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시대 향하는 퇴직연금
연금제도 확충으로 국민의 노후 기반이 튼튼해지는 동시에 미래의 버팀목이 될 연금자산의 운용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에서는 실물상품 이전 허용과 AI 활용 자산운용 등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편을 겨냥해 치열한 고객확보전이 전개된다.
오는 2030년 1000조원 시대를 향해 나가는 퇴직연금 운용의 현주소와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향을 한국금융신문의 심층 데이터 분석에 의해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그래프 작성 및 데이터 분석=KFT금융연구소/출처=금감원 통합연금포털)
이미지 확대보기DB형 202조, DC형 103조, IRP 88조
근로자가 가입하고 기업이 지원하는 퇴직연금 적립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의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 IRP 등 퇴직연금계좌 적립규모는 총 394조293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DB형은 202조5578억원으로 전체의 51.3%를 차지하며, DC형 103조7184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개인형 퇴직연금계좌 IRP는 88조176억원으로 DC형 적립액의 85%에 육박한다.
퇴직연금계좌 적립액은 크게 원리금보장형과 원리금비보장형으로 나눌 수 있다. 원리금보장형은 총330조8334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계좌 가운데 83.9%를 차지한다.
DB형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은 190조3622억원으로 비중이 무려 93.98%에 달한다. DC형에서도 원리금보장형은 80조1857억원으로 77.31%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형 IRP에서 원리금보장형은 DB형과 DC형에는 못미치지만 60조2855억원으로 68.49%의 비중을 보인다.
퇴직연금 상품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의 압도적인 비중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연금자산을 원금 손실 없이 안전하게 운용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데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장기적인 연금자산 운용에서 복리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점을 감안할 때 원리금비보장형에 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낮은 수익률은 퇴직연금 수령단계에서 노후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가입자에겐 상대적인 박탈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래프 작성 및 데이터 분석=KFT금융연구소/출처=금감원 통합연금포털)
은행 207조·증권 94조·보험 93조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퇴직연금사업자의 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면 은행이 총 207조1945억원으로 전체의 52.7%를 차지했다. 증권사 적립금은 총 93조7264억원으로 23.8%, 보험은 92조6262억원으로 23.5%를 각각 기록했다.
전체 금융회사 가운데 퇴직연금 적립금을 가장 많이 쌓은 곳은 삼성생명으로 66조6021억원을 기록해 신한은행(42조2031억원)과 KB국민은행(38조4870억원) 보다 적립금이 20조원 이상 많았다. 삼성생명의 이 같은 실적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이 64.9%에 달하는 데 힘입은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에서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퇴직연금 적립금이 많은 미래에셋증권은 하나은행(34조6164억원)에 5조원 가량 뒤진 금융권 5위(29조386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에 이어 전체 9위(15조4242억원)에 올랐는데 현대차그룹 직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대거 유치해 자사계열사 비중이 87.3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전체 11위(12조4838억원)에 랭크됐는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비해 삼성그룹 지원을 받지 못해 자사계열사 비중이 1.2%에 그쳤다.
DB형 수익률 연4.41%···원리금보장형 330조
확정급여(DB)형은 적립금을 사용자가 운용하고 근로자는 사전 확정된 퇴직급여를 수령하는 제도를 뜻한다. 근로자는 DB형 퇴직연금 운용상품을 자신이 선택할 수 없다.
2분기 DB형 퇴직연금의 금융권 전체 가중평균 운용수익률은 연 4.41%를 나타냈다.
원리금 보장의 경우 운용수익률이 연 4.17%로 집계됐고 원리금 비보장은 이보다 2배 높은 연 8.26%를 기록했다.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을 크게 잠식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업권별로 보면 DB형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대형생보사 가운데 삼성생명이 연3.98%로 교보생명의 연4.70%로 보다 0.72%포인트나 낮았다.
현대차증권의 DB형 원리금 보장형도 연4.38%로 KB증권의 연4.70%보다 0,32%포인트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삼성생명과 현대차증권에 DB형 원리금보장형에 대거 가입한 계열사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거두는 결과로 나타난다.
퇴직연금 전문가는 ”근로자의 소중한 자금을 낮은 수익률로 운용한다는 것은 기업과 퇴직연금사업자가 고객 자산을 성실히 운용해야 하는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DB형 원리금비보장형 운용수익률 평균 8.26%
보험업계의 DB형 원리금비보장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은 적립액이 5조2341억원을 기록한 삼성화재가 16.15%로 금융권 전체 선두를 기록했다.
보험사 2위 수익률을 낸 교보생명은 11.12%로 양호했으며, 삼성생명(7.91%)과 미래에셋생명(7.64%), 한화생명(7.64%) 등은 다소 낮았다.
증권업계에서 DB형 원리금비보장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은 적립액이 258억원에 불과한 유안타증권이 11.8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는 △KB증권 10.07% △NH투자증권 10.06% △삼성증권 9.29% △대신증권 9.19% △현대차증권 8.37%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미래에셋증권(6.36%), 하나증권(6.41%), 신한투자증권(4.87%) 등은 금융권 평균 운용수익률(8.26%)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은행권 DB형 원리금비보장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은 BNK부산은행이 11.69%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다.
시중은행 가운데는 KB국민은행이 9.42%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9.33%)이 9%대 수익률로 뒤를 이었고 IBK기업은행(8.59%), 우리은행(7.33%), 하나은행(6.6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한 퇴직연금 전문가는 “증권사의 DB형 원리금비보장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주요 보험사와 은행보다 못한 것은 고객이 맡긴 퇴직연금 자산을 제대로 운용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라며 “전체 금융권 평균보다 낮은 운용수익률을 보인 금융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반성을 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DQN(Data Quality News)이란
한국금융신문의 차별화된 데이터 퀄리티 뉴스로 시의성 있고 활용도 높은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고품격 뉴스다. 데이터에 기반해 객관성 있고 민감도 높은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해 언론의 평가기능을 강화한다. 한국금융신문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DQN를 통해 기사의 파급력과 신인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홍기영 기자 k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