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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마트 소액주주마저 시샘하는 쿠팡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9-09 00:00 최종수정 : 2019-09-09 08:18

[기자수첩] 이마트 소액주주마저 시샘하는 쿠팡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전개된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이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냄비 같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관둘 것이다’ 등의 조롱이 무색하다. 편의점·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진열대에서는 일본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아사히 등 일본 맥주 수입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97% 이상 줄어들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불매운동 과정에서 일본 기업의 기준을 두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경영 주체가 일본 국적인 경우, 일본인이 기업 지분의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등은 ‘일본 기업’이라고 단정 짓기 쉽다. 그러나 일본인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일본 기업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연혁이 있는 기업까지 보이콧하자는 매서운 반응이 있는가 하면 국경 없는 자본주의 시대에 그런 분류는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애매한 기업 중 하나가 쿠팡이다. 어느 순간 쿠팡은 불매기업으로 분류돼 뭇매를 맞았다. 두 차례에 걸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자금을 공급했다는 게 그 이유다. 재일교포인 손 회장은 2015년에 소프트뱅크그룹 단독으로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약 3년 뒤인 지난해 말 비전펀드를 통해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쿠팡은 자사 소식창구인 ‘뉴스룸’에 해명자료를 올렸다. ‘쿠팡은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기업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글에는 쿠팡이 △약 2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1조원의 인건비를 지출 △물류 인프라 등 건립을 위해 국내 수조원을 지출 △직매입하는 물품 구매대금의 99%를 국내 업체에 지급 △이용 고객 99%가 내국인인 점 등이 거론돼 있다.

실제 쿠팡 직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정의 회장이 대주주가 아니며, 현재 투자금에 대한 배당도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 소프트뱅크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았다고 보이콧 대상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가장 최근 투자한 비전펀드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등이 함께 조성한 다국적 펀드이며, 세계 유수의 ICT 스타트업들이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실도 강조했다.

한 쿠팡 직원은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실로 일본 관련 기업으로 낙인찍힌다면, 얼마 전 손정의 회장에게 국내 기업 투자를 부탁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뭐가 되느냐”면서 “삼성전자, KB금융지주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모두 일본 지분이 있는데 쿠팡만 특히 조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를 ‘헛소문’, ‘거짓뉴스’라고 꼬집으며 ‘흑막’이 있다고 단정했다. 쿠팡 측은 “아마도 쿠팡의 성장을 방해하고, 쿠팡이 일자리를 더 만들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으며, 고객들이 받아 마땅할 최고의 서비스를 위축시키려고 하는 일부 집단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불매 조장 배후세력을 추정했다. 추정된 세력 집단 중 하나는 이마트 소액주주들이다.

쿠팡이 해명자료를 낼 즈음 이마트 주식 갤러리 및 커뮤니티에는 쿠팡 불매운동 관련 글이 넘쳐났다. “이번에 쿠팡 일본자금 이슈화 못하면 주가 반등 없다”, “SNS 일본 불매 게시물에 쿠팡 보이면 좋아요 열심히 누르자”, “쿠팡 불매운동 맘카페에 알려야겠다”, “쿠팡이 죽어야 한국 토종 온라인이 회생한다”, “쿠팡을 대체할 토종 이커머스는 SSG닷컴” 등 쿠팡에 대한 집요한 공세가 잇따랐다. 쿠팡 관련 기사가 뜨면 쿠팡 탈퇴운동 댓글을 달자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실제 동일한 계정도 더러 보였다.

한가지 해프닝 같지만, 이는 현재 유통업계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업의 일본 투자금 수혈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일지 말지는 사실 개별 소비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일부 이마트 주주들은 불매운동을 기회로 삼아 쿠팡의 가치 낮추기를 직접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전통 유통이 신 유통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을 이윤에 밝은 이들이 모를 리 없다.

올 상반기 S&P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낮춘 데에는 이커머스의 급속한 성장이 있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이마트의 실적 악화가 지목됐으나, 그 실적 악화의 이유가 이커머스의 성장과 맞물려있던 것이다. 치열한 고객 쟁탈전에서 전통 마트들은 한 발 밀린 상황이다. 반면, 쿠팡은 지난 1분기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0% 달성에 성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마트 등 전통 유통 플레이어들은 뒤늦게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섬세한 서비스를 넘어서기엔 아직까지 모자람이 있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쿠팡의 지속가능성을 문제로 지목하지만, 쿠팡의 지속가능성은 쿠팡 투자자들의 고민거리지 이마트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내부의 문제가 아닌, 이커머스를 넘어서는 고객 유인책을 고민해야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유통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마음도 타들어 가는 것을 명심할 때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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