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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보스 블랙록 총괄 “여성 이사 늘리는 자본시장법 개정 환영”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1-11-03 21:23 최종수정 : 2021-11-10 18:20

“포용적 사회 위해 이사회‧임직원 모두 노력해야”

이사회 다양성 개선 효과 큰 4가지 이니셔티브 제시

국내 코스피 100 기업 여성 이사 비율 5.2%에 그쳐

“이사회 유일한 여성 이사, 상징적으로 그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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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BlackRock)’의 글로벌 책임 투자 총괄인 산드라 보스(Sandra Boss)./사진=블랙록 홈페이지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BlackRock)’의 글로벌 책임 투자 총괄인 산드라 보스(Sandra Boss)./사진=블랙록 홈페이지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대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한 명 이상 두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환영합니다. 여성 이사 비율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직결돼 있습니다. 단순히 여성 이사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여성을 위한 성공 기반이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BlackRock)’의 글로벌 책임 투자 총괄인 산드라 보스(Sandra Boss)가 3일 서울시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화상 회의 방식의 기조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산드라 보스 총괄은 “이사회 다양성이 탁월한 리더십과 우수한 재무성과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고위급 경영진이 다양할수록 이사회 내에서, 더 나아가 전사적으로 혁신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집단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소수집단이 잘 대표된 기업이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시장가치 성과를 낸다”며 “인적자본 개발을 강화하고 번영하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사회, 임직원, 기업 모두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개선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차별에 관한 언급도 이어갔다. 산드라 보스 총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 전 세계 여성들은 육아와 가정 책임에 대한 불균형 때문에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로 노동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이는 여성을 노동력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 최근 수십 년간 피나는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의 사회 진출 제약으로 인한 개인 재정력 감소는 경제 발전의 위험이자 블랙록의 고객인 장기 주주와 기업 모두에게 극심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그러한 이유로 블랙록은 성별 등 다양성을 발전시키는 경영진과 협력하는 이사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모든 스탠더드 앤드푸어스(S&P) 기업은 여성 이사 한 명 이상을 두고 있다. 평균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은 30%가량을 차지한다. 투자 기업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이사회 다양성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특정 이사에 반대 표를 던지기도 한다.

블랙록은 지금까지 이사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전 세계 975개 개별 기업에 걸쳐 1862명의 이사에 반대 표를 행사했다. 미주 지역의 경우 2020-2021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 동안 경영진에 반대 표를 행사했던 가장 큰 이유가 ‘다양성 부족’이었다.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지난 정기 주주총회 시즌 동안 다양성 관련 의결권 행사 빈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사회 다양성 품질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장려하는 관여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블랙록은 최근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에서 이사회 성 다양성에 관한 대리투표 지침을 도입해 여성 이사 최소 한 명을 목표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 개정된 자본시장법을 내년 8월에 시행한다.

산드라 보스 블랙록 총괄은 “이사회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 생태계의 전방위적 노력이 요구된다”며 “아시아 국가에서도 여성 이사 비율을 의무화하거나 최소한 권고하는 정부가 많아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현 상황을 내다봤다.

산드라 보스 총괄은 이사회 다양성 개선 효과가 가장 큰 4가지 이니셔티브(방법)를 소개했다.

첫째는 ‘법적 의무 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정부는 40%를 초과하는 여성 이사 비율을 의무화하면서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두 국가의 여성 이사 비율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비율을 법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기업에서 ‘체크리스트’ 준수로만 끝날 수 있다고 경계하지만, 이 2개 국가처럼 잘 설계하고 시행할 때는 상당히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부와 규제당국의 시장 중심 이니셔티브’다. 영국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햄프턴-알렉산더 검토위원회’ 덕분에 모든 FTSE 100(영국 런던 국제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의 우량 주식으로 구성된 지수) 기업과 FTSE 250(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01~350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들을 이루는 지수) 기업 중 150개 넘는 기업이 여성 이사 비율 최소 30%를 달성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성 다양성 개선이 가장 미진한 대표(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권위 있는 ‘C 레벨’ 임원과 고위급 임원의 성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영국 금융영업행위청(FCA)은 여성 이사 비율 정책을 40%로 상향 조정해 기업이 이를 준수하거나 미준수 시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 다양성 공시 관련 기업 지배구조지침을 도입했다.

셋 째는 ‘상장 규정’이다. 이사회의 성 다양성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는 상장 규정에 의해 법적 의무 비율이 도입됐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영국은 상장 규정으로 자발적 목표를 권고한다.

더 나아가 미국 장외 주식시장 ‘나스닥’은 여성 이사 한 명과 소수민족 혹은 성 소수자를 대표하는 이사 한 명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도증권 거래 위원회(SEBI)가 2015년 여성 이사 최소 한 명을 의무화했다. 싱가포르 거래소 규제당국은 상장법인이 이사회 다양성 목표와 달성 계획 등 정책을 수립하고 공시할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은 ‘자발적 민간부문 이니셔티브’에 맡기는 것이다. ‘30% 클럽 투자자 그룹(30% Club Investor Group)’은 투자자들이 다양성에 접근하는 방식을 조율하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총 18개국에서 여성 이사 비율 30%를 달성하는 등 많은 결실이 있었다.

아시아에서의 30% 클럽은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에서 활동 중이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사회가족개발부 산하 이사회다양성위원회는 여성 이사 비율을 지난해 20%, 오는 2025년에는 25%, 2030년에는 30%로 목표를 세웠다.

산드라 보스 총괄은 한국에 기대하는 바도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국가에서 증권거래소와 규제당국, 시장 참여자들이 여성 이사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등 진일보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발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00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5.2%에 그친다. 코스피 200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4.5%에 그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9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성이 전체 노동인력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여성 임원은 4%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산드라 보스 총괄은 “고위급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직원들이 고위급 임원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성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여성 승진 장애물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60년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성장할 만큼 인적 자본이 뛰어난데 중국 등 부상하는 국가로부터 수출주도형 경제가 도전받고 있는 지금 상황에 한국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해 인적 역량을 더 끌어올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순히 수를 맞추고자 이사회에 여성을 끼워 넣는 식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산드라 보스 총괄은 “이사회에 유일한 여성 이사로서 그저 상징적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며 “의사결정을 주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여성 이사를 선출하기만 하는 것은 블랙록 고객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장으로서, 이사장으로서 더 많은 여성이 의미 있는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에게도 의사결정권이 주어져야 하고, 예외 아닌 표준이 돼야 하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번 콘퍼런스는 경제신문 <이투데이>와 (사)여성금융인네트워크가 주최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물결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책임과 이사회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 등 국내외 여성‧금융권 전문가들이 모여 내년 8월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두고 금융계 고위직의 다양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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