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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증시 가는 서학개미 ‘씁쓸한’ 이유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6-10 00:00

[기자수첩] 美증시 가는 서학개미 ‘씁쓸한’ 이유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최근 증권업계는 식품업계 만큼이나 ‘제로(0) 경쟁’이 치열한 듯싶다. 바로 해외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경쟁이 대표적이다. 주요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즉 '서학개미'를 모시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사실 처음 있는 일도 아닌 만큼 그렇게 놀라운 광경도 아니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은 수수료 할인 같은 ‘미끼’를 내걸고 신규 투자자 유입에 힘을 실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외주식으로 입문한 새내기 투자자들이 향후 주식담보대출, 신용융자 등을 이용할 경우, 증권사들의 실적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이자수입에 기여하며 수익 기둥이 될 수 있다.

투자자 측면에서 봐도 해외주식을 사는 선택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24년 들어 뉴욕 3대 지수는 상승 랠리를 펼쳤다. 연초(2월) S&P500 지수는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돌파했고, 최근 5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4만선을, 나스닥 지수도 1만7000선을 각각 뚫었다. 아울러 글로벌 증시의 바로미터가 되는 큰 시장인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은 포트폴리오 다양화 측면에서도 권장할 만한 일로 여겨진다.

다만, 한국 투자자들이 미장(美場)으로 새롭게 진입하거나, 또는 옮겨가는 데 있어서 한국 증시의 제자리걸음이 큰 이유가 된다는 점은 씁쓸한 면이 있다. 실제로 2024년 올해 들어 5월 기준까지 한국의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2%대 수준에 그쳤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국가들의 주가 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률로 고공행진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한국 증시가 ‘새로 고침’을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제거하고, 상장사들이 주주가치 올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에 모여 있는 미국 증시가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 보다 근본적으로, 혁신 기업이 모여 드는 증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 메가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알짜 기업’이 많은 시장은 투자 잠재력 역시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인터넷, 아이폰에 이어 세 번째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AI(인공지능)가 만들어 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글로벌 증시에 대폭 반영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빅테크(Big tech) 기업 주가의 고공행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AI ‘장밋빛 열차’에 탑승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2024년 5월 말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주식 보관금액은 110억 달러를 넘어 1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대표 기업으로, 생성형AI 개발에 뛰어든 빅테크들의 AI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반도체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물론, 예로 들은 AI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논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다만,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킬 기술 변화 선도 기업들을 많이 품은 증시를 추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는 한국 투자자들도 직접 상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상장돼 있다”며 “또 실적이 좋은 만큼 배당 등 주주환원이 정착돼 있는 미국 증시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증시는 기업 투자 동력이 되는 자금 공급처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개인투자자들의 자산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때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국 정부와 거래소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기존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에 ‘진심으로’ 힘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 또 새로운 좋은 기업들의 증시 입성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미장(美場)으로 탈출하는 것이 아닌, 한국 증시가 머무를 만한 시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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