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8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2019.08.26)
이미지 확대보기김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5.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가리켰으나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은 0.0% 보합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이다.
이날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는 한국은행 부총재,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물가 동향 등 경제·금융시장 여건과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김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1965년 소비자물가 통계지수 편제 이후 최초로 이번 9월 물가가 마이너스를 보임에 따라 일각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작년 물가가 8월에 1.4%에서 9월에 2.1%로 높게 상승했었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측면이 강하다”며 “농산물·석유류 가격하락 등 공급측 요인이 물가상승률 하락에 기여하는 효과가 8월에 –9.77%포인트, 9월에는 –1.01%포인트로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예년(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9월 물가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김 차관은 이날 회의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이 장기간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서 민간주체들의 미래경제 예측이 위축되고 소비나 투자를 미래로 이연하는 현상이 만연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디플레 우려를 일축했다.
김 차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로 비교해봤을 때 작년 기저효과 때문에 당분간 0%대 초반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12월, 내년 1월이 되면 다시 정상적인 수급에 따라 플러스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마이너스 물가는 몇 달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품목 중에서는 25%~30% 정도가 하락되고 있어 50~60%대 훨씬 넓은 범위의 가격하락이 관찰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디플레이션이라고 말하려면 국내총생산(GDP)도 마이너스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2%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작년 9월 2.1%, 10월 2.0%, 11월 2.0% 등 높았던 물가의 기저효과와 낮은 농산물 가격 등 공급측 영향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김 차관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기 여건은 부정적이나 정부가 경기활력 유지를 위해 정책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심리위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여건에 걱정해야 하는 요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도 재정 등 정책 여력을 이용해서 경기활력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제주체에서도 과도한 심리위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물가상승률 –0.4%를 정부로서도 안일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며 “활력을 유지하고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적으로 대응할 각오”라고 부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