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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꼬리표 뗀 P2P금융법 자금중개 새판 기대

유선희 기자

ysh@

기사입력 : 2019-11-11 00:00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시행령 작업, 업계 ‘환영’
모든 거래 온라인 진행 대출 시장 효율화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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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꼬리표 뗀 P2P금융법 자금중개 새판 기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17년 만에 새로운 금융업이 탄생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탄생한 주인공은 개인 간 거래(P2P) 금융이다. 당국은 P2P금융이 금융소외 계층의 포용금융 확대, 거래 비용 절감 등 대출 중개 시장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돼 환영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시행령 정립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P2P금융의 법적 근거 마련…‘의무’ 생기고 ‘금융사 책임’ 더한다

P2P금융업법의 정확한 명칭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다. P2P금융이 투자와 대출을 연계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P2P업체가 투자자로부터 대출자금을 조달해 차입자에게 내주되, 원리금 수취권을 투자자가 갖는 식이다. P2P업체는 차입자와 투자자에게 플랫폼 사용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낸다.

이달 중 국무회의에서 제정법이 공포되면,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될 전망이다.

법률안은 P2P금융업과 금융 당국의 감독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P2P금융 업체의 진입 요건과 영업행위, 투자자·차입자 보호 제도 마련 등이 골자다.

피투피업을 하려는 업체는 5억원 이상의 최소 자기자본과 인적·물적 설비, 사업 타당성, 임원·대주주 등의 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등록해야 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업체의 투자금과 회사 운용자금이 분리되고, 업체의 자기자본 투자도 일부 허용된다.

아울러 증권사, 여신전문금융업자, 사모펀드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P2P금융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금융감독원에 P2P업체에 대한 감독·검사 및 제재 권한도 생겼다.

P2P업체에게 거래구조, 재무·경영현황, 대출규모 및 연체율 등에 관한 사항의 공시 의무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는 연체율을 산정하는 채권 선정 기준과 와 공시 기준이 업체마다 제각각이어서 투자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또한 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인 24%에 차입자에게 받는 플랫폼 수수료를 포함해 산정해야 한다.

이번에 P2P금융의 제도화는 세계에서 최초로 제정된 사례라 더욱 의의가 있다. 2005년 세계 최초 P2P금융기업인 조파(ZOPA)가 탄생한 영국은 2014년에 이르러서야 관련 법의 법규 명령을 개정해 P2P금융을 규제하고 있다.

렌딩클럽(Lending Club), 소파이(SoFi) 등 전 세계 P2P 선도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도 2008년 증권거래법을 적용해 산업 규제의 틀을 마련했다. 일본 역시 2015년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적용하고 있다.

◇ 사기·횡령에는 철퇴

P2P금융은 2015년 국내에 처음 등장해 누적 대출액이 6조2000억원(지난 6월 말 기준)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이들을 관리할 법이 없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대부업법을 끌어들였다.

투자와 대출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횡령·대출 돌려막기 등 부정 사례를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P2P 업체가 금융감독원에 연계 자회사로 등록한 대부회사가 대출을 실행하는 형태다.

급격히 커지는 시장의 건전성을 위한 대책이었지만, 대부업체가 자회사로 있는 구조를 투자자와 차주에게 설명하기 위해 P2P업체들은 진땀을 뺐다.

영업 자금을 채권 발행이나 금융권을 통해 조달하는 기존 금융회사와 달리 투자자들로부터 대출금을 모집하는 새로운 금융거래 형태이기 때문에 대부업법으로도 관리되지 않는 부분은 가이드라인으로 지도해왔다.

그럼에도 업계 진입 장벽이 낮고 명확한 감독 규정이 없어 불건전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나타났다. 있지도 않은 금괴를 담보로 삼아 투자금을 모집하거나, 담보로 설정한 땅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공시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불건전 영업 행위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금융감독원은 적발한 회사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실태조사 20개사를 검찰·경찰에 수사의뢰 등 조치했고, 올해에도 사기·횡령 혐의가 포착된 4개사를 검찰에 의뢰했다”며 “주요 적발사항은 허위공시, 차주의 계약서 위·변조, 대출실적 부풀리기 및 연체율 축소, 부실 대출심사 등”이라고 설명했다.

차주 연체나 도산이 발생하면 자체 채권 추심이 힘겨운 P2P사도 있다.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한 신생 회사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대부업체에 추심 전담 직원을 둘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대부업체가 아닌 P2P업체 직원이 대출채권을 추심하면 신용정보법 등 추심 관련 법규 위반 소지가 있다.

업계 중위권 P2P업체 관계자는 “이전에는 관계 법령을 잘 알지 못해 종종 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채권 추심 노하우가 많이 쌓였고 당국의 지도도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추심을 서툴게 하는 회사들은 안 보인다”고 말했다.

◇ ‘환영’이라지만 일부 우려의 시선…‘대출 규제 사각지대’ 비판도

법제화 소식에 업계는 대환영이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지난 8월 법안소위 통과에 이어 2개월 만에 본회의 통과까지 이루어져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시행령 마련을 위해 업계와 세부적인 사항들을 조율하고 있다. P2P업계는 플랫폼 수수료 부과 방식과 한도에 있어 자율성을 부여해 줄 것과 겸영업무·부수업부에 대한 포괄적인 허용 등을 주로 요구하고 있다. P2P금융 법정 협회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도 발족한 상황이다.

다만 법제화를 냉소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 P2P업체 대표는 “그동안 P2P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상품 설계부터 심사 과정, 회사 운영 등에 대한 금융당국 감독과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신뢰도 제고와 시장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 있지만, 까다로운 금융당국 기준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중금리로 대표되는 P2P금융 특성상 대출 금리는 12~16% 수준이지만, P2P업체가 점유율과 이익 확대를 위해 플랫폼 수수료를 높이거나 대출 모집 비용을 늘리면 투자 수익이 줄어들거나 대출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리에 수수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 P2P업체 플랫폼 평균 수수료율은 3%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용대출 전문 P2P사는 중·저신용자나 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중금리 대출을 강조하고 있는데,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점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부동산 등 동산담보대출 전문 P2P업체 역시 내수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부실이 생길 위험도 있다.

P2P 대출이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금융당국의 고민이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P2P 대출에서 부동산 대출 비중은 60~70%지만, 신용대출 비중은 2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 금융의 양적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대출 취급이 급증하는 등 P2P 대출이 부동산 대출 규제 우회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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