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대비 서버 증설까지 했는데…카드사 인증 지연·실수 기부 몸살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동의하라고 해서 다 했는데 마지막에 기부가 완료됐습니다라고 떠서 황당하네요."

"잘 신청된줄 알았는데 보니 작은 글씨로 기부라고 되어있네요. 이럴거면 재난지원금 신청은 왜 받나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째날인 어제(11일), 오늘(12일)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지연, '실수 기부' 취소 문의 등으로 카드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카드사들은 신청 급증을 대비해 비용을 들여 시스템 구축, 서버 증설 등을 완료했으나 통신사, 행정안전부 지침 등 외부 요인으로 고객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체크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으로 신청한 고객들이 실수로 기부를 선택해 카드사에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실수 기부'가 많아진 배경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마지막 페이지에 기부 선택이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으면서 고객이 단순 신청 마지막 단계로 혼동해서다.

실수로 기부를 선택했다는 누리꾼은 "신청 마지막 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기부 선택 이라고 되어있는걸 마지막에 봤다"라며 "이렇게 쓰면 누가 기부인줄 알겠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부를 선택했다는 점을 모르는 채로 하루가 지난 고객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취소 방법을 문의하기 위해 카드사 콜센터에 연락을 했으나 대기시간이 길어 연결이 안된다는 글도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기부 취소는 신청 당일 오후11시30분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한카드만 신청 다음날 오후6시까지 기부금 취소 접수를 받고 있다. 다음날 자신이 수령할 수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이 기부로 결정됐다는걸 인지한 고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취소기간 연장 청원을 올린 상태다.
카드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이 기부와 신청을 혼동할 것으로 예견해 구성을 바꿔야한다고 했으나 행정안전부 지침으로 현재의 구성으로 긴급재난지원신청금을 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서식은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카드사가 개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부 취소 기한인 당일 오후11시30분도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우리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KB국민카드, BC카드는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 취소가 가능하다. 삼성카드, 신한카드는 콜센터를 통해서만 취소 접수를 받고 있다.

하나카드는 혼동을 우려해 신청 전 팝업창으로 마지막란에 동의를 누르면 기부가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날 지연도 카드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한 통신사 본인인증 서버가 지연되면서 신청 단계가 넘어가지 않았으나 카드사에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신청 폭주에 대비해 카드사 자체 비용으로 시스템 구축, 서버 증설을 마친 상태인데 통신사 본인인증이 지연되서 신청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준비를 다했는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