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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코로나 사태로 만들어진 주식시장의 거대한 戰場...외국인과 개인의 열전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3-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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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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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코스피시장에선 외국인과 개인투자자의 포지션 대립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연초만 하더라도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쓸어 담으면서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1월20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1.9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에게 주식을 판 쪽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었다. 기관은 이 기간 3.7조원을 대거 순매도했다. 개인은 외국인과 비슷한 1.8조원을 순매수했다.

연초 분위기는 외인과 개인이 주식을 사고 기관이 파는 양상이었다. 올해 들어 1월 2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239.69로 3.0% 상승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처음 나온 1월 20일 이후 코스피시장의 전선(戰線)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 코로나 확진자 발생 뒤...외국인·기관 물량 받은 개인
1월 20일까지 단 3일만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확진자가 나온 뒤 팔자와 사자를 반복하면서 한국시장 매수에 대한 갈등을 키웠다.

연초엔 국내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었으나 중국 우한에서 세계 각지로 역병이 번져 나가면서 긴장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인의 주식 매매도 점차 매도 우위로 쏠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충격이 일시적일 것이란 낙관론이 사그라들면서 주식시장의 긴장감은 증폭됐다.

1월 21일부터 2월 20일까지 외국인은 한달간 1.6조원을 순매도했다. 연초 순매수했던 금액 수준을 한 달 만에 다시 판 것이다.
연초부터 매도 우위였던 기관은 변함없이 매도에 힘을 주고 있다. 외국인이 연초(1월2일~1월20일) 순매수했던 물량을 한 달 만에 순매도하는 사이 기관은 다시 3.7조원을 순매도했다.

코로나 우려가 확산되고 있을 때 개인이 기관과 외국인의 물량을 받았다. 개인은 4.7조원을 대거 순매수하면서 전염병을 우려하는 외국인과 기관으로부터 매도 물량을 넘겨 받았다.

코스피시장의 긴장감은 커졌으나 이 때만 해도 지수는 2,200선 내외를 오르락내리락했다.

■ 2월 마지막주부터 거칠어진 외국인 주식 매도 공세

2월 마지막 주부터 상황은 한층 거칠어졌다.

외국인의 대대적인 매도공세가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2월 마지막 주가 열린 첫날(24일) 외국인은 8천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지수를 80p 넘게 끌어내렸다. 외국인의 대대적인 매도 공세 5일만에 코스피지수 2천선이 무너졌다.

2월의 마지막 날 코스피지수는 2천선을 내주고 1,897.01로 미끌어졌다. 이후 3월로 달이 바뀌었지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누그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3월 초순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는 2천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외국인은 3월 9일 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1조 3,125억원이라는 가공할 일중 순매도를 보이면서 지수를 85p 이상 끌어내렸

다. 코스피는 1,954.77로 고꾸라졌다.

외국인은 매도 공세를 지속하면서 지지선을 하나둘씩 무너뜨렸다. 외국인이 두 번째 1조원이 넘는 순매도(1조 1650억원)를 기록했던 13일 지수는 1,771.44까지 고꾸라졋졌다. 지수 1,800선이 무너졌으나 외국인의 대대적인 매도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외국인은 17일 다시 1조원이 넘는 순매도(1조 3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수를 1,700선 밑으로 끌어내렸다.

이들의 기록적인 매도 속에 3월 19일 지수는 1,457.64로 고꾸라졌다.

■ 개인들의 외국인 매도 물량 받아내기

외국인의 매물을 받은 투자주체는 개인투자자였다.

외국인 매도 공세가 뜨거워졌던 2월 마지막 주부터 3월 26일까지 개인은 13조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은 15조원을 약간 넘었다.

2월 마지막 주부터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날은 3월 4일 단 하루 뿐이었다. 당시 순매수규모는 1,534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개인은 단 2일 순매도했을 뿐 충실하게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냈다.

개인들은 지수 2,200선, 2,100선, 2,000선, 1,900선, 1,800선, 1,700선, 1,600선, 1500선이 차례로 무너질 때마다 계속해서 들어왔다.

외인의 놀라운 매도 공세로 '빅 피겨'들이 속절없이 뚫릴 때 개인의 매수세는 한결 같았다. 그 사이 개인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지난주 정부는 10.7조원에 달하는 증권시장안정펀드의 출범을 발표했다.

