의 존재 의미는 돈을 벌어오는 가장 그 이상도 이하 3 도심 오피스 중심에서 '24시간 융합 도심'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 세계 대도시의 심장부였던 도심(Downtown)들이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재택근무의 일상화, 하이브리드 워크의 확산, 그리고 고금리와 공실률 급증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압박 속에서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빠져나가는' 전통적인 오피스 지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글로벌 도시 연구단체인 ULI 자문 서비스 패널이 발표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DTLA) 마스터플랜 리포트는 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도심 위기를 타개할 가장 현실적이고도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LA 다운타운이 마주한 진단과 처방은 단순히 미국 서부의 한 도시가 겪는 국지적 사례가 아니라, 압축 성장을 거치며 오피스 중심의 단조로운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