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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서 선도자로”…정태영 부회장 혁신경영 통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

기사입력 : 2023-07-03 00:00

현대카드 전체 회원수 업계 3위 껑충
PLCC·애플페이…카드업계 트랜드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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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서 선도자로”…정태영 부회장 혁신경영 통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현대카드가 최근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그간 요지부동이었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신용카드 전체 회원수 기준으로 업계 4위에 머물렀던 현대카드는 지난 5월 KB국민카드를 제치고 국내 3위로 올라섰다. 국내 카드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파이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음에도 말이다.

카드시장 새 지평 연 ‘1등’ CEO
현대카드의 변화를 이끈 주역은 최고경영자(CEO)인 정태영닫기정태영광고보고 기사보기 부회장이다. 2003년 1월 잘나가는 기아자동차를 뒤로하고 ‘후발 카드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는 늘 1등에 익숙한 인물이었다. 정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불문과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현대종합상사(현 현대코퍼레이션) 기획실 이사로 현대가 경영에 합류한 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자재본부장, 현대자동차 구매총괄본부 부본장을 거쳐 2003년 10월 현대카드 사장에 올랐다.

CEO 취임 이후 그가 던진 가장 큰 승부수는 ‘영토 확장’이었다. 2003년 전체 카드업계가 부실화되고 있을 때 국민·삼성·LG(현 신한카드) 등 선발업체들이 자산 축소 등 긴축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틈을 타,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2003년 1월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현대차그룹으로부터 18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지었으며, 새 카드 상품을 만들기 위해 600억원을 투자했다. 그해 5월 정 부회장이 야심 차게 선보인 ‘현대카드M’은 단일 카드로는 국내 최다 유효 회원수를 확보했다. 당시 ‘현대카드M’은 2% 적립이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M포인트 제도와 포인트 사용처를 대폭 확대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알파벳 카드 상품을 출시하며 업계 내 카드 상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선도했다. 남자 모델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혀 화제가 된 ‘미니M’,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는 CM송으로 유명한 ‘현대카드W’ 등의 튀는 스타일 광고도 그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문화 마케팅으로 ‘현대카드스러움’ 전파
정 부회장은 번번이 새로운 카드와 문화 마케팅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국내 최고 고품격 카드인 더 블랙(the Black)을 필두로 ▲더 퍼플(the Purple) ▲더 레드(the Red) ▲더 그린(the Green) ▲더 핑크(the Pink)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해 왔다. 2022년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프리미엄 소비 시장에 주목해 프리미엄 카드의 고성능 버전인 더 레드 스트라이프(the Red Stripe)를 내놓았다.

파트너사의 모집 채널과 브랜드, 고객보상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도 첫 도입했다. 2015년 ‘이마트e카드’를 시작으로 2017년 ‘Hyundai Blue Members’와 ‘Kia Red Members’, 2018년 스마일카드를 발매했다. 코스트코와 SSG.COM, GS칼텍스,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쏘카, 무신사, 제네시스, 네이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넥슨 등과 카드를 공개했다.

카드업계 최초로 문화 마케팅도 선보였다. 슈퍼콘서트와 슈퍼매치, 슈퍼토크 등 현대카드의 이른바 ‘슈퍼 시리즈’ 역시 그의 아이디어다. 2007년부터 슈퍼콘서트를 열며 비욘세와 빌리 조엘, 스티비 원더, 스팅,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당대 최고 팝스타만 불러 한국 공연계의 수준을 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에는 27번째 슈퍼콘서트 가수로 브루노 마스를 섭외해 화제를 모았다.

애플페이로 또 한번의 역전 노리나
정 사장이 현대카드로 간지 10년이 되던 해 그는 취임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업계 관행을 따라가기보다는 애플(Apple)처럼 새롭게 생태계를 만들기로 했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에게 귀찮게 전화를 걸어 권유하지 않아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여기서 10년이 지난 지금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애플페이(Apple Pay)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애플페이를 선보였는데, 이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페이 출시 이후 한 달간 현대카드의 신규발급 건수는 35만5000장에 달했다. 지난 4월 현대카드 신규 가입자는 16만6000명을 기록하며 업계 1위인 신한카드(11만9000명)와 2위인 삼성카드(11만6000명)를 제쳤다.

지난 5월에는 신용카드 전체 회원수 기준 1173만4000장을 기록하며 KB국민카드(1172만6000장)를 밀어내고 국내 3위에 올랐다. 1429만6000장으로 1위를 차지한 신한카드와 256만2000장 차이이며, 1272만8000장으로 2위에 오른 삼성카드와는 불과 99만4000장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단독 론칭에 따라 카드시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대카드는 올 1분기 신규회원 모집과 개인신용판매 실적을 확대했다. 신규회원은 2021년 37만2000명에서 2022년 41만6000명으로, 올 1분기에는 44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올 1분기 개인신판 취급액은 2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4조3000억원) 대비 14.81% 증가하며 시장점유율 업계 3위에 올랐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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