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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보다 앞서 달리는 ‘기술’의 함정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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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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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곽호룡 기자

▲ 사진: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지난달 내리막길에서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아 전복된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내리막길에서 실수로 전진기어(D)가 아닌 후진기어(R)를 넣었고, 이로 인해 시동이 꺼진 줄 몰랐다가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사고 직후 운전자와 제조사 간 책임소재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운전자의 운전미숙을 지적하는 의견은 이렇다.

직진하는 차량에서 후진기어를 넣으면 차량이 멈추는 것은 대부분 차량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엔진 등 차량부품 보호를 위해서다.

이같은 시동꺼짐은 계기판 상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자동차가 이를 알려주는 경고음도 보낸다.

또 설령 시동이 꺼졌다고 하더라도 브레이크를 힘주어 밟으면 제동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반대편에서는 소비자가 모든 자동차 기능을 숙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한다. 제조사가 사전에 충분이 알리지도 않고 관련 법령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또 긴급상황을 대비한 추가적인 안전장치가 부족했다.

여기서는 기술·법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사용자편의성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전복차량인 팰리세이드에는 현대차 최초로 버튼식 기어 변속기가 탑재됐다. 변속기 디자인이 급변한 것은 제조사가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변속기 단수 경쟁을 불 붙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1년 BMW는 최초로 자동 6단 변속기를 넣은 7시리즈를 내놓은 이후 제조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단수를 높여왔다.

이와 함께 버튼·다이얼 등 변속기 디자인도 파격적인 변화를 거쳐왔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기존 기어봉 디자인 보다 미래차 같은 세련된 느낌을 준다.

시각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실제 공간 활용성도 높다.

그러나 차량마다 제각기 다른 변속 방식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처음 버튼식 변속기를 써봤을 때 실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직관적이지 않다. 위쪽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전진이 아닌 후진을 한다는 게 잠시 어색했다.

물론 이는 기존 기어봉 변속기와 같은 순서로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기어봉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특유의 조작감이 있다.

실제 수입차 가운데서는 팰리세이드와 정 반대로 R버튼이 맨 아래 위치한 차량도 있다.

같은회사 현대차 차량인 코나EV와 넥쏘에는 D버튼이 왼쪽에 R버튼이 오른쪽에 있다. 신차 기아 K5와 제네시스 GV80은 다이얼 변속기가 적용됐다.

자동차 진화 속도가 차량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앞지른다.

더군다나 자동차 교체 주기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내 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빌려타는 소비 트렌드로 변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새로운 형태의 변속기가 운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컨슈머리포트는 2016년 북미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 차량 110만대가 리콜된 사례를 들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기존 기어봉 변속기 설계를 일부 변경했다가 ‘운전자 부주의’로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졌다.

해당차량에는 주차(P)와 중립(N) 기어가 같은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N버튼에 놓고 주차를 해놨다가 차량이 그대로 굴러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는 실제 사망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같은해 러시아계 미국 배우 안톤 옐친이 자신의 지프 그랜드체로키를 실수로 N에 놓고 주차하고 나왔다가 굴러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자동차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변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변속 필요성이 거의 없는 전기차에는 1단 감속모터나 저단 변속기가 탑재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기어봉 없는 차량 보급도 그만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조작할 필요조차 없는 완전자율주행차 확대가 예상된다.

이미 상용화를 마친 반자율주행 기능으로 인한 사고는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시피 하고 있다.

이같은 원칙이 완전자율주행차에도 그대로 적용할지 첨예한 논쟁이 있다.

이에 대해 결국 한국도 세계 추세에 맞춰 어떤 형태로든 탑승자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산업 측면에서 볼 때 추가적인 안전보완기능 기술을 갖춘 기업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진보가 안전에 앞서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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