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의 이승훈 연구원은 17일 "중국이 재정정책을 동원하는데 제약이 존재하는 반면 통화정책 대응 여력은 매우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지급준비율의 경우 올해 말까지 10% 이하 수준(1월 말 13.5%)으로 인하돼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고 봤다.
지금 통화정책이 해결해야 할 우선적인 사안이 시중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한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라는 점은 지급준비율 인하가 유용한 수단임을 시사해 준다고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중국 지준율의 가파른 상승을 야기했던 경상/자본수지의 동반 흑자 확대(2003~07, 국제수지 흑자/GDP 5%에서 15%까지 상승: 불태화 필요성 증가), 통화팽창에 후행한 인플레이션 압력(2004~08, 2009~11)과 현재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경상흑자는 GDP대비 0.4%로 균형 수준이며, 소비자물가도 중국 정부 목표치인 3%를 크게 밑돌아 12월엔 1.9%에 그쳤다"면서 "과거 소비자물가 급등의 주범이었던 M1 증가율은 12월 말 기준 1.5%에 불과하다. 높은 지준율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급준비율이 어느 수준까지 인하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GDP대비 외환보유액의 수준으로 가늠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조언했다.
중국의 3분기 기준 외환보유액/GDP비율은 22.8%이며, 이는 2003년에 기록한 수준과 유사하다. 당시 지급준비율은 6~7%에 불과했다.
그는 "현재 경제주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조달비용의 상승보다는 '신용이용가능성' 에 있다는 점에서 금리정책은 통화정책 대응의 주된 수단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인민은행이 2012년 7월과 2015년 10월 각각 대출과 예금금리를 자유화하면서 대출 기준금리 인상/인하의 실효성이 과거에 비해 약화된 점도 금리정책 동원 가능성이 제한적임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새롭게 신설한 유동성 공급 창구인 TMLF(Targeted Medium-term Loan Facility)를 통해 선별적인 금리인하를 도모하고 있다.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대출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받는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기존 MLF금리(1년 만기 3.3%)에 비해 15bp 인하된 금리를 적용시키고 있기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사회적인 조달비용을 낮출 필요성이 높아질 경우, 인민은행은 2014년 11월의 경우처럼 금리인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정책변화, 인민은행 운신의 폭 넓혀
이런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바뀌면서 인민은행 통화정책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고 밝혔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연준은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을 주장했고 이러한 환경에서 중국의 통화정책 대응이 강화될 경우, 중국 국채금리의 하락과 중-미 금리차의 축소를 통해 위안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내지는 한시적 중단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국채금리차는 오히려 확대되면서 위안화 약세 압력의 경감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채 시장은 최근까지 통화정책 경로변경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 연구원은 "인민은행 입장에서는 보다 과감한 통화정책 대응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러한 대응이 현실화될 경우 시차를 두고 하반기 이후 경기개선에 일조하게 될 개연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