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9일 달러/원 환율은 오전 11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1.10원 내린 1,084.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 초 보합권에서 등락하다가 미 부양책 협상 진전 소식에 따른 약달러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밤 뉴욕장 마감 이후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공화당 측과의 부양협상이 좋은 진척을 이뤘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장 마감 후 성명을 통해 "펠로시에게 주-지방정부 지원 및 사업주 면책 항목이 포함된 9160억달러 규모 부양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므누신 말한 이 두 항목은 여야 합의에 걸림돌이 돼온 최대 쟁점들로 민주당은 주-지방 정부 지원을, 공화당은 사업주 면책 항목을 각각 요구해왔었다.
이에 아시아 금융시장은 리스크온 분위기가 되살아났고, 브렉시트 합의 불발에 따라 이어온 달러 강세 흐름도 한풀 꺾였다.
서울환시 역내외 참가자들도 미 부양책 합의 진전 소식에 숏에 관심을 두고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자들도 주식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달러/원 하락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다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에 공격적인 숏포지션 구축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686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5177위안을 나타내고 있고, 달러인덱스는 0.07% 떨어진 90.90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86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 달러 약세 전환에 숏마인드 꿈틀
미 부양책 협상 진전 소식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숏마인드도 되살아나고 있다.
미 부양책이 연내 타결되고 자금 집행이 이뤄질 경우 달러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미 부양책 기대는 아시아 거래에서 미 주가지수선물 상승까지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시장에 숏마인드가 빠르게 퍼지진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미 부양책 재료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브렉시트 협상을 앞둔 탓에 의미있는 하락세를 나타내진 못하고 있다"면서 "이에 달러/원 역시 낙폭이 제한되는 형편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지만 외국인 주식 순매수 전환과 코스피지수 상승폭 확대로 시장에는 숏마인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시장 수급 역시 공급이 우위를 보이고 있어 달러/원의 하락 움직임은 유효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오후 전망…백신 접종과 부양책이 코로나19 악재 압도
오후 달러/원 환율은 1,085원선 아래서 좁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가 상존해 있지만, 백신 접종과 함께 자산시장 내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미 부양책도 연내 협상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어 서울환시는 달러/원 하락 분위기가 오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렉시트 협상 이슈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달러화의 움직임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부진 역시 달러/원 추가 하락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0.5% 하락했다. 예상치(보합)와 직전월(+0.5%) 기록을 모두 하회하는 결과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백신 접종과 부양책 협상 진전 재료가 시장 전반에 악재를 압도하고 있다"면서 "중국 CPI부진에 달러/위안 하락이 제한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의 상승폭 확대에 따라 달러/원의 하락세는 장 후반에도 큰 변동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