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분쟁 완화 신호가 나타났고 올해 중반경 반도체 가격 상승도 예상해볼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경제 상황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이 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트렸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가) 많이 어려웠다”며 “대외여건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는 여러 가지 지표, 성장률이나 물가가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에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경기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규모 국가의 경우 대외여건에 따라서 경기가 급반등할 수도 있겠으나 이미 세계 10위권 규모의 우리나라 경제가 움직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분쟁 전개상황에 대해서는 작년 11월 경제전망 때의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11월 경제전망 시 미‧중 무역분쟁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근본적으로는 당시 전망할 때 봤던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장률 2.0% 달성 여부는 “12월 지표에서 특히 재정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기나 물가를 봤을 때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지만 금융안정 목표도 있고 기대효과와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해 셈법이 복잡하다”고 답했다.
금리정책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항상 상황에 맞춰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올려놓고 보는 것이고 아직은 금리로 대응할 여유는 있다”며 “다른 나라처럼 다급하게 다른 수단을 쓸 상황은 아직 아니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지금의 미국 주가를 '블로우-오프 톱'(blow-off top·가격 폭락 직전의 급등)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며 “유동성이 상당히 풍부하게 공급돼 있고 이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너스금리, 지나친 저금리가 가져온 부작용과 불균형이 계속 쌓여 온 것”이라며 “더 갈 수 있을지, 정말로 위험한 수준인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