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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임시 금통위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3-05 14:58 최종수정 : 2020-03-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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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월 금통위 당시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2월 금통위 당시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현지시간 3일 미국 연준이 긴급 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한 뒤 국내 이자율 시장에서도 한국은행이 긴급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베이비스텝을 벗어난 50bp의 금리인하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단행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한은을 주목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선 연준이 추가적으로 50bp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많다.

국내 이자율 시장에선 최근 3년 국고채 금리가 미지의 영역인 0%대까지 욕심을 내는 모습도 보였다. 시장 흐름 상 이미 4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는 당연지사로 보고 그 이상을 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채권시장의 강세론자들은 금통위도 연준처럼 비상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와 임시 금통위

이 총재는 전날 긴급 간부회의를 마친 뒤 "연준의 조치로 미국의 정책금리(1.0~1.25%)가 국내 기준금리(1.25%)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 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전개 양상과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안정화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총재는 2월 금통위 이후 달라진 정책여건 변화로 △ 지난주 후반부터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점 △ 이에 대응해 G7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들이 정책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미 연준이 임시 FOMC 회의를 열어 금리를 50bp 인하한 점을 거론했다.

하지만 총재는 임시 금통위 존재 가능성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임시 금통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순간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층 증폭될 수 밖에 없다. 한은이 자신들의 정책 결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임시 금통위 존재 여부를 미리 말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임시 금통위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자 한국은행은 전날 저녁 질의응답 답변을 통해 "한국은행은 최근의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임시 금통위 개최와 관련해서는 과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여부를 예단해 말하기는 어렵다"는 답을 내놓았다.

임시 금통위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적극 수긍한 것도 아니었다.

한은은 시장 일각의 임시 금통위 요구를 쉽게 받아주는 순간 시장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예컨대 기준금리 인하 룸이 50bp 정도 남았다고 한다면 한은은 이를 최대한 아껴서 사용할 필요도 있다.

예컨대 3월에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25bp 내리더라도 시장은 4월에 또 요구를 할 수도 있다. 많이 남지 않은 금리 인하 여력을 한은은 최대한 아낄 수 밖에 없는 처지처럼 보인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미국이 사실상 '제로' 금리 정책을 쓸 때 한은이 내린 정책금리의 하단은 2.00%로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 임시 금통위..'가능성의 문을 닫지는 말자'

여러 변수들의 흐름에 따라 임시 금통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인하한 때는 많지 않다. 예외적으로 '경기를 위협하는 큰 사건 이후'에 임시 회의를 통해 금리를 평소보다 큰 폭으로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1년 9월 9·11 테러 후 50bp,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75bp를 임시 금통위를 통해 인하한 바 있다.

한국은행법 제21조 제1항을 보면 금통위 회의는 의장(총재)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위원 2명 이상이 요구하는 경우에 의장이 소집한다고 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통화완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50bp 전격 인하 이후 이웃 나라인 캐나다도 50bp나 금리를 내렸다. 오는 17~18일 정례 FOMC에서도 금리 인하가 기대된다는 의견이 많다.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이 높다고 본다면 임시 금통위 가능성을 완전히 닫기 어려운 것이다.

현 시점에선 △ 코로나19 사태의 전개 방향 △ 주식, 채권, 외환 등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 미국의 3월 정례 FOMC △ 추가경정예산의 편성 등이 임시 금통위의 존재 여부를 가늠할 변수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예상을 웃돈 점이나 미국이 예상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한 점 등으로 국내 통화정책을 둘러싼 환경도 적지 않게 변했다.

2월 금통위에선 금리인하의 실효성을 두고 금통위원간의 이견이 꽤 노출됐다. 2인의 비둘기파 위원들이 경기와 물가를 올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자고 했으나 나머지 다수파가 인하의 실효성과 부동산 등 금융안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동결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은은 금리인하 여력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단 그 여력은 지금 수준에서 50bp 정도 있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물론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까지 내려가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한은의 두려움을 더 커질 것이다.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 한은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최근의 임시 금통위 논란에 대해 개인적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금리 인하가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한은의 입장은 향후 금리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필요시 한다는 것입니다. 실탄을 아꼈다가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총재가 말한 임시 금통위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말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코멘트로 봅니다."

정책 결정과 관련해선 통화당국이 금리인하 분위기를 이끌 수도 있고, 시장이 통화당국의 인하를 끌어낼 수도 있다. 현재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1번 이상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은이 시장의 의지를 '수용'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의 전개나 이와 관련한 금융시장 등의 반응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벤트'의 존재 여부를 자신하기는 곤란했다. 한은의 이 직원은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지 않냐고 되물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임시 금통위 존재 여부는 가변적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임시 금통위 존재 여부가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다.

