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매 해가 위기라고 할 정도로 매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의 위기는 ‘우는 소리’가 아닌 ‘진짜 위기’로 평가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보험업계를 강타한 이른바 ‘3저현상’은 저성장·저금리·저출산의 세 가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가임여성 1명당) 0.977명으로, 세계 유일 출산율 0명대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썼다. 여기에 올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25%까지 인하했다.
이미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높아 시장이 성숙한 상황에서 출산률이 낮아 신규 보험가입 수요도 없는데, 금리까지 낮아지며 자산운용 길까지 막히자 보험업계의 ‘역마진’ 공포는 올해 현실로 다가왔다.
3분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57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3% 감소했다. 보험영업 부문에서는 18조457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2조1996억 원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나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보험연구원은 2020년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2019년 대비 0.0%로 성장 정체가 예상되며, 생명보험은 2.2% 감소, 손해보험은 2.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017년(-1.0%)부터 시작된 저성장 추세가 2020년에도 계속되어 2020년 보험산업 수입(원수)보험료 증가율이 0.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희망퇴직·영업지점 통폐합·조직개편에서부터 경영진 축소에 이르기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이자’는 심정으로 업계에 닥친 불황에 맞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조직개편을 진행한 현대해상은 영업, 보상 등 현장부서를 제외한 후선부서를 파트제로 전환해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실무선의 비중을 높이고 각 보험의 종목별 손익파트 신설로 손해율 관리에 힘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까지도 성장이 아닌 생존에 초점을 맞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생명은 내년 사업비, 임원 경비, 행사비 등의 비용을 30% 감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임원 경비의 경우 담당 보직과 업무 유형에 따라 최대 50% 삭감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형사들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들의 비상경영 체제는 더욱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TM조직을 40%가량 감축하는 방안을 진행 중인 것과 더불어 임직원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까지 받는 등 고육지책을 펴고 있다. 여기에 올해 대폭 순익 감소를 경험한 한화손해보험 역시 조직개편과 임원 감축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나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요즘은 '보험업계가 어렵다'는 말이 인사처럼 나오고 있다"며,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향후 10년을 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