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저성장 시대에 부동산은 일종의 보험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대박보다는 쪽박을 피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재산 불리기보다 망하지 않는 법을 배워라
‘복팔분(腹八分)’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복팔분은 위를 80% 정도만 채워 다소 덜 먹는 식습관이다. 일본 속담에 복팔분의 습관을 지키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했다.
복팔분의 지혜는 나이 들어 자산 재설계를 할 때도 그대로 통용된다. 즉, 당장의 최선보다 차선의 선택이 나을 수 있다는 슬기다. 어르신들로부터 ‘조금 부족하더라도 마음 편한 게 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최고의 수익률은 누구나 추구하고 싶은 목표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수반되는 게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는 성격이라면 최고보다는 한 단계 아래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혹시 요즘 돈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면 자산의 가짓수가 너무 많지 않은지, 너무 고수익 구조로 설계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일반인은 부동산이나 금융 재테크를 전업으로 할 수 없다. 바쁜 생업 탓에 아마추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에게 필요한 것은 동네 아마추어 족구처럼 실수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재테크를 ‘재산 불리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 들어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법, 망하지 않는 법, 거덜 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재테크를 잘못했다면 모를까,
재테크를 하지 않아 노후에 파산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무리한 투자는 반드시 후유증을 동반하고, 그나마 있는 재산을 다 날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큰돈을 벌고 싶겠지만, 당신이 그렇게 닮고 싶은 부자는 시장을 통해 부를 늘리지 않고 유지할 뿐이다. 즉 갖고 있는 돈을 시장에서 탈탈 털리지 않고 지키는 능력이 부자의 마인드이고, 노후에 가장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다.
통섭의 관점으로 자산을 관리하라
노후 자산 재설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키포인트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법에 함몰되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은 실물이 존재하고 금융 자산은 실물이 없으므로 쉽게 분류할 수 있어 유용하다.
다만 노후 자산 재설계에서 물리적인 분류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이른바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나이 들어서는 위험 자산은 줄이고 안전 자산을 늘리는 게 좋다. 하지만 부동산이든 금융 자산이든 100% 안전 자산, 즉 절대적 안전 자산은 없다.
특정 자산에 대한 무조건적 예찬이나 폄하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즉 굳이 칸막이로 나누기보다 통섭(융합 또는 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부러워하면 진다
‘임연선어(臨淵羨魚)’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못에서 고기를 부러워한다’는 뜻으로, 헛되이 행복을 바라기보다는 물러서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를 부동산으로 옮겨보면 효율적인 부동산 설계는 1, 2, 3안을 설정한 뒤 자신의 형편에 맞는 최적의 안을 고른다. 그리고 점프 전략보다는 사다리 전략을 활용하라는 것.
점프 전략은 대출이라는 지렛대 효과를 통해 단박에 목표를 이루려는 전략이지만, 사다리는 두세 번에 걸쳐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올라가는 전략이다.
처음부터 너무 비싼 집을 택하기보다 애초생각보다 한 단계 낮은 아파트를 사서 거주하다가 돈을 모아 좋은 곳으로 옮기는 단계별 방안이다. 집을 사든 건물을 사든 보수적인 스타일이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