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취임 이후 그가 던진 가장 큰 승부수는 ‘영토 확장’이었다. 2003년 전체 카드업계가 부실화되고 있을 때 국민·삼성·LG(현 신한카드) 등 선발업체들이 자산 축소 등 긴축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틈을 타, 공격적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2003년 1월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현대차그룹으로부터 18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지었으며, 새 카드 상품을 만들기 위해 600억원을 투자했다. 그해 5월 정 부회장이 야심 차게 선보인 ‘현대카드M’은 단일 카드로는 국내 최다 유효 회원수를 확보했다. 당시 ‘현대카드M’은 2% 적립이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M포인트 제도와 포인트 사용처를 대폭 확대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알파벳 카드 상품을 출시하며 업계 내 카드 상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선도했다. 남자 모델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혀 화제가 된 ‘미니M’,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는 CM송으로 유명한 ‘현대카드W’ 등의 튀는 스타일 광고도 그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파트너사의 모집 채널과 브랜드, 고객보상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도 첫 도입했다. 2015년 ‘이마트e카드’를 시작으로 2017년 ‘Hyundai Blue Members’와 ‘Kia Red Members’, 2018년 스마일카드를 발매했다. 코스트코와 SSG.COM, GS칼텍스,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쏘카, 무신사, 제네시스, 네이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넥슨 등과 카드를 공개했다.
카드업계 최초로 문화 마케팅도 선보였다. 슈퍼콘서트와 슈퍼매치, 슈퍼토크 등 현대카드의 이른바 ‘슈퍼 시리즈’ 역시 그의 아이디어다. 2007년부터 슈퍼콘서트를 열며 비욘세와 빌리 조엘, 스티비 원더, 스팅,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당대 최고 팝스타만 불러 한국 공연계의 수준을 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에는 27번째 슈퍼콘서트 가수로 브루노 마스를 섭외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서 10년이 지난 지금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애플페이(Apple Pay)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애플페이를 선보였는데, 이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페이 출시 이후 한 달간 현대카드의 신규발급 건수는 35만5000장에 달했다. 지난 4월 현대카드 신규 가입자는 16만6000명을 기록하며 업계 1위인 신한카드(11만9000명)와 2위인 삼성카드(11만6000명)를 제쳤다.
지난 5월에는 신용카드 전체 회원수 기준 1173만4000장을 기록하며 KB국민카드(1172만6000장)를 밀어내고 국내 3위에 올랐다. 1429만6000장으로 1위를 차지한 신한카드와 256만2000장 차이이며, 1272만8000장으로 2위에 오른 삼성카드와는 불과 99만4000장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단독 론칭에 따라 카드시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대카드는 올 1분기 신규회원 모집과 개인신용판매 실적을 확대했다. 신규회원은 2021년 37만2000명에서 2022년 41만6000명으로, 올 1분기에는 44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올 1분기 개인신판 취급액은 2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4조3000억원) 대비 14.81% 증가하며 시장점유율 업계 3위에 올랐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