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AI와 수다 떨고 놀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AI가 도로 아래, 발전소 안, 위성 저 너머에서 우리 문명의 근간인 '콘크리트 인프라'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인프라는 한마디로 '무뚝뚝한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다리가 무너지거나 비가 새면 사람이 직접 가봐야 알았고, 전력망은 그냥 전기를 위태롭게 밀어내기 바빴다. 하지만 최근 신기술들은 이 무뚝뚝한 콘크리트에 '초능력 두뇌'를 달아주고 있다.
전 지구의 멀티모달 센싱 (Planetary Intelligence)
전 지구의 기상 위성, 지형 센서, 하천 수위 스트림을 멀티모달 AI가 한 번에 싹 긁어모아 실시간으로 해석한다. 과거의 통계 데이터에 의존하는 '눈 먼 방어'가 아니라,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추적하는 감각을 갖추게 된 것이다.
디지털 트윈의 가상 도시 완벽 복제
실제 도시, 전력망, 교통망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복사해 놓은 뒤, AI 에이전트가 밀리초(ms) 단위로 수만 가지 가상 재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미리 예행 연습을 끝내고 최적의 대피로나 제어 명령을 뽑아내는 식이다.
스마트 그리드와 동적 분산 제어
전력 소비 패턴을 예측해 발전소 출력과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의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짝짜꿍을 맞춰주는 자율형 전력 라우팅 기술이다.
상상 속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미 지구촌 곳곳의 현장은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뀌고 있다.
구글의 ‘홍수 예측(Flood Forecasting)’ 시스템
전 세계 수천 개 하천의 지형과 기상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비가 쏟아질 때 강물이 제방을 넘치는 몇 일 전에 미리 침수 예상 지역을 수 미터 오차 내로 짚어낸다. 무작정 댐 높이를 올리는 대신, 데이터로 골든 타임을 벌어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
우주에서 지켜보는 ‘파이어샛(FireSat)’ 산불 조기 감지
위성과 비전 AI가 결합해 산불이 번지기 전 미세한 연기 입자와 열흔을 포착한다. 소방대원이 출동하기도 전에 AI가 바람 방향을 계산해 최적의 방어선을 짜주니, 불의 허를 완전히 찌를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로 버티는 전력망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기가 모자라 비명이 나오는 지금, AI는 전력 소비를 밀리초 단위로 쪼개어 감지하고 소형 모듈 원자로(SMR)나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실시간으로 바통을 터치하며 대형 블랙아웃을 막아낼 수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가 마주할 도시의 모습은 훨씬 더 다이내믹해진다.
자가 치유 인프라의 등장
교량의 미세한 균열이나 수도관 노후화를 로봇과 AI가 스스로 찾아내어 긴급 상황 시 자동으로 밸브를 잠그거나 우회 도로를 통제하는 '무인 자율 조절 도시'가 보편화될 것이다.
모빌리티 넥서스
자율주행 로보택시, 물류 드론, 스마트 신호등이 하나의 AI 통신 규격 아래 묶여, 도시 전체의 교통 체증을 원천 차단하는 유기체 교통망이 완성된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글로벌 기술 패권의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범용 모델의 소소한 체인지나 단기적 서비스 마켓 진입에 매몰되어 있던 관성을 끊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가오는 AI 슈퍼사이클에서 한국은 뒤처지게 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환을 제언해본다.첫째, 하드웨어 방어막을 넘어선 ‘소버린 인프라 지능’의 기틀을 구축해야 한다.
더 이상 둑을 높이고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방식으로는 빈발하는 기후 위기와 도시 과밀화를 통제할 수 없다. 국가 방재와 국토 관리의 패러다임을 물리적 토목 중심에서 ‘멀티모달 AI와 디지털 트윈이 실시간으로 교감하는 자율 예방 체계’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인프라는 더 이상 사람이 고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회복하는 '지능형 유기체'여야만 생존할 수 있다.
둘째, AI 시대 도시 생존의 한계 조건인 ‘에너지-스마트 그리드 넥서스’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과 과부하에 직면한 한국 전력망에 프론티어 AI 모델 학습이 가해질 경우, 도시 전체가 블랙아웃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송배전 손실을 밀리초(ms) 단위로 자동 조정하는 AI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 및 도심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자율 제어탑과 직결하는 ‘독립형 도시 에너지 밸류체인’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AI 도시 구상은 전력 부족이라는 물리적 장벽에 막혀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 수가 있다.
셋째, 정적(靜的)인 도시 공간을 자율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지능형 도심 모빌리티·공간 넥서스’로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도로, 신호등, 주차장, 물류 터미널은 이제 자동차가 지나가는 정지된 배경이 아니다. 향후에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도심항공교통(UAM), 물류 로봇이 도심 속을 유기적으로 누비고 다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전체의 신호 체계와 공공 도로망 자체가 AI 통신 표준에 따라야 한다. 이 표준을 준수하여 실시간으로 밀도 분산과 동선 재배치를 하는 ‘실시간 도시 운영체제(Urban OS)’로 변모해야 한다. 단순 자율주행차 개발을 넘어, 도로 인프라 자체가 차량과 실시간 소통하며 흐름을 통제하는 국가 차원의 지능형 모빌리티 도로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콘크리트에 지능을 심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EmTech Future 2026’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파편화 고립된 가상 기술의 시대는 끝났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한 알고리즘 점수 몇 점에 집착하는 소프트웨어 경주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AI라는 진정한 두뇌가 도로, 전력망, 상하수도, 도심 방재망이라는 국가의 물리적 콘크리트 인프라와 불가역적으로 결합할 때 비로소 국가 전체의 생존력과 자율적 운영 권한이 완성된다.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진정한 '지능형 도시·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화려한 마케팅용 수사나 단기적 챗봇 서비스 개발에 자원을 소모할 여유가 없다. 회색빛 콘크리트 국토와 도시 시스템 전반에 자율 제어형 AI 지능을 선제적으로 이식하고, 전력망과 도심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엮어내는 우리만의 ‘소버린 인프라 주권’의 기틀을 완성해야 한다.
정적(靜的)인 콘크리트에 살아 숨 쉬는 지능을 심는 과감한 결단, 그 치밀하고 주도적인 인프라 대전환만이 기후 위기와 전력 대란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도시와 국민을 지켜낼 유일한 방어선이다.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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