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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게임산업 망칠 수 없어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6-05 00:05

▲ 이주은 기자

▲ 이주은 기자

[한국금융신문 이주은 기자] 정치권에서 불거진 가상화폐 투기 의혹 불똥이 엉뚱하게도 게임업계로 튀었다. 국내에서 금지돼 있는 이른바 P2E 게임 규제 완화를 위해 게임사들이 정치권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P2E란 ‘Play to Earn’의 약자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뜻이다. P2E 게임은 게임 내 아이템을 가상화폐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과 연결해 현실 세계 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게임이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산업이 발전하면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P2E 게임을 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으로 금지하고 있다. 게임과 도박은 어쩌면 매우 가까운 사안일 거 같은데, 이렇게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지난 2006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 때문이다. 당시 게임으로 인한 중독성과 도박 피해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에 사행성 게임과 환전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졌다.

바다이야기는 한국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근본적으로 붕괴시켰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 게임산업은 바다이야기와 같은 악재를 만나기도 했지만 차별화한 콘텐츠와 온라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K콘텐츠 산업 주류로 자리를 잡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30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에서 게임은 83억 6053만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이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이 국내 핵심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더불어 P2E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대 비즈니스를 형성함에 따라 이에 맞는 법안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사행성 도박 게임을 무턱대고 허용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관련 게임은 그 특성상 변동성이 높아 불안정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게임 내에서 소유한 NFT 형태 캐릭터나 아이템 가치가 가상화폐 가치 변화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P2E 게임의 파이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실제 P2E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별다른 규제가 없고,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게임 강국인 한국의 입지는 17년 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가상화폐 투기 의혹으로 인해 게임 규제 완화는 물론 P2E 게임 규제 재정비 이야기를 꺼내기가 더 힘들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정부는 최근까지 게임 관련 개정안과 함께 P2E 게임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한 논의를 적극 진행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NFT 활용 P2E 게임 문제점 및 선결과제 파급효과 조사를 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게임위, 게임산업협회와 함께 P2E 게임 태스크포트(TF)를 출범하기도 했다.

일어탁수(一魚濁水)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모든 노력들을 겨우 한 마리 미꾸라지로 인해 물거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얽혀있는 사안이 많고 이해관계가 복잡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풀다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들은 자체적으로 가상화폐 안정성 확보 등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부도 현시점에 맞는 P2E 게임 가이드라인부터 차근차근 마련해보면 어떨까.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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