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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딩마저 아파트 브랜드로 우열 가리는 세태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7-25 00:00

▲ 장호성 기자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요새 애들은 참 똑똑하고 영악하다. 스마트폰을 일찍 접하면서 세상에도 일찍 눈을 뜨고, 어른들이 하는 것도 금방금방 배워버린다.

어린이들이 이왕이면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배우면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러기에는 이 세상에는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좋지 못한 관행들이 너무 많다.

또 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아이들이 나쁜 관행들을 접할 수 있는 채널도 훨씬 많아졌다. 더 이상 90년대 후반~2000년대 이후 아이들에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바로 그 SNS 채널을 중심으로 얼마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한 현상이 있다. 일부 10대들이 자신의 SNS 아이디 앞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명이나 아파트 브랜드를 달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한남더힐 홍길동’·‘트리마제 홍길동’ 등과 같은 식이다.

사실 이 같은 세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소득격차로 인한 빈부갈등이 유난히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렇다보니 국민임대주택이나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멸칭인 ‘임거(임대아파트에 사는 거지)’, ‘엘거(LH 임대주택에 사는 거지)’, ‘휴거(휴먼시아에 사는 거지)’ 등의 천박한 은어들도 진즉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었다.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 LH는 고급화된 공공분양주택인 ‘안단테’ 브랜드를 선보이는가 하면, 오세훈닫기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서울시장도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을 내놓는 등 노력을 했지만,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고급 아파트나 부자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따돌리는가 하면, 모 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 예비 소집을 아파트 단위로 줄 세우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의 한심한 작태가 연일 도마에 올랐다가 사라지고 있다.

1980년대에 시행된 소셜믹스 정책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과 임대 물량을 함께 시공하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재산으로 계층을 나누는 천박한 잠재의식이 깃들어있는 것만 같다.

몇 년 전, 다른 회사 사람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 그 사람이 자기 아이를 데리고 왔다. 미팅 자리에 아이를 데리고 온 것만으로도 상당히 이례적이고 황당한 상황이었는데, 그 사람이 대뜸 카페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저 알바처럼 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기자는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황금만능주의·엘리트주의가 만연한 세상이라고 해도 이 무슨 천박한 의식이란 말인가. 그것도 출입처 사람 앞에서. 지금은 그 사람과 왕래가 아예 끊어졌지만, 기자의 삶 속에 상당히 불쾌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결국 일부 경솔한 부모들의 뒤틀린 선민의식과 엘리트주의가 아이들의 가치관까지 덩달아 천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는 인간관계만 쌓아야 하고, 내가 이룩한 성공을 오롯이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언젠가부터 너무 치졸하고 한심해졌다는 생각은 지우기 힘들다.

정말로 내 자녀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적어도 기자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보다는 올바른 가치관과 지성을 가르쳐주고 싶다.

명심보감에는 ‘황금이 궤짝에 가득 차 있어도 자식에게 책 한 권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천금을 내려준다 해도 자식에게 기술 하나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는 가르침이 쓰여 있다. 아무리 비싼 아파트·땅·부동산·돈을 가지고 있어도 자식이 먼저 ‘인간성’을 갖춰야만 한다는 의미다.

시대는 이제 ‘공정’과 더불어 ‘상식’을 원한다. 내가 물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그러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상식적이지도 않다. 불행히도 요새 애들은 이런 나쁜 것을 너무나도 빨리 배운다. 기성세대부터, 어른들부터의 행동과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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