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 3사 가입자 증감 추이./출처=나이스신용평가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일 SK텔레콤은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3년물(700억원), 5년물(1000억원), 10년물(3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각각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차환에 쓸 계획이며 대표주관 업무는 SK증권과 KB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지난달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SK텔레콤에 과징금 1348억원과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해킹 사고로 2300만명이 넘는 서비스 전체 이용자의 휴대전화번호,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키(Ki-OPc) 등 25종 정보가 유출된 탓이다.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이 기본 보안 조치 및 관리에 소홀해 그 책임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심지어 이번 사태는 무려 4년 동안 방치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업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낳았다.
SK텔레콤은 해킹사고 발생 후 고객들에게 위약금 면제를 확대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을 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등 대응 체계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월 한달 동안 요금 반값, 연말까지 전 고객에게 데이터 50GB 추가 지원 등 민심을 회복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통신 1위 사업자’ 평판이 훼손된 것은 물론 해킹 사태 이후 순이탈 고객(7월말 기준) 72만명에 달한다. 이전과 비교할 때 현금창출력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 등이 증가하는 만큼 투자도 동반돼야 한다. 지금까지 통신사별 서비스 자체에 큰 차이점은 없었다. 고객들은 마케팅, 할인 등 통신사 비용투입 규모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AI 등장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SK텔레콤은 이탈한 고객수 회복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현금흐름 감소 등이 예상된다. 특히 ‘해킹’은 통신사 평판에 치명타를 가하는 요인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여전히 양호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A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해킹 사태가 회사채 발행 여부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평판 훼손에 따른 투심 악화가 일부 트랜치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통신사 회사채는 사업 특성상 미매각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정보유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해킹 사고 등에 따른 평판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만기별 결정금리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이 해킹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