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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위험·안전자산 동반 강세 이끈 거대한 유동성...자산 인플레와 시장 왜곡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8-03 14:44 최종수정 : 2020-08-03 16:16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세계가 거대한 유동성 장세를 목격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오지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풀어제친 돈들은 주식, 부동산, 채권, 금, 암호화폐 등의 가격을 띄웠다.

여기에 각국 정부도 재정정책을 통해 윤활유를 더 공급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각종 자산가격이 랠리를 벌였으며 과잉 유동성에 기반한 자산시장 랠리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위험자산, 안전자산 가리지 않고 자산가격이 오른 것은 그 만큼 풀린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진단도 끊이지 않았다.

■ 유동성 장세...이젠 재정정책을 봐야 할 때

자료: 신한금융투자

자료: 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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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1차적으로 민간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민간이 신용 활동을 통해 유동성 규모를 키운다.

이렇게 늘어난 유동성은 실물경제에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두드러진 현상은 금융시장의 주식, 채권 등 가격 변수의 상승이다. 풀린 돈들은 자산시장에 몰려와 자산 인플레이션을 강화시켰다.
한국에선 역대 최대폭의 수도권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여력이 적지 않게 소진되고 국내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정부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광의유동성과 명목 GDP 간의 차이가 금융시장으로 유입된 유동성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저성장과 함께 과잉 유동성이 심화됐다"면서 "지금은 제한된 통화정책 여력, 실물경제 충격으로 촉발된 위기에 따른 통화 정책적 대응의 한계 등으로 앞으로 재정정책이 유동성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재정정책이 지닌 유동성 공급 효과에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담보하면서 재정 지출만큼 유동성 공급이 증가한다"면서 "확장 재정기조가 지속되는 한 느린 경기 회복에도 과잉 유동성에 기반한 자산가격 랠리는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출로 인한 유동성 창출은 세수 또는 국채 발행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 또 국채 발행 증가 부담 등에 시장금리가 상승하거나 경기 진작 효과가 미미할 경우 시중유동성은 위축될 수도 있다.

하 연구원은 그러나 "지금처럼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보장될 경우 정부 지출에 따른 민간 유동성 공급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면서 "국채 발행 부담을 중앙은행이 민간을 대신해 민간 유동성 회수는 사라지고, 정부 지출에 따라 유동성 공급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앞으로도 지속된다. 미국이 대선 이후 인프라 투자를 늘릴 예정이고 유럽은 7,500억 유로의 회복기금을 통한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한국정부는 향후 수년간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예고하면서 '한국판 뉴딜'이라는 정책 브랜드를 홍보 중이다.

■ 유동성 장세...어떤 자산이든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연초 대비 20% 넘게 빠졌던 세계 주가지수는 3월 저점 대비 30% 넘게 반등했다. 주가는 연초 수준으로 복귀했다.

MSCI 세계지수의 12개월 예상 PER은 20배를 상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기업의 미래 이익보다는 넘치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위험자산의 반대 쪽에 있던 미국국채 가격도 끌어올렸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치 경신흐름을 보이면서 0.5%를 향해 내려갔다. 국내 국고3년물과 국고5년물 금리 등은 사상 최저치 경신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선 당분간 달러 약세를 기본 배경으로 유동성의 힘에 의한 위험자산, 안전자산 동반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최근엔 위험·안전 자산군(에셋 클래스)가 공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특정 자산군 내에서도 더 위험하거나 안전한 자산이 같이 움직이기도 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모두 가격이 상승한 배경에는 유동성 공급과 달러 약세라는 배경이 작용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와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을 했으며, 지금은 전세계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자산과 안전자간의 동행이 지속될 것"이라며 "달러 약세 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원자재 수요 비중이 큰 중국의 수요 회복 기대감 유입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사상 최고치로 오르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금에 대해선 "자산배분 차원에서 비중의 추가 확대를 권고한다"면서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유입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버냉키가 열어젖힌 유동성 중독의 세계

다만 세계 각국 정책당국의 금융시장 지배 현상이나 인위적인 자산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치투자의 구루로 통하는 유명 투자자 세스 클라만(Seth Klarman)은 최근 연준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투자자 레터를 발송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클라만은 레터에서 "연준이 투자자들은 '아이'처럼 대우했으며, 실물경제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기괴한' 시장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클라만은 펀더멘털은 끔찍한데 투자로 돈을 벌겠다는 투자자들의 사기는 충천해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초현실적이란 말로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클라만의 이같의 불만은 시장이 탠트럼(tantrum)을 일으킬 기미라도 보이면 연준이 전능한 힘을 발휘해 사람들을 달래는 시늉을 해야 하는 이상한 구도 때문이었다.

물론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예컨대 주식이나 주택저당증권(MBS) 숏에 베팅하고 싶은데, 정책가들의 인위적인 힘에 의해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사실에 대한 불만 표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간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에 벤 버냉키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가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정책을 편 뒤 다른 나라도 따라할 수 밖에 없는 구도를 만들었고, 결국 전세계가 유동성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르핀 과잉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에 빠졌다가 회복될 때 사람들이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을 칭송했지만, 버냉키는 세계를 상시적 모르핀 중독 상태로 만든 위험한 실험을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가 흔들리면 금리를 제로로 만들거나 양적완화를 하는 식으로 정책가들은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말았다"면서 "지금 우리는 이런 정책을 당연시하고 있으나 과거엔 이러지 않았다. 우리는 잘못 길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통화완화를 덜하고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어지도록 했으면 세계경제의 기초 체력은 지금보다 훨씬 건강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거나, 경제가 스스로 일어서는 것을 지원하기보다는 특정 방향으로 경제나 시장을 인도하려고 하면서 부작용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정책 패턴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이러다보니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각국 중앙은행, 정부로 인해 이제 유동성 과잉을 상시적인 변수로 보고 접근하는 모습들이 적지 않다.

B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주식과 채권, 금 등의 동반 강세는 결국 유동성 효과"라며 "경기 상황보다 유동성의 힘이 시세를 조정하다보니 정부, 중앙은행에 시장이 종속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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