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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IB 성장 이끈 성과주의가 오히려 ‘부메랑'?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23-10-30 00:00 최종수정 : 2023-10-30 15:48

성과보상 극대화 고위험·고수익 집중
사모메자닌 강자 “신뢰 지켜야 의미”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메리츠증권(대표이사 부회장 최희문)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 온 성과주의에 대한 속도 조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 IB(기업금융) 하우스로 철저한 성과 보상을 통해 '프로 문화'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지만 반면에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에 인센티브가 집중되다보니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가 후순위로 밀려 부작용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선도적으로 개척해 온 사모 메자닌(mezzanine) 시장의 이면에는 영업 관행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리스크 관리도 시급한 실정이다.

사모메자닌, ‘무늬만 투자’ 거센 비판 직면

29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현재 메리츠증권이 최근 5년간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를 통해 자금을 공급한 기업 중 18곳이 횡령배임, 부도 및 회생절차, 감사의견거절 등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메리츠증권이 이들 기업에 공급한 금액만 7800억원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사모 메자닌 시장에서 국내 1위를 달리는 IB 하우스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딜(deal)에서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메자닌 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실적 하방 압력을 보완했다는 평을 받는다.

무엇보다 파격적 성과보상책은 사모 메자닌 부문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메리츠의 사모 메자닌 투자는 거의 손실을 보지 않도록 구조화 돼 있다. 무엇보다 메자닌 인수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부실기업에 부동산, 채권 등을 담보로 요구해 원금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 행사로 이익도 챙기고, 문제가 있으면 담보권 행사로 하고, 중개 수수료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공격적인 사모 메자닌 영업에 대해선 비판의 시각도 존재한다. 자칫, 잘못하면 부실기업에 자금을 조달해주게 되고 무자본 인수합병(M&A), 주가조작을 조력해 잘못하면 대주주들의 배만 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CB나 BW 같은 메자닌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쓰여야만 한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투자 행태가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메리츠증권이 CB, BW를 활용한 '무늬만 투자'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투자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만 야기시키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2023년 8~9월 실시한 사모 CB 기획검사에서 ‘사모 CB 보유규모가 큰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포착했다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메리츠 IB 담당 임직원들이 사모 CB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직무정보를 이용해 사익 추구행위를 한 혐의를 당국이 포착한 것이다. 직원 본인은 물론 가족, 지인 등의 투자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사실도 드러났다. 또 담보대상 채권 취득처분 때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사례도 포착됐다. 발행사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게 편익을 제공한 사례 등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측은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 하지만 상처는 작지 않았다. 문제가 된 본부의 일원들이 떠나고, 본부장도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사모 메자닌 관련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CEO(최고경영자)인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BW 투자 주식을 매매거래정지 직전에 전부 처분한 데 대한 '매도 타이밍'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국감장에서 최 부회장에 대한 집중 포화가 쏟아진 탓이다.

금감원이 메리츠증권에 대한 사모 CB 추가 검사도 예고한 만큼, 국감 이후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리츠만의 ‘프로의 문화’, 재정립 돼야

메리츠증권은 성과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책정하는 인사 성과급 제도를 바탕으로 '프로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란 모토 아래 조직 문화 구축에 힘써 왔다.

연공서열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문화는 그동안 핵심 인재 영입에 원동력이 됐다. 성과만 내면 확실하게 보상받는 구조다 보니 사업보고서상에도 메리츠증권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022년 기준, 업계 최고 수준인 2억30만원에 달했다.

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숫자로 성장을 보여주겠다(We say growth in Number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성과주의가 메리츠 문화에 스며들도록 했다.

이같은 성과주의를 앞세운 메리츠증권의 사령탑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 증권사와는 차별화 된 기업문화를 구축한 탓에 메리츠를 '여의도의 이단아'로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 부회장은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 등을 거치며 2010년 2월부터 메리츠증권 수장을 맡아왔다. 그는 업계에서도 사업성을 보는 눈이 뛰어난 CEO로 분류되는데 이른바 '구조화 금융의 달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최 부회장을 선봉으로 '손해 보지 않는', '성과에 입각한' 메리츠증권의 영업 기조는 메리츠증권을 중소형 규모의 증권사 이미지에서 탈피해 현재의 자기자본 7위권(2023년 6월 말 별도 기준, 5조7289억원) 증권사로 우뚝 서도록 이끌었다. 이제는 더 큰 도약을 위해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에 대해 '얄밉게 잘한다'는 평이 있지만, 반대로 지나치다는 말도 있다”며 “성과 지향적 기준을 토대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영업 관행을 업계가 쫓아가야 할 때 꼭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초점을 맞춰왔다. 지금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는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9월 메리츠증권(AA-등급)에 대한 리포트를 통해 “메리츠증권은 대출 및 신용공여 제공 등으로 신용 및 투자위험을 수반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IB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업경쟁력 유지 여부, 위험익스포저의 리스크 수준(Risk Profile) 변화, 투자자산의 건전성 관리를 통한 재무안정성 유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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