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와 악재가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뉴욕 주가 폭락이다.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4%가 넘는 가공할 폭락세를 나타내면서 안전자산선호를 강화시켰다. 다우지수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전날 한은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뉴욕 채권시장은 오히려 금리인하 기대감을 급속히 높였다. 미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 경신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당장 3월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인식마저 강화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 사례가 나온 가운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 내 첫 지역감염 가능성을 경고한 게 발단이 됐다.
해당 확진자는 캘리포니아주 솔라노카운티 거주자이며 최근 해외를 방문한 적도, 감염자와 접촉한 적도 없다고 CDC는 전했다.
중국의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한국을 필두로 감염자가 급속히 증가한 뒤 미국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돼 있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수도 급증했다. 국내 확진자수는 27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776명을 기록했다. 이는 24시간 전 1261명에서 500명 넘게 급증한 것이다.
■ 뉴욕 주가 4% 넘는 폭락..美2년 금리 10bp 넘게 빠지면서 금리인하 기대감 강화
뉴욕 3대 주가지수가 4% 넘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중국 우한에서 태동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내 지역사회로 전파되면서 위험자산 시장이 패닉 상황에 빠졌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190.95포인트(4.42%) 낮아진 2만5,766.64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이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37.63포인트(4.42%) 내린 2,978.76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하회했다. 다우와 S&P500은 6일 연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14.29포인트(4.61%) 하락한 8,566.48에 거래됐다.
안전자산이 미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당장 다음달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울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우려는 컸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64bp 하락한 1.2648%, 국채30년물은 5.55bp 빠진 1.7639%를 기록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채2년물 금리는 10.28bp 급락한 1.0617%, 국채5년물은 8.22bp 떨어진 1.0735%를 나타냈다.
미국채10년물은 장중 1.25% 밑으로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였으며, 일드 커브는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크게 스팁됐다.
미국 금리 선물시장이 복수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가운데 그 시기도 상반기일 것이란 인식이 강화됐다. 유로달러 옵션시장은 FOMC의 3월 25bp 이상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또 상반기 50bp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늘어났다.
달러인덱스는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51% 내린 98.49에 거래됐다. 장중 98.36으로까지 낮아졌다.
유가도 급락하면서 13개월여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빠른 글로벌 확산에 따른 수요둔화 우려가 반영되는 모습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일대비 1.64달러(3.37%) 낮아진 배럴당 47.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19년 1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장 초반 5% 넘게 급락해 배럴당 45.88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1.25달러(2.34%) 내린 배럴당 52.1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018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 2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폭'이 관건..4월 인하 기대감은 여전
전날 한국은행은 3월 중 코로나19가 정점에 이른 뒤 진정될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성장률 전망을 20bp 낮춘 2.1%로 제시했다.
아울러 금통위는 금리 여력을 아끼고 싶어했다. 경제 곳곳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조정보다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은은 부동산 등 금융안정을 여전히 우려하면서 금리 조정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안정을 미시적인 정책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고 한은의 경제전망마저 낙관적인 쪽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간 작년 4분기 성장률 수치 급등에 따라 1분기 '마이너스'를 가정하던 사람이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이제 마이너스 '폭'이 관건이 된 것처럼 보인다.
한은 역시 작년 1분기 성장률(-0.4%)에 못 미칠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현재 전염병을 감안하면 -1%도 쉽지 않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한은이 금융안정(가계부채, 부동산, 환율) 등을 강조하더라도 4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생명력을 유지하게 됐다.
■ 눈에 띄게 증가한 다음달 국채 발행 규모
3월 국채 발행 규모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이미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화되고 그 규모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경쟁입찰을 통한 3월 국고채 발행물량은 2월보다 1조원이나 늘어났다.
짝수달에 50년물 발행이 이뤄지고 3월에 50년 발행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각 기물별 증액 규모는 상당히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물량 증가 부담은 1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평가도 보였다.
우선 3월 발행예정규모 12.1조원은 3월(11.1조원)보다 1조원 늘어난 것이다.
국고3년은 2.5조원으로 전월보다 3천억원, 국고5년물은 2.45조원으로 전월보다 3500억원 늘어난다. 10년물은 3.05조원으로 전월보다 3500억원, 20년물은 1.1조원으로 4500억원 증가하는 것이다. 30년물도 3조원으로 3천억원이 증가하는 식이다.
최근 시장에선 물량 증가에 따른 커브 스팁을 거론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으나, 경기둔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커브가 눕기도 했다.
물량이 상당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커브 모양새 역시 다시 주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한은 금통위, 국고채 물량 증가 등이 얽혀서 시장이 혼란스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8시에 1월 산업활동동향도 발표된다. 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1월보다 2월 등 최근 상황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