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케미칼은 오는 17일 9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400억원)과 3년물(5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30~+60bp(1bp=0.01%p)를 가산해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발행한다. 대표주관업무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이 담당하며 인수단에는 부국증권, 신한투자증권, iM증권, 삼성증권이 참여한다.
HD현대케미칼은 조달한 자금을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상환(2080억원)에 쓸 계획이다. 상환금액보다 최대 증액치를 낮춰 발행하는 것은 부채부담이 상당한 탓이다.
이러한 우려는 희망금리밴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발행사들은 대부분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30~+30bp를 가산해 제시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상단을 더 크게 열어 수요 부족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현재 HD현대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0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지만 나이스신용평가는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등급 전망이 엇갈렸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신평가의 하향 트리거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A0가 아닌 A-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비우량등급(A급 이하)에 속하는 것은 물론 신용도 방향도 불안해 수요가 충분히 받쳐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HD현대케미칼 재무를 악화시킨 가장 큰 요인은 HPC(중질유분해설비)다. 지난 2019년부터 관련 투자가 시작됐으며 2022년 완료된 이후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제품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HD현대케미칼의 총차입금은 9026억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 말에는 3조6169억원으로 무려 4배 넘게 증가했다. 부채는 크게 늘어난 반면, 역내 설비증설에 따른 공급물량 확대로 수급이 악화되면서 재무안정성도 휘청이기 시작했다.
석유화학 업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HD현대케미칼도 자본적지출(CAPEX) 부담 축소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늘어난 차입부담이 빠르게 축소되는 것은 역부족이다. 예상을 빗나간 투자성과가 신용리스크를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HD현대케미칼에 요구하는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HD현대케미칼이 1대주주지만 2대주주인 롯데케미칼도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된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는 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최근 KB금융의 영구채 미매각 사례를 보면 HD현대케미칼도 안심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