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장태민 칼럼) 21번째 부동산 대책과 이미 절망한 개구리와 가재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6-23 13:48 최종수정 : 2020-06-24 18:35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다들 병든 병아리 마냥 축 쳐져 있던 2020년 5월의 어느 날.

서울의 반전세에 사는 A씨가 가까운 친척의 불로소득을 부러워 하면서 푸념을 늘어 놓았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친척이 1년도 안 되서 3억을 벌었어요. 작년 여름 5억에 산 아파트가 올 봄 8억이 됐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구리가 고향인 A씨는 자신도 빚을 내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살 수 있었던 아파트를 사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아파트값 폭등을 서울의 일이라고 여겼다가 주변의 친척이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보고 큰 상처를 입었다.

A씨는 결국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은 사람에겐 희망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좌절하고 말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른 데다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이 재상승 기미를 보이자 놀라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진다고들 난리를 치지 않았어요? 경기는 안 좋은데 유독 아파트 가격만 오르네요. 정말 한국이라는 나라 이래도 되는 건가요?"

서울에, 그리고 경기도의 그 넓은 땅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널려 있지만, A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엔 예상도 못한 자신의 신분 강등을 받아들이면서 씁쓸해했다.

노동을 해서 버는 돈은 참으로 볼품없어져 버렸다. 아파트 값 폭등으로 노동 가치는 옛날 개떡(가난하던 시절에 즐겨먹던 떡)처럼 폭락했다.

▲ 21번째 부동산 대책

정부는 2020년 6월 ‘6.17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12.16 대책 이후 반 년만에 다시 부동산 ‘종합대책’을 선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려 21번째로 나온 대책이었다.

이번 대책에도 다시 한번 강도 높은 규제방안이 담겼다.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인 경기, 인천, 대전, 청주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로 지정한 내용 등이 눈에 들어왔다.

집값이 오르면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과거의 패턴은 반복됐다. 정부는 서울 삼성역 일대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강수까지 빼들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무주택자는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여받았다.

1주택자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신규주택으로 전입하라는 명령서를 받아들었다.

갭투자 방지를 위한 전세자금대출보증 이용에 대한 제한도 강화했다. 12.16대책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정책을 내놓은 뒤 규제 강도를 좀더 높인 것이었다.

이번 대책에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도록 했다. 전세대출을 받은 뒤 이런 규제지역에서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살 경우 전세대출을 바로 회수하기로 했다.

법인에 대한 규제를 대폭 확대한 것도 큰 특징이었다. 우선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을 막아버렸다. 또 종부세율을 높이고 공제를 폐지하기로 해 사실상 법인을 이용한 주택 주택 투기를 차단하는 강도 높은 카드를 선보였다. 실질적인 다주택자들이 법인을 활용해 세금을 피해가려는 꼼수를 봉쇄하려는 의도였다.

▲ 소를 여러 마리 잃어도 고쳐지지 않는 외양간

다시금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은 뒤 청와대는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정책실장을 통해 경고 발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실장은 21일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고, 정책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서울의 집 없는 절반에게 급등한 아파트 가격은 이미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 돼 있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을 통해 ‘확실한 계급사회’를 구현하는 데 성공한 상태였다. 이들에겐 강남의 비싼 아파트가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 사람들의 절반은 자기 집이 없으며, 서울의 거주수단 중 아파트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A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강남 아파트가 50억을 하든 100억을 하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미 다른 세상이니까요. 그런데 서울의 모든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을 했어요. 단시간에 아파트 가격을 이 따위로 만들어 놓으면 직장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집값이 이 지경이면 부자 부모를 만나지 못한 젊은이들은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웁니까?”

이미 소를 여러 마리 잃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외양간을 고치지 못했다.

▲ 수급 원리 이해 못한 정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가 중심이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는 규제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 정부가 세상 모든 가격의 결정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집값이 폭등할 위험이 있을 때는 수요를 꺾는 정책과 함께 과감한 공급책을 제시해야 한다.

공급은 기존의 집 소유자가 집을 팔 수 밖에 없도록 하거나 신규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두 종류’의 공급 정책 모두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

수요에 대해선 이해 부족이었다.

과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주택 보급율 100%’ 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는 별 의미가 없다. 서울의 많은 무주택자, 빌라 등 아파트 외에 거주하는 사람들 등 ‘수요’는 상당히 많이 있었다.

정부의 정책은 규제 중심이었으며, 풍선효과와 빨대효과는 끝 없이 반복됐다.

풍선효과는 마치 풍선을 누르듯이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규제하면, 인근의 규제가 약한 지역 아파트 가격이 뛰는 현상을 말한다.

빨대효과는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의 균형개발이 아니라 특정 잘나가는 지역으로 몰리는 현상이다. 정부의 규제 범위가 넓어질수록 강남 등 핵심 주변의 아파트가격이 더 오르는 현상을 빨대효과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큰 인기를 얻었던 재테크 비법 ‘똘똘한 한 채 전략’은 전형적인 빨대효과라고 할 수 있다.

▲ 늘 투기의 기회를 열어두는 마음씨 좋은 정부..확실한 계급 나누기

정부는 늘 여지를 남겨 두는 규제책을 내놓았다.

6.17 대책에선 경기도의 많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김포, 파주 등은 갭투자자들의 ‘먹잇감’으로 남겨뒀다.

대책이 나온 뒤 김포시 한 아파트 단지에선 4억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전용 84㎡의 아파트의 호가가 5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정부는 마치 모든 '아파트 소유자'들을 상층 계급으로 끌어올리고 무주택자나 좋지 못한 주거수단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층 계급으로 확실히 구분 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조국 전 법무장관의 말 대로 아파트가 없는 사람은 ‘개천에서 용 될 생각하지 말고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도록 하는 정책’이었다.

