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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기유학의 민낯] ② 미국유학 학사 재등록 계약의 덫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9 14:12 최종수정 : 2026-03-20 14:44

여름방학 뒤 학교 바꿔 달라면?
미리한 서명 한 줄이 부른 손실

[편집자주] 매년 수 많은 학생들이 부푼 꿈을 안고 미국 유학을 떠난다. 보딩스쿨의 캠퍼스, 토론식 수업, 아이비리그로 이어지는 탄탄한 입시 경로. 학부모들은 앞으로 열려질 모든 가능성에 수천만 원, 때로는 억 단위의 돈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몰라서 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만약 아이가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 채우지 못한 학기에 미리낸 학비는 어떻게 되나?" 이같은 질문에 대한 미국 사립학교의 답은 대부분 이렇게 돌아온다. 'No Refund(환불 불가)''. 미국 보딩스쿨과 사립 고등학교의 등록계약서에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학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학부모가 이미 납부한 학비는 학교의 것이다. 질병이든, 정신건강 위기든, 가정 사정이든 예외는 없다. 적응에 실패한 아이는 귀국하지만, 돈은 학교에 남는다.

불합리해 보이는 미국 유학 학비환불 이슈를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 본다. 환불이 안되도록 되어 있는 계약 구조, 재등록 계약의 함정, 학업 도중 귀국하는 학생들의 감춰진 이유, 그리고 유일한 탈출구인 '학비 환불보험'이라는 안전판을 종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라면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이다. 당사자들이 꼼꼼히 따지고 살펴야 만에 하나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을 줄이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美 조기유학의 민낯’ 기획시리즈 순서
① 미국 유학의 숨겨진 함정
② 학사 재등록 계약의 덫
③ 유학중 귀국의 불편한 진실
④ 유일한 탈출구 '학비 환불보험'

매년 4월이면 미국 사립학교 재학생 학부모들의 받은 편지함에는 특별한 이메일이 도착한다. 발신인란에는 학교 재무처(Business Office)라고 적혀 있다. 제목은 대개 이렇다. '2025-26 Re-Enrollment Confirmation-Action Required by April 30.' 다음 학년도 재등록을 확정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다. 메일에 첨부된 PDF 파일에는 수십 개의 항목이 빼곡하게 담긴 재등록 관련 계약서가 들어 있다. 학부모 대부분은 아이가 잘 지내고 있을 경우 별다른 고민 없이 서명을 해서 답신을 보낸다. 이 때 한 서명이 수천만 원짜리 계약을 확정짓게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이다.

미국은 다음 학년도 학사 재등록을 학기가 끝나기도 전 하는 게 보통이다.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적잖다.

미국은 다음 학년도 학사 재등록을 학기가 끝나기도 전 하는 게 보통이다.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적잖다.



4월의 서명, 여름방학의 후회

미국 동북부 사립 고등학교들의 학사 일정을 살펴보면, 통상 9월에 개학해서 이듬해 6월 초에 학기가 끝난다. 재등록 계약서 제출 마감 시한은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기가 끝나기 6~8주 전에 다음 해 학비를 미리 확정하도록 해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이 시점에 다음 학년 전체 학비를 납부하도록 요구한다. 일부 학교는 10% 안팎의 등록보증금(Enrollment Deposit)을 먼저 받고 잔금을 8월에 납부하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어느 방식이든 6월 이후부터는 계약 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미리 학비를 내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예상 밖으로 많다.
2024년 서울 강남에 사는 최 모씨(50)는 딸이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명문 보딩스쿨 10학년(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에 재학 중이었다. 4월이 되자 학교에서 재등록 계약서가 날아 왔다. 딸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학교생활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최씨는 이듬해 학비 약 6만5000달러(약 8700만 원) 전액을 납부하며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딸이 7월 여름방학이 돼 한국에 돌아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학교를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같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 지쳐 있었고, 더 작은 규모의 학교로 가기를 원했다. 하는 수 없이 최씨는 학교 측에 문의했는데 답변은 명확했다. "재등록 계약서 조항에 따라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낸 다음 학비 8700만 원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유학중 방학을 이용해 잠시 귀국했던 자녀가 다음 학기에 복귀하지 않겠다거나 학교를 바꾸고 싶다고 하면 학부모는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유학중 방학을 이용해 잠시 귀국했던 자녀가 다음 학기에 복귀하지 않겠다거나 학교를 바꾸고 싶다고 하면 학부모는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10% 보증금도 함정, 포기가 끝이 아니다

다음 학기 재등록 계약을 할 때 학비 전액을 내지 않고 10% 보증금만 납부했다면 어떨까. "보증금만 포기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숨어 있다.

미국 사립학교들은 학생이 다음 학년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재등록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나머지 90%의 학비를 청구하는 게 가능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일부 학교는 학비 잔금 미납 시 학생의 '성적표(Transcript) 발급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적잖다. 성적표가 없으면 대학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잔금을 납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 입시에서 고등학교의 공식 성적표는 필수 제출 서류다. 성적표 발급이 지연되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대학 지원 기회 자체를 박탈 당할 수 있어 위험천만이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정 모씨(48)는 아들을 미국 중서부 사립학교에 유학을 시키고 있었다. 다음 학기 학비를 내야 하는 시기가 되어 10% 보증금만 납부하고 재등록을 했다가 여름방학 중 전학을 결정했다. 당연히 잔금을 납부하지 않겠거니 했다가 학교 측이 성적표 발급을 거부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아들은 11학년(고2)이었고 대학 지원을 위해 9~11학년 성적표가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정씨는 학비 잔금 90%를 납부하기는 억울하고 성적표가 없으면 대학 지원을 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결국 수개월간 학교 측과 지리한 협상 끝에 일부 금액을 감면받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대학 지원 일정이 많이 지연된 이후여서 큰 낭패를 봤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들 가운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귀국하면 미리 낸 학비나 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인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들 가운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귀국하면 미리 낸 학비나 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인다.



재등록 계약서, 이렇게 다르다

미국 학교들의 재등록 계약서에서 환불 규정은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일부 학교는 일정 시점 예컨대 6월30일 이전에 취소를 통보하면 보증금 이외의 잔금을 면제해 주는 조항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유예 조항 자체가 없는 학교도 상당수에 이른다.

유학 전문가들은 재등록 계약서를 받았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계약 취소 가능 기간(Cancellation Deadline)이 명시돼 있는지 여부다. 둘째는 취소 시 환불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이다. 셋째는 성적표 발급 조건과 미납 학비와의 연계 여부가 포함돼 있는지다. 모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항목들이다.

여름방학은 유학 중인 아이가 잘 지내다가도 마음이 바뀔 수 있는 시기다. 낯선 이국에서 부모 곁으로 돌아와 2~3개월간 부모의 돌봄 속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등 한국에서의 삶을 다시 경험하면서 유학에 대한 결심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하기 전에 재등록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취소 가능한 기간을 알아두는 것이야말로 수천만 원 학비를 허공에 날리지 않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재등록 계약서 서명 전 체크할 5가지
● 계약 취소 가능 마감일(Cancellation Deadline) 명시 여부
● 취소시 환불 가능 금액 및 조건(보증금 몰수 여부 포함)
● 잔금 미납시 성적표 발급 거부 조항 포함 여부
● 학비 이월(Credit)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됐는지 여부
● 학비 환불 보험 적용 가능 시점 및 범위


이창선 한국금융신문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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