■ 임시 금통위..'25bp 내리려고 긴급 회의 여는 게 실익 있나'

한은은 최근 금리 인하 카드를 최대한 아끼고 싶은 속내를 노출한 바 있다. 이런 한은 집행부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굳이 '임시 금통위'를 열면서까지 이 카드를 소진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해 보인다.

상황이 가변적이긴 하지만 다음 달 4월 초순에 금리결정회의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 없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임시 금통위 자체가 비상 대응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큰 폭 인하를 추종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한은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국은행 직원은 이런 견해를 밝혔다. 앞의 직원과는 큰 견해차를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임시 금통위 가능성은 10% 이하로 보고 있습니다. 임시 금통위가 반상회도 아닌데, 열어서 무슨 결과를 기대하십니까? 미국이 했다고 한국이 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아요."

경험적으로 볼 때 임시 금통위는 급박한 순간에 열렸으며, 통상적인 금리 조정폭(25bp)을 뛰어넘는 인하가 단행됐다.

금리 50bp 이상의 인하 필요성이 있을 때 임시 금통위를 개최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 현재 상황에선 굳이 따로 일자를 잡아서 레벨을 조정하는 게 실익이 크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직원은 한은이 정례 회의가 아닌 이벤트를 마련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별로 좋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한은이 임시 회의를 연다고 해도 50bp를 인하할 수는 없을 겁니다. 굳이 임시 회의까지 열어서 금리 25bp를 내리는 것을 바람직한 조치로 볼 수 있을까요? 상황이 아주 안 좋다고 생각되면 정례 회의에서 50bp를 내리면 되지 않겠어요? 상황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개인적으론 4월 회의의 동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 비둘기파들의 변칙적 접근 가능성과 정치권 압박이라는 변수

이런 가운데 임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2명의 비둘기파 금통위원(조동철·신인석)이 임시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멤버들이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비둘기파들이 요구해서 회의를 열었는데, 금리 인하를 못하게 된다면 한은으로선 머쓱해질 수 밖에 없다. 혹시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한은으로선 영 모양새가 빠지는 일이 되고 만다.

다소 논점을 벗어난 얘기일 수 하지만, 이 경우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괜히 동료들과 관계만 어색해질 수 있다. 금통위 금리 결정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만약 임시 금통위가 열린다면 이는 인하를 의미한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정치적 변수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들 듯하다. 한은 내부 사람들은 정치를 금리 결정과 연결시키는 관행에 대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한은 관찰자들은 이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여전히 이런 태도를 고칠 생각도 없어 보인다.

4월 금통위 금리결정회는 9일 열리고 국회의원 선거(총선)는 15일로 잡혀 있다. 그리고 20일엔 비둘기파 2명을 포함한 4명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된다.

한은 사람들이 정치를 금리 결정과 무관한 변수라고 주장하지만, 총선을 6일 앞둔 상황에서의 금리가 인하된다면 묘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나 여당 등에서 금리인하를 요구한 뒤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금리 인하의 '순수성'이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순수하지 못하다.

이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한은이 차라리 깔끔하게 임시 금통위를 열어서 금리를 낮춘 뒤 총선을 앞둔 회의에선 오해를 사지 않는 게 낫다는 훈수도 보인다.

그런데 벌써 우려한 일이 벌어지려는 조짐(?)도 보인다.

추가경정예산을 메르스 사태 때보다 약간 많은 11.7조원 수준으로 편성한 정부와 여당이 은근히 통화당국에 뭔가를 바라를 듯한 풍경이 이날 연출됐다. 추경에 들어가는 돈 중 10.3조원이나 적자국채를 찍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여당 정치인들에겐 이 돈도 안도감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이날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경제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 움직임 빨라지고 있다"면서 "G7 국가들이 정책공조 선언을 한 데 이어 어제 미국 연준이 선제적으로 비상 금리인하 조치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날 이주열 총재가 한 발언에 보증을 요구하는 듯한 말을 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정책여건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고,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을 주목한다"면서 "통화당국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은은 2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보다는 선별적인 미시적 정책수단을 우선 활용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정책금융인 금융중개지원자금을 5조원 증액하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선거가 겹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의 조바심도 느껴진다. 어떤 색깔의 정부든 중앙은행의 일에 간섭하고 싶어하는 버릇이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 쪽에서 한은더러 더 내놔보라는 식의 모습을 보이는 게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인이 중앙은행 일에 관여하는 식의 과욋일을 한다고 박수쳐 줄 사람도 없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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