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또다시 증가 추세를 보인 데다,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달러/원의 폭등을 유발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9일 달러/원 환율은 오전 10시 5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30.05원 폭등한 1,275.7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달러/원 개장 초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다,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하자 이내 상승폭을 줄이며 1,250원선 밑으로 잠시 내려서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 대응해 7천500억유로(1천031조 원) 규모의 '팬데믹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금융시장 충격을 일부 완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또다시 100명대를 넘어서며 시장 불안을 야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누계 8,565명으로 하루 사이 152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1일 242명 이후 최대이고. 전일 93명보다 59명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ECB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 기대도 옅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4%대 가까이 낙폭을 확대했고, 외화자금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현물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는 더욱 늘어나며 달러/원 폭등을 부추겼다.
달러/위안도 조금씩 레벨을 높여가고 달러/원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같은 시각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은 7.0885위안을 나타내고 있다.
■ 패닉 장세…달러 일단 사고 보자
서울환시는 그야말로 패닉 장세다.
역외뿐 아니라 역내 참가자들까지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고, 달러를 팔아야 할 수출업체마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아시아 금융시장이 일제히 리스크오프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미 주가지수 선물시장도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어서 세계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대책들이 무용지물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확인된 것도 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형국이다"면서 "현재 서울환시를 둘러싼 모든 재료가 달러/원 폭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오후 전망…개입 경계 속 1,280원선 터치도 가능
오후 달러/원은 외환당국의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달러/원이 외화자금시장 불안과 코로나19 여파로 폭등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분명 쏠림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국 입장에서는 미세조정이든 고강도 개입이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당국의 개입 강도인데, 구두 개입이나 제한된 수준에 달러 공급만으로는 시장의 달러 수요를 잠재우진 못할 가능성이 크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처했던 시장 개입 강도가 이어져야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며 "현재 외환당국 개입은 미중 무역전쟁 때 달러/원 변동성을 제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이대로라면 장중 달러/원은 1,280원선 터치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달러/원의 고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면서 "코로나19 확산세 진정과 정부가 시장에 달러 수요를 채워주는 것만이 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