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기자수첩] 실손보험 개혁, ‘국민’ 방패 삼는 의료계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18-12-10 00:00

[기자수첩] 실손보험 개혁, ‘국민’ 방패 삼는 의료계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흔히들 우리나라의 의료 및 보험체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고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의 영향으로 우리는 합리적인 수준의 진료비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정책까지 펼쳐지며 그 혜택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언제부턴가 이러한 체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정부와 보험업계, 의료계 사이에 메울 수 없는 불신의 벽이 생기고 말았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를 주제로 열린 포럼은 각 측의 불신 문제를 잘 보여주는 예다.

실손의료보험은 2018년 기준 전체 국민의 77%가 가입했을 정도로 보편화된 ‘제 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한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보험금이 소액일 경우 청구에 필요한 구비서류 준비 등 금전적·시간적 비용이 발생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 수령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를 시작으로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거나 자동화해 국민의 편의를 늘리자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록 의료계의 반발을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 충돌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걸음마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날 의료계 대표로 참석한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이미 건강보험 청구 대행도 의료계가 부담하고 있는 마당에 실손보험 청구 대행까지 의료계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의료기관은 의료를 하는 곳이지 행정을 하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청구 전산화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권이나 재산권 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병원과 보험사가 의료정보를 주고받는 동안 환자의 민감한 병력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보다는 다른 부분이 먼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름아닌 ‘돈 문제’다.

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 및 간소화가 이뤄지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병원별로 다른 ‘비급여 항목’에 대한 통일이 필수불가결하다.

비급여 진료비란 국민건강보험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의료기관이 정하는 진료수가에 의해 환자 본인이 부담하여야 하는 진료비 항목을 말한다.

이 같은 항목은 통상적으로 일반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보험 등 개인상품을 통해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올해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용’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최저금액은 5,000원인 반면 최고금액은 50만 원에 달해 무려 100배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를 받을 때 실손보험이 있는지 물어본 뒤, 이를 악용해 과잉진료나 의료쇼핑을 환자에게 권유하는 등 폐단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손보험을 통한 보험사기 사례는 해마다 규모와 금액을 늘려가며 보험업의 신뢰 추락에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

물론 돈 문제는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문제다. 국민의 편익을 위한답시고 의료계에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의료계는 문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국민을 위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방패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심평원의 전산망을 이용하면 해결이 가능하고, 청구 과정에서 발생할 서류비용 등도 보험업계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의료계는 이를 완강히 거절하고 있다.

해마다 정부와 의료계는 건강보험, 실손보험 등의 현안을 놓고 의정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무언가가 ‘원만히 해결됐다’는 소식은 도무지 들리지 않는다.

의료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의사협회는 매번 “정부는 협의에 진정성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정부는 매번 의료계에게 쩔쩔 매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식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적어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료계가 국민을 인질로 삼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원론적으로 대변하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
장호성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진짜 경쟁은 두 번째 구매부터 시작된다 요즘 뉴욕에서 새로운 한식 매장을 준비하다보면 메뉴 하나를 정할 때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처음 봤을 때 먹어보고 싶을까?”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 “한 번 먹은 사람이 다시 사러 올까?”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사업을 준비하다 보면 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사람의 관심을 어떻게 끌 것인가에 가깝다.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눈에 띄며, 어떤 이야기가 사람을 매장 안으로 들어오게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그런데 두 번째 질문부터는 조금 달라진다. 이 음식이 고객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지, 다시 그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있는지, 다음에도 같은 만족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2 콘크리트 도시가 '알아서' 움직인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챗봇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뚝딱 만들어내는 AI의 환호성은 이제 과거의 풍경이 되었다. 전 세계 기술 혁신의 최전선은 이미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다. 최근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주관한 글로벌 플래그십 콘퍼런스 ‘EmTech Future 2026’에서 세계적인 석학들과 테크 리더들은 AI가 바이오나 제조를 넘어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과 국가 물리 인프라의 두뇌로 어떻게 안착하고 있는지 생생한 청사진을 풀어놓았다. 회색빛 콘크리트와 철강으로 묵묵히 버텨오던 전통적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변모하는 흥미진진한 기술 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현실 3 책임질 줄 알았던 축구선수 요한 크루이프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80] 요한 크루이프를 키운 감독70~80년대를 토탈풋볼로 세계를 풍미한 네덜란드 축구 선수 요한 크루이프는 1999년에 20세기 유럽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었고 20세기 세계 최고의 선수에는 펠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0살 때 아약스 유소년팀에 입단한 크루이프는 판 데르 페인 감독으로부터 축구만이 아니라 규범과 가치를 배웠다. 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실수를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고 했다. 판 데르 페인 감독은 슈팅, 헤딩, 드리블, 패스, 볼 컨트롤 이 다섯가지 기본기를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훈련 방식을 고집했고 이는 크루이프에게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크루이프는 한번에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