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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바뀐 삼성생명, 실적 반등 모멘텀 마련할까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기사입력 : 2020-02-17 00:00

삼전 지분 영향에 작년 순익 ‘뚝’…올해도 변수
대대적인 조직개편…투자운용 절치부심 시그널

▲사진: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내정자

▲사진: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내정자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오는 3월이면 삼성생명의 수장이 바뀐다. 삼성생명은 상품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수입보험료는 줄었어도 신계약 가치는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8년 삼성전자 주식 매각액이 일회성 요인으로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어려운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순익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에 특화한 전영묵닫기전영묵기사 모아보기 내정자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생명보험의 업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우호적이지 않은 영업환경

생보사는 ‘3저 현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저금리·저출산·저성장의 영업 환경에 생보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운용자산 이익률이 준다. 운용을 잘 하거나 시장이 금리 하락기를 벗어나면 그나마 개선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저성장-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요인은 국내 보험사들이 저항할 수 없는 영업 환경이다.

여느 금융회사가 그렇듯 보험사 역시 국민 소득과 소비가 폭증하는 이머징 마켓에서 성장 가능성을 엿본다.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동남아시아가 키를 쥐고 있다.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 거쳐 이제 저성장 국면을 맞은 우리나라는 보험사들이 영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게 됐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보험 시장 자체가 포화기에 접어들어, 제 살 깎는 영업 경쟁을 벌여도 수입보험료는 축소하고 손해율은 날로 치솟는 결과를 낳고 있다. 보험사들이 살길을 모색한다며 보험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타 국가 진출을 도모하는 것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 매물이 M&A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 삼성생명도 ‘체질 개선’ 중

역성장을 우려하는 생보사들은 무게감을 내려놓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 주력 상품인 저축·연금·종신보험에서 힘을 빼고 보장성 상품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2022년 도입을 앞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야 해서다. IFRS17는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보험 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것이다. 보험사는 판매 당시 정한 보험상품별 적립 이율로 부채를 적립한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는 해당 시점의 시장금리로 보험 부채를 새로 측정해야 한다. 이 경우 보험사는 시장금리와의 차이만큼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

생보사들은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과거 주력 상품이었던 저축성 보험이나 종신보험으로 덩치를 키웠지만, IFRS17 도입 이후에는 이 상품들은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데다 재무적인 부담도 커진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삼성생명은 신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에는 대형사 중 처음으로 차 한 잔 값으로 가입할 수 있는 미니 암보험을 내놨고, ‘삼성생명 치아보험’, 생보업계 최초 ‘유병자 실손보험’을 선보였다.

신상품 행렬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암 진단 뒤 장기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비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New올인원 암보험 처음부터 끝까지’, 저해지환급형으로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한 ‘생애설계종신보험’과 ‘간편가입종신보험’도 있다.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삼성생명이 내놓은 IR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에서 보장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74.4%로, 전년 1분기 대비 12%가량 급증했다. 보장성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종신보험의 APE는 2018년 3분기 누적 8360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3분기에는 6950억원까지 내려왔다. 반면 건강상해 APE는 같은 기간 4180억원에서 7030억원까지 확대됐다. 신계약 규모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지만 오히려 상품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인한 효율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신계약 APE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1조9670억원이었지만 신계약 가치는 17.7% 증가한 9680억원을 기록했다. 신계약가치는 보험계약 체결 후 전체 보험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수익과 비용을 모두 계산해 장래이익으로 환산한 가치로 장래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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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순익은 1조51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7337억원에서 39.3% 줄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익이 일회성 요인으로 반영된 2018년과 비교하면 줄었으나,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순익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재작년 발생했던 일회성이익이 빠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삼성생명 순익에 반영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익은 7515억원이다. 한편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3.6%를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3.92%와 비교해 소폭 낮아졌다. 현성철 사장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투자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그는 “삼성생명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글로벌 분산투자와 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역량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보험 계약과 보험금 지급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 개선과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하는 원가혁신을 통해 새로운 투자여력을 만들어갈 것”고 말했다. 생보사 생존을 결정지을 손익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질(質) 중심 영업문화 확보 강조한 현성철

현성철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보여준 올해 삼성생명 전략은 ‘조직 혁신’과 ‘신시장 개척’으로 요약된다. 2018년 3월 취임한 현성철 사장은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에 나서왔다. 디지털 도입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PA를 도입해 반복되는 작업은 자동화를 꾀하기로 해서다(RPA). 아울러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제휴 및 투자를 통해 보험산업의 프로세스 혁신을 리드하는 동시에 신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에게는 3년의 임기가 주어졌지만 지난해 말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 사장의 바톤을 이어받는 이는 전영묵 내정자다. 전 내정자는 현재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등 삼성 금융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그는 삼성생명에 입사 후 재무심사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회사의 전후 사정을 깊숙이 아는 재무통이다. 삼성생명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전영묵 내정자의 최종 선임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성철 사장이 물러나도 경영 전략에서의 큰 변화는 당장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 내정자는 공식 취임 전이지만 현재 삼성생명 본사에 출근하며 현안과 업무파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CEO 교체는 한 해 사업계획이 짜여진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전임 경영자의 전략에 이견이 없다면 세부 내용을 수정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타 생보사들 디지털과 혁신을 강조하는 기조는 삼성생명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게다가 투자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현성철 사장과 자산운용에 특화한 전영묵 내정자의 이력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특히 신사업 개척을 위해 해외 우량 생명보험사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어서 전 내정자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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