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16일 기준금리(FFR)를 제로수준(0~0.25%), 초과지준부리(IOER)를 0.1%, 역레포금리(RRP)를 0%로 현 수준에서 유지했다. 참석자 전원(10명) 일치였다.
다만 지난 11월 FOMC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있어 기대를 모았던 자산매입 만기 확대에 대해선 변화를 주지 않았다.
12월 FOMC에서 우선 주목을 받은 대목은 자산매입과 관련한 '정성적' 가이던스 도입이었다.
■ 연준, 자산매입 상당기간 지속...양적완화 조속한 시간 내에 거둬들이지 않는다
연준은 자산매입을 기존 '수개월간' 유지에서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을 이룰 때까지 최소 국채 800억 달러와 MBS 400억 달러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 궁금해하던 '정량적 기준'에 대해선 밝히지 않으면서, 자산매입과 관련해 정성적인 결과 기반(qualitative outcome-based) 포워드가이던스로 전환한 것이다.
연준은 정책 변화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테이퍼링이 시작되기 상당한 시간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연준의 자산매입 경로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다수 위원들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장기금리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준의 이번 '정성적 가이드라인'은 양적완화(QE)가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이는 최근 시장 일각의 '연준 테이퍼링이 빨리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식시키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최근 미국 쪽에선 내년 하반기에 연준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2022년 중엔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강화됐으나 FOMC가 이같은 예상이 빠르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준은 자산 매입규모 축소와 만기연장을 병행하는 캐나다 방식에 대해서는 소극적(not high on the list of policy options)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 연준, 조속한 금리 인상에도 일단은 선 그어
내년에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글로벌 경기 정상화를 앞당기면서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빠르면 내후년 정도에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연준이 대외적으로 내비친 스탠스는 예상보다 도비시한 쪽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까지 상당한 시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자산매입과 관련해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의 '상당한 진전'을 거론한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의 자산매입 속도조절은 2022년 하반기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보다 6개월 이상 현행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천명한 것"이라며 "연준은 또 경기 확장이 길어지는 것을 원한다고 밝혀 물가가 2%에 도달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연준의 입장을 감안할 때 연준의 첫번째 금리인상을 구경하기 위해선 2024년 초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2023년 정도에 코어 PCE가 2% 도달할 것으로 보면서, 연준이 2024년까지 제로금리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경제 전망은 이전보다 낙관적으로 진전됐으나 긴축을 암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준은 완화적이었다"면서 "채권매입 가이던스를 보다 강하게 제시했고, 12월 점도표는 여전히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지난 8월 AIT(평균물가목표제)를 들고 나온 가운데 제로금리에서 벗어나기까지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점이 강하다.
■ 연준, 자산매입 스탠스 강화 가능성과 가능한 시점은...
지난주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1%에 근접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빠르면 12월 FOMC에서 연준이 자산 매입(QE) 듀레이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즉 시장 일각에선 연준의 매입 채권 내 장기채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으나 FOMC는 2021년 성장률, 물가 전망치을 모두 상향 조정하며 기존 정책을 동결했다.
FOMC 이후 미국채 시장은 연준이 장기물 매입 규모를 늘리지 않은 데 실망해 약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경우 장기물 매입 비중을 늘릴 수 있다"고 발언하자 금리 상승폭을 축소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도비시한 성향의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이 되고 파월과의 공조가 강화되는 점을 감안해 경기 회복세에 흠집이 나면 양적완화가 강화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일단 연준은 바뀌는 정부의 재정정책을 보면서 공조를 취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연준은 자산매입과 관련된 포워드 가이던스 변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연방기금 점도표 변화 등을 통해 통화정책의 조기 정상화에 대한 우려는 상당부분 불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물가 전망이 보수적인 편이었던 가운데 코로나19와 관련된 경제 불확실성이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등을 감안하면 통화완화 기조는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
연준은 경기 상황을 흐름과 금리 움직임 등을 지켜보면서 행동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물 채권 매입 확대나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도입 등 추가 정책이 부재한 이유는 아직까지 해당 정책이 제시될 만큼 장기물 금리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YCC같은 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추가 재정 부양책을 포함해 2021년 예산안에서 확장재정이 구체화돼 국채 수급 부담과 경기 및 물가 상승 기대가 고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함께 확장 재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금리 상방 압력이 부상할 수 있다면서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이 확대돼 재정 정책 부담이 커지는 경우 YCC 같은 정책이 후행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일드 커브 뒤에 숨었으며, 당분간 추가 완화 없이 현재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 연구원은 "연준이 AIT를 도입한 중요한 이유는 명목금리가 아닌 실질금리 통제로 나아가겠다는 뜻이었다"면서 "명목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동반된 금리 상승이라면 연준 추가 개입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명목금리가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과도하게 상승하며 실질금리가 성장을 제약할 때가 연준 추가 완화 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실질 금리가 다시 -1%p를 소폭 하회한 가운데 2021년 1분기는 국제유가를 중심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실제로 BEI(10y)는 이미 1.93%p까지 확대됐으며, 우리는 2021년 1분기 중 BEI(10y)가 2.3~2.4%p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실질금리가 성장을 제약하는 시점은 2021년 1분기 말~2분기가 될 것으로 보면서 그 전까지는 현재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 연준의 강화된 경기회복 자신감...완화정책에 계속 기댈 수 있나
파월 의장이 보인 표면적인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경기 자신감이 강화된 점을 주시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에 대한 예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성택·홍서희 연구원은 "연준이 도비시한 기조를 유지했지만 보유자산의 만기연장은 미결정했다"면서 "연준은 2021년과 2022년 성장률 전망을 상향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준은 경제전망과 관련해 성장률 20~22년 상향, 실업률 20~23년 하향, 코어 PCE 물가 21~22년 상향 등을 발표했다"면서 "정책금리는 점도표상 2023년까지 동결을 시시했으나 23년 인상 의견은 4명에서 5명으로 확대됐다. 2023년 금리인상을 전망한 위원 수가 증가해 다소 호키시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백신이나 치료제 등으로 코로나 퇴치가 빨라진다면 언제든 분위기는 또 변할 수 있다"면서 "연준이 표면적으로 도비시한 스탠스를 유지했지만, 내년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빨라진다면, 다시금 연준 스탠스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