용은 못 되더라도 이무기라도 되고 싶었던 사람들의 꿈을 꺾어버렸다.

▲ 코로나19 우려하는 사이에 일어난 유동성의 반란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금리인하와 넘쳐나는 유동성’의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모든 정책들이 경기 부양에 맞춰지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매수를 늘릴 가능성이 높았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와 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 등이 급등한 아파트 가격을 더 밀어올릴 우려가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인 2020년 3~5월 단 3개월 동안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대출은 42조원으로 1년전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이밖에 자금 용도를 제한하지 않는 각종 대출로 이 돈들이 부동산, 주식시장 등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3월과 5월 기준금리를 75bp 내리고 유동성을 확대하자 5월부터 아파트 매매가격 뿐만 아니라 전세가격까지 급등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풍부한 유동성은 서울 뿐만 아니라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 비규제지역으로 흘러 들어가 아파트 가격을 띄웠다. 청주와 대전 같은 도시가 이런 부류에 속했다.

자금의 현금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M1(협의통화)/M2(광의통화) 비율이 33%를 넘어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여기에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주택거래량이 수도권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2배 치솟했다. 방황하는 돈들이 많은 상황에서 총알이 더 공급되자 안전진단을 통과한 지은 지 30년 넘는 재건축 단지 아파트도 들썩였다.

이런 점 때문에 6.17대책이 나오긴 했다. 이번에도 강도 높은 규제책을 시장을 위협했으나 ‘돈의 물꼬’를 돌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사람이 많다.

▲ 이미 신뢰 상실한 정부 정책

심리적인 효과도 컸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규제정책이 나올 때 ‘일시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는 듯하다가 다시 뛰는 현상을 계속 봐왔다.

이러다 보니 강력한 규제가 나오더라도 풍선효과와 빨대효과를 고려해 대응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났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상당부분 상실돼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 곳의 아파트나 단독주택, 토지 등을 샀다. 이런 곳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뒤엔 다시 중심지역이 오르는 빨대효과가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강력한 공급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기 신도시나 사람들이 별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소형 평형을 충분히 공급했다면서 규제만으로 아파트 값을 때려잡겠다는 태도로는 ‘부동산 중심의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하는 것이다.

▲ 김수현의 ‘계급 나누기’ 전략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개발호재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인 뒤 지인 중 한 사람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계급 나누기 전략’ 얘기를 꺼냈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서 청와대에 입성한 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아파트 값 급등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시 부동산 정책을 맡아 수도권 아파트 폭등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냈다. 아파트 보유자들에겐 두 타석 연속 만루홈런을 친 MVP급 선수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값이 계속 폭등해 평범한 서민들은 서울 아파트를 꿈도 못 꾸게 됐다. 정권 출범 전만 해도 열심히 일해서 대출을 받으면 살 수 있었던 서울 아파트를 둘러싼 게임이 일단락되자(?) 김수현 전 실장의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김 전 실장은 ‘부동산은 끝났다’는 자신의 책에서 집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투표 성향 차이에 주목했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영국에선 보수당과 노동당의 투표 성향이 뚜렷이 갈라진다. 보수당이 자가 소유 촉진책을 편 것은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 부시 정권이 자산소유사회를 주창하면서 자가 소유를 촉진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에선)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된 고소득층은 한나라당에 주로 투표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민주당이나 야당이다. 이미 계층 투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자는 투표율이 매우 높은 반면 후자는 투표장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개발돼 아파트로 바뀌면 투표 성향이 달라진다. 한 때 야당의 아성이었던 곳들이 여당의 표밭이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 개구리와 가재들의 절망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가 일반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으로 폭등해 버리자 김 전 수석의 이런 말들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정부가 일부러 아파트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서 자신들을 지지할 ‘개구리와 가재들’을 관리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책에서 더 노골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부동산정책은 경제정책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정치이기도 하다.”

김 전 실장은 혹시 개구리와 가재가 서울 아파트는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들면서 민주당의 영원한 지지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김 전 실장은 이런 개구리나 가재들과는 다른 계급에 속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9년말 청와대 사람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변화를 조사해 발표하면서 “2017년 1월 9억원 하던 김수현 전 실장의 아파트가 2019년 1월 현재 19억 4천만원으로 뛰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주택정책을 이끌던 사람이 단 2년만에 재산을 무려 10억원 넘게 불리는 ‘신공’을 발휘했던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이 들썩이면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이미 본게임은 끝이 난 느낌이다.

부동산에 함몰된 ‘카지노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 상승을 꾀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제 훨씬 더 위험한 ‘연장전 승부’를 벌여야 한다.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의 출범에 망설임 없이 한 표를 던졌다는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아, 이 사람은 무주택자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이 사람이 6억원에 샀던 아파트가 단숨에 10억원을 넘겼다. 자신은 비록 아파트 소유자지만, 개구리와 가재의 희망이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한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정권은 진보정권과 무관합니다. 진정한 진보주의자는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 노동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진보주의자가 어디 있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엉망이었습니다. 서민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계층 사다리를 완전히 걷어차 버렸습니다. 무능한 데다 부도덕한 사이비 진보정권이지요. 집값이 올라서 좋냐구요? 거저 운 좋게 아파트를 샀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릴 뿐입니다.”

(장태민 칼럼) 21번째 부동산 대책과 이미 절망한 개구리와 가재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칼럼) 21번째 부동산 대책과 이미 절망한 개구리와 가재


자료출처: 정부

자료출처: 정부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