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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추석과 2만원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9-29 15:17 최종수정 : 2020-09-2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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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22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는 1961년 이후 59년만에 처음으로 추경이 4번이나 편성된 역사적인 해가 됐다. 사실상 한국이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을 꾸린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는 3월 17일 1차 추경(11.7조원), 4월 20일 2차 추경(12.2조원), 7월 3일 3차 추경(35.1조원)에 이어 7조 8,147억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다.

4차 추경 추진 당시 세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항목은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주기'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결국 '16~34세와 65세 이상에게 주는 것'으로 수정됐다.

국회는 대신 전국민에게 2만원씩을 못 나눠준 게 아쉬워서인지 중학생 1인당 15만원까지 아동특별돌봄비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무조건 돈 많이 주는 것'을 진보주의의 본령인양 착각하고 있는 일부 소수 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논란이 뜨거웠던 통신비 문제는 그렇게 처리가 됐다.

■ 2차 추경의 씁쓸한 추억..그리고 한국인의 천박성(?)
아무리 작은 돈이라고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내 주머니가 두둑해도 웬만해선 공돈을 준다면 기꺼이 받고자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 생색내던 그 돈이 원래 내 돈, 우리 국민들의 돈 아니었던가. 빚까지 냈던...

올해 2차 추경의 결과는 그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통령은 1차 재난지원금(2차 추경)을 지원하면서 여유있는 사람들의 '기부'를 당부했다.

국민을 위하는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 많은 고위공무원들이 그 돈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의 '기부 독려'에 동참하지 않았다.
결국 99%를 넘는 국민들이 그 돈을 수령했다. 독거 노인이나 결식 아동들도 그 돈을 탔고, 서울 강남의 수십억 아파트 주인도 그 돈을 탔다.

주변에 있는 진짜 진보주의자를 자임하는 한 지인은 한국민의 '천박성' 혹은 '천민 근성에 물든 한국식 자본주의'를 욕했다. 그는 사실상 모든 국민을 그 돈을 기부하는 대신 쓰기로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기부에 인색했던가요? 우리는 IMF 금 모으기에 동참했던 위대한 국민 아니었나요? 수십억 재산가들도 그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그는 '보편적 복지' 차원의 접근, '지원 대상자 선별시 드는 행정적 비용 절감 필요성' 등을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는 필자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실은 99% 이상이 직접 썼다는 대목에서 '국민성의 천박함'을 운운하는 지인이 속 좁아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가족에게 100만원이 돌아가고, 혼자 사는 사람에겐 40만원이 들어왔던 그 돈. 그 돈을 누구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대부분 알뜰하게 자신과 가족을 위해 썼다. 정부는 그렇게 쓴 돈들이 힘든 자영업자 등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 자위했다.

나라 곳간은 자꾸 위태로워지지만,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혹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괜찮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OECD 등 잘 사는 나라들 모임에서 한국은 칭송 받고 있는 국가라는 말도 빠뜻리지 않았다.

정부는 그런 말을 하면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지만, 주변에서 본 적지 않은 사람들은 정부의 그 말을 걱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 사람들이 산수나 제대로 했을까 하고...

어찌됐든 정부는 그렇게 마음이 따뜻했고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가짜 진보 때문에 진짜 진보가 설 땅을 일었다는 '속좁은' 지인은 이런 행태를 개탄했다.

"2차 추경에서 우리는 '천민 자본주의'를 적나라하게 인증했어요. 그리고 말만 진보인자들의 무능함, 그리고 천박한 인식도 다시 한번 확인했고요. 나라 곳간 거덜내고 국민 돈 흥청망청 쓰면 진보인가요?"

그러면서 2차 추경의 씁쓸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혹은 반드시 돈을 받을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주기 위해 국가의 미래 저금통을 허무는 자들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같은 국민에 대해 느낀 이질감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강남의 값 비싼 아파트 살면서 재난지원금 받겠다고 줄 서 있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21세기 한국경제의 포스트 모던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대통령의 '작은 정성' 언급에 화가 난 사람

4차 추경(2차 재난지원금)을 추진하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통신비지원은 정부의 위로이자 작은 정성"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마음씨 좋은, 가슴이 따뜻한 대통령을 가진 데 대한 자부심을 느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대통령의 감성적인 언어에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도 있었다.

좀더 격렬한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었으니, 이런 부류의 국민은 언어의 오염에 대해 개탄했다. 다른 지인은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아니면서 분개했다. 공복(公僕)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이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준다는 그 돈은 내돈, 국민의 돈 아닙니까? 왜 심부름꾼이 주인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다시 주인에게 주면서 생색을 내는 것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사회안전망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것이나 고아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로 효과도 없는 단 돈 몇 푼(몇10만원, 백만원 등이 크다면 크다)을 반드시 필요도 없는 사람들에게 뿌리는 건 재정낭비라면서 개탄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 본격적으로 막 올리는 기본소득 시도..뒷감당 우려

이달 17일 더불어시민당 시대전환 비례대표 조정훈 의원이 전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달 최소 3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기본소득 제정법'을 대표발의했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본격적인 입법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세계은행, 여시재 등에서 일했던 조 의원의 이 법안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소속 의원 10여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당의 압승시 기본소득이 사회 이슈가 되리라는 사실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조 의원이 그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2029년엔 최소 월 50만원을 주자는 내용도 담았다. 재원이 부족할 경우 국회 의결을 통해 장기 차입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향후 AI를 탑재한 '생산수단'을 가진 자들이 모든 부를 가져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노력해도 안 되는 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불편한 사람들 역시 많다. 기본소득을 제대로 정착시킨 나라도 없는데, 왜들 이렇게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지 못해 안달이냐는 비판도 많다.