외국인들은 27일 현재까지 17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24일엔 장중 내내 순매수를 유지하다가 막판 매도 우위로 전환하는 등 매도 공세의 강도는 이전보다 누그러뜨렸다.

정부 정책과 개인의 끈기 있는 매수 흐름 속에 1,500선 아래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1,700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 외국인과 개인의 거대한 戰場..새로운 탄환 장전한 개인투자자

개인투자자는 3월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시장에선 11조원 가량의 대거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2조원 가량을 순매도한 상황이다.

외인과 개인의 매도와 매수가 크게 부딪히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개인의 맷집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인의 고객예탁금은 3월 25일 현재 41조원을 넘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지난 3월 5일의 31조원에서 총알을 재장전 한 것이다.

사실 시중에 떠다니는 돈은 풍부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1월 기준 국내 부동자금을 1,287조원으로 추정했다. 현금통화, 요구불 예금, 1년미만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금액이다. 이는 광의의 통화, 즉 M2의 2,922조원 대비 44%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화력을 과거의 시각으로 볼 수 없다는 진단이나, 적어도 과거의 잣대로 개인들의 화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의 주식 매수규모는 이례적이며, 이는 기존 투자자금이 아닌 새로운 자금 유입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금의 원천 또한 신용융자와 같은 레버리지보다는 뉴 머니, 즉 신규 자금에 가깝다"면서 "일반적으로 투자자예탁금과 이중 미수금을 포함한 신용융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동행하지만 최근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마련한 주식투자용 자금은 '빚 내서 하는 투자'와는 거리가 있는 새로운 자금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 폭락을 저가매수를 통해 돈을 벌 기회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 외인과 개인의 거대한 싸움.."개인은 이긴 적이 없다" VS "과거의 개인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개인은 외국인과의 전투에서 패배를 반복해왔다.

이러다 보니 쉽게 기존의 틀을 바꿔서 개인의 매매 행태를 이해하는 게 내키지 않는 모습들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맞붙어 이기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번 개인들에게도 마찬가지 운명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주 주가지수는 빠르게 반등했다. 동시에 최근 개인들의 투자 행태(예탁금 등)는 여태 보지 못한 현상이어서 개인의 승패를 비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개인들의 주식투자 대기자금이 어마어마하다"면서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 빼는 사람들, 부동산과 비트코인에서 놓쳤던 기회를 이번 주식 저가매수를 통해 만회하려는 사람들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욕망을 내보인다"면서 "어쩌면 이번 폭락장이 돈을 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친 자신감을 갖고 접근하는 것도 경계했다.

이 매니저는 "사실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은 것에 비하면 미국 주식시장이 견조한 느낌도 든다. 최근 금융시장이 반등하는 모습도 좀 과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면서 "올해 미국 나스닥은 13% 빠진 게 전부"라고 했다.

여전히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보니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개인이 한층 결연한 의지로 맞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곧 출범하는 10.7조원 짜리 증시안정펀드도 있다. 이 펀드의 규모는 2008년 위기 당시보다 20배 큰 것이며, 4월부터 주가 방어에 나선다.

C 주식 매니저는 "증시안정펀드가 최소한 주가가 빠질 때 방어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여기에 개인들의 엄청난 주식 자금 등을 봤을 때 어쩌면 개인과 외국인의 대결에서 새 역사가 쓰여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가장 성능이 좋은(유동성이 풍부한) 글로벌 ATM기다.

최근 유가 폭락으로 환매에 시달리는 헤지펀드 등이 한국 등에서 급하게 돈을 마련하는 성격도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약한 고리가 한국민들에게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란 희망 섞인 얘기들도 들린다. 심지어 시중에선 개인투자자 주식투자 열풍을 동학농민운동에 비유한 말들도 오가는 실정이다.
주가 폭락 속에 만개한 주식투자 열풍이 개인들의 거대한 무덤이 될지, 한국 주식시장 역사에서 신기원으로 기록될지 관심이다. 돈을 벌고 싶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흥분이 불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한국 주식시장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지만, 최근의 '기현상'이 어쩌면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시각들이 엿보인다.

D 주식 매니저는 "사람들은 내 수중엔 돈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돈이 많다고들 한다. 약간 미심쩍기도 하다"면서 "주식시장에서 항상 외국인에게 졌던 개인의 역사가 바뀔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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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메리츠종금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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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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