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정희 엔씨아메리카 대표

1977년생 진정희 대표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NHN 한게임 글로벌 사업전략 담당, 카카오게임즈 북미 법인 대표, 펄어비스 북미 법인 대표 등을 역임하며 약 15년간 주요 게임사에서 글로벌 사업을 맡아왔다.
진정희 대표는 지난해 8월 진행된 엔씨소프트 글로벌 법인 리더십 개편에서 엔씨아메리카 대표로 선임됐다. 엔씨소프트는 “서구권 게임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경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역 확장을 포함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인사는 ‘체질 개선’ 특명을 받은 박병무 공동대표 취임 이후 첫 리더십 개편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병무 대표는 취임과 함께 한국과 아시아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서구권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엔씨소프트 또 다른 서구권 법인인 엔씨웨스트 대표를 겸하고 있다.
서구권은 엔씨소프트가 창립 초기부터 공들여 온 지역이다. 1997년 창립 후, 2000년 북미 지사(현 엔씨아메리카)를 설립했고, 2021년에는 대표작 ‘리니지’ 북미·유럽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적 특성과 비즈니스 모델(BM) 등 이유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결국 리니지는 2011년 서구권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밖에도 ‘타뷸라라사’ ‘와일드스타’ ‘시티 오브 히어로’ 등 서구권 전략 타이틀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서구권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IP(지식재산권)는 ‘길드 워’가 유일하다.
북미·유럽 등 서구권 매출 비중도 약 25년째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엔씨소프트 북미·유럽 매출은 약 262억 원으로, 총매출(약 3,824억 원) 대비 6.8%를 기록했다.
진정희 대표는 취임 후 신작 라인업 현지 퍼블리싱 전략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엔씨웨스트 COO(최고운영책임자)를 겸임하며 서구권 프랜차이즈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정희 대표는 지난 8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신더시티(MMO 택티컬 슈터), 타임 테이커즈(3인칭 슈팅 배틀로얄), 리미트 제로 브레이커즈(애니메이션 기반 MMORPG), 블소 히어로즈(RPG), 아이온2(MMORPG),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즈(전략 RPG), 길드 워2: 비전 오브 이터니티(MMORPG) 등 신작 7종과 함께 서구권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북미와 유럽은 게임 이용자가 10억 명에 이르고, 다양한 장르가 각각 유의미한 시장을 이룰 정도”라며 “엔씨는 현재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준비 중인데, 모두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엔씨는 오랜 시간 서구권에 공들여 왔고, 경영진 의지도 강하다”며 “내년에는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서구권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진정희 대표가 특히 자신감을 보이는 장르는 ‘신더시티’와 ‘타임 테이커즈’로 대표되는 슈팅 게임이다. 다만 해당 장르는 현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슈팅 장르는 박병무 공동대표가 서구권 공략을 위해 육성한 전략 장르이기도 하다.
진정희 대표는 “슈팅 시장은 규모가 크고 충성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이용자를 ‘빼앗아 오는’ 게 핵심”이라며 “현장 분위기를 보니 ‘신더시티’와 ‘타임 테이커즈’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잘 분석하고 도전해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퍼블리싱과 마케팅뿐 아니라 박병무 공동대표와 함께 투자처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올해 5월 엔씨웨스트가 투자한 미국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 ‘엠티베슬’이다.
엠티베슬은 2023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설립된 AAA급 독립 게임 개발사다.
액티비전, 디즈니, 이드 소프트웨어, 마이크로소프트, 너티독 등 글로벌 유명 게임사 베테랑 개발진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현재 엠티베슬은 사이버펑크 스쿼드 PvP(플레이어 간 전투) 방식 택티컬 슈팅 게임 ‘디펙트(DEFECT)’를 개발 중이다. 언리얼엔진5 기반 PC 타이틀로, 지난해 첫번째 공식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진정희 대표는 “엠티베슬 투자는 지난해 합류한 이후 미국 기반 스튜디오에 이뤄진 첫 투자”라며 “엔씨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전 세계 더 많은 개발 스튜디오와 협력하고 지원할 의지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