무엇보다 저출산으로 미래에 '세금을 낼 인력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무원(군인)들을 위한 연금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의 '미래 재정'이 꽤나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서 재정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고 털어먹을 생각만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통신비 2만원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면 1조원의 돈이 든다. 자, 그럼 어디서 기본소득을 월 30만원이나 마련할 수 있을까.

지방세 등에서 일정 부분을 떼내 기본소득지급을 위한 재원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용' 세금의 등장으로 다른 사업을 위한 세금이 부족하면, 그 돈 마련을 위해선 세율을 올리든지, 또다른 세원을 확보해서 충당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결국 이런 '포퓰리즘'적 정책 접근은 결국 돈이 부족하면 중앙은행에 손을 벌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본소득은 한번 시작하면 결국 한국은행이 돈을 대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본소득은 정말 반대합니다. 이건 물리면 계속해야 하고 회수도 안 됩니다. 한국은행으로서도 큰 골칫거리를 떠안게 되는 것이고요."

유럽 선진국들이 기본소득을 테스트해 보다가 접는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왜 한국이 몸소 아바타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최저임금 2년만에 30% 올리기 실험, 기본소득 등 굳이 앞장서서 하지 않아도 되는 실험을 왜 자꾸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념의 이름으로 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은행 직원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일부 학자나 언론은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에서 중앙은행도 전향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했죠. 근데 기본소득은 네이밍이 다분히 이념적인데, 실은 현금살포입니다. 효과가 의문시 되는 제도이며, 이런 식의 논의만 지속하면서 나라가 시끄러워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부 사이즈가 불가역적으로 비대해지는 상황입니다. 한번이 어렵지, 다음엔 유사한 사태 발생시마다 기본소득을 들먹이게 될 겁니다."

■ 공돈 마다하는 사람 없지만...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에 써야 한다는 게 상식적

이달 초 정부가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씩 준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안 그래도 1,2,3차 추경을 실시한 마당에 시급한 일에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전국민에도 전화요금 내라고 2만원씩 준다니...

금융시장에서도 적자국채 더 찍는다는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정부는 뭔가 국민에게 잘 보이고 싶었으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생색을 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은 돈 쓰는 정책에 대한 비판을 '코로나19'라는 방패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정부도 훨씬 과감해진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꼭 돈을 써야 할 곳에' 쓰길 바랬다. 확장 재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것을 굳이 막지 않을 사람들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때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적 교감을 했던 안철수닫기안철수기사 모아보기 국민의당 대표는 '2만원 논란' 당시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일갈하기도 했다.

"통신비를 지원해 드릴 거라면 정말 통신비 2만원도 부담되는 분들을 지원해 드려야 합니다. 그러고도 여유가 있다면 원격수업에 필요한 장비 하나 사는 것도 부담스러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10만원 짜리 쓸만한 태블릿에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 탑재해서 하나씩 지원하는 것이 낫습니다. 전국의 초중고생 539만명 중 하위 30%를 기준으로 162만명에게 지급할 경우 9천억원도 아니고 1500억원 정도면 해결됩니다."

안 대표 말처럼 2만원은 누군가에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이다. 그는 정상적인 정부라면, 안 그래도 어려운 나라살림에 한푼이라도 아껴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 현금살포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

전국민 혹은 일반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혹은 이런 행위가 실제로 경기 회복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일단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저소득층, 꼭 필요한 계층'에 돈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저소득층은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현금살포시 전체적으로 소비 진작을 통한 성장 기여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고소득층은 약간 희생해야 한다. 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위 혹은 고소득자의 과세 부담이 높아지는 경우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국가재정도 신경을 써야 한다. 통화 증발, 혹은 국가 채무 증가로 인해 현금 살포가 장기적으로 일으킬 부작용을 살펴봐야 한다.

현금 살포로 재정이 위태로워지면 환율이나 국가신인도가 영향을 받는다. 심각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돈을 아껴서 쓰되, 반드시 필요한 곳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현금 살포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면서 경쟁이 가지는 '미덕'(경쟁을 하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 개인의 경쟁력이 생긴다)을 저해하지 않는지 늘 고민을 해야 한다. 또 이런 국가의배분 정책이 기업투자와 같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부분과 트레이드 오프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규모) 등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곧 추석 명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 방문을 포기하고 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내가 코로나에 걸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나로 인해(나와 같은 사람들로 인해) 고향 친지들이 역병에 걸린까 두렵다'는 말을 한다.

정부의 정책엔 '이성'이 필요하고 추석 명절엔 '감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추석 명절에 감성 대신 이성을 택하고 있다. 고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반면 우리의 정부는 정책을 펴는 데 있어 이성 대신 감성에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4차 추경이 남긴 '2만원 논쟁'이 나라 살림살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논란의 2만원은 특정 정치 세력이 선심 쓰듯이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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