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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모범채용’ 더딘 한 걸음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4-22 00:00

[기자수첩] 은행 ‘모범채용’ 더딘 한 걸음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FRB가 뭐에요?”

요즘 은행을 무대로 하고 있는 한 TV 드라마의 신입행원 최종 면접 장면에서 나온 역질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금리를 올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은행 면접위원이 ‘기본적인’ 질문을 하자 ‘특별한’ 면접자가 오히려 되물은 것이다.

지나치게 당당한 모습에 오히려 신입이 패기가 있다고 칭찬해야 할 지 헷갈릴 정도다. 같은 대열에 앉아 면접을 보고 있던 다른 구직자들의 어이없는 표정에서 다시 정신 차리고 무슨 상황인 지 깨닫게 된다.

대중매체가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에서 채용비리가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게 가볍게 여길 만한 일이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미친 여파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에 씁쓸하다.

또다시 은행 채용의 계절이 왔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채용 규모는 전년보다 약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하반기까지 감안해 연간 기준으로 따지면 은행 별 채용 계획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채용비리 사태 이후 1년 사이 변화된 점이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시중은행에 ‘은행고시’가 부활했고, 블라인드 채용도 강화됐다. 외부 업체에 채용 프로세스 과정을 위탁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경영공시 서식에 신규채용 여성 직원 현황을 공시하도록 한 첫 ‘성적표’도 발표됐다. 은행 별로 격차는 있지만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신규 채용 여성 인원 비율은 전년대비 평균 8%P(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그동안 적지 않은 잡음도 흘러나왔다. 일부에서는 필기시험에 시중 문제집과 동일한 문제가 출제돼 출제를 두고 형평성 문제 지적이 나왔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위탁한 외부 업체가 채용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물론 바뀐 채용에 은행 측도 달가워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객관적인 지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은행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기준’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식의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관행’을 얘기하는 은행,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 사이 격차를 체감했다.

어쨌든 이같은 ‘성장통’ 속에 올해 은행들은 사전교육을 강화하고 공동검수에 나서는 등 보다 강화된 채용 운영 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다시 서두에 했던 TV 드라마 얘기로 되돌아가면, 일단 씁쓸하지만 ‘특별한’ 면접자가 합격을 했다는 소식이다. 대신 같은 대열에서 ‘특별하지 않은’, 하지만 ‘기본이 탄탄했던’ 면접자는 고배를 마셨다. 드라마는 채용비리 사건이 한 축이 돼서 한쪽은 막고, 또 한쪽은 뚫으려는 인물간 갈등으로 나아갔다.

그냥 하나의 TV 드라마 스토리로 끝날 일은 아니다. 현실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 수습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구제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은행권이 내놓은 채용 모범규준에 따르면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화된 사례는 없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결과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해자가 있다면 구제하고, ‘잘못된 합격자’도 마땅히 처분을 받아야 하는 게 순리다.

과거를 매듭짓고 나서는 다시 한 걸음 내디뎌야 한다. 새 출발점에서 사회통념에 맞는 ‘기본’만 지켜진다면, 은행들이 말하는 ‘자율’ 채용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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