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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사익 추구 파렴치 기업인 묘사, 가슴 아파”

서효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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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9-0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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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한국금융신문DB

지난달 31일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서효문 기자] 신격호닫기신격호기사 모아보기 롯데그룹 명예회장 측이 롯데그룹을 사익 추구 도구로 이용한 파렴치한 기업인의 표상으로 묘사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명예회장 변호인인 조문현 변호사는 관련 내용을 지난달 31일 보냈다.

관련 내용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6.25 전쟁 당시 한국은행 동경사무소에 5000만엔을 예치했으며, 1964년 일본 롯데에서 한국인 상대 공채 1기를 선발하는 등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서울고등법원 형사 8부 심리로 지난달 29일 열린 신 명예회장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동일한 징역 10년, 벌금 300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은 변호사가 보낸 입장문 전문이다.

신격호 피고인(이하‘피고인’이라 합니다)의 변호인 조문현 변호사입니다.

1. 장기간 재판업무를 수행하시느라 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재판부와 검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 오늘 검사님의 논고를 듣고 있으니 피고인이 국가와 회사의 이익을 뒤로 한 채, 롯데그룹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이용한 파렴치한 기업인의 표상처럼 묘사되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3. 피고인이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창업하여 롯데껌을 팔기 시작한지 2년만에 한국에서는 6.25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피고인은 6.25 전쟁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행 동경사무소에 5,000만엔을 예금하였습니다. 1950년 11월경 동경사무소장으로 부임한 유창순이 6.25 전쟁에서 남한이 패배하면 예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무슨 목적으로 예금을 하였느냐고 묻자, 피고인은 대한민국이 전쟁으로 돈이 없을 것 같아 돕기 위하여 예금한 것이고 남한이 전쟁에 져서 돈을 찾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고 대답한 사람입니다.

4. 한일협상이 무르익어 타결의 실마리를 보이자 피고인은 1964년 일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공채1기 사원을 모집하였고 그때 입사한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임승남 사장입니다. 일본 총리의 귀화제의를 거절하고 피고인이 1966년 한국에 진출하여 한국 롯데그룹을 일으킨 이유는 단 하나 “당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취직할 수 있는 기업이 없는 것이 가슴 아파서 대한민국에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일으켜야 되겠다”는 마음 뿐이었던 것입니다.

5. 피고인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보다 최소 40년 이상을 앞서 활동했습니다. 1940년대 이후 기업에 관한 법제와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여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피고인의 가치관과 경영원칙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시점에서도 분명하게 인정받아야 할 사실은 피고인이 그 어떤 경영인보다도 엄격한 잣대로 롯데그룹을 경영하여 왔고,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것을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라고 여겼다는 점입니다.

6. 피고인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롯데그룹 계열사 중 이익을 내지 못하고 손해를 본 회사들에게 개인 재산 3,600억 원을 증여하였고, 이 사실은 이 자리에 계신 검사님들도 잘 알고 계십니다. 회사에 손해를 발생케 한 것은 자신이 회사의 경영진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질책하기 위하여 3,600억 원을 증여한 피고인이 700여 억 원의 회사 이익을 친인척에게 주기 위하여 영화관 매점을 임대 방식으로 전환하였다는 검찰의 주장을 본 변호인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습니다. 이는 팝콘장사를 재벌이 운영하는 것은 부적합하고 개인들이 애정을 가지고 운영케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피고인의 경영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7. 피고인이 채정병에게 영화관 매점 임대를 지시하면서 “임대료는 제대로 받으라”고 신신당부하였고, 채정병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2개 이상의 감정을 받아 임대료를 결정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이 2007년 이후의 임대료를 적정한 것으로 평가, 결정한 점을 보더라도 영화관 매점 임대를 형법상의 배임죄로 의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8. 피고인이 롯데그룹을 단순히 개인적 이익 내지 가족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본인의 일생을 바친 일종의 작품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은 그간 피고인이 추진하였던 사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용 이상의 비용을 들여 롯데호텔을 완공하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롯데월드를 만들고, 우리나라에 상징적 건물을 남기기 위하여 롯데타워를 건설한 점만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9. 또한 피고인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배당을 최소화하는 경영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피고인은 그 가족과 함께 사실상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본인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계열사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되도록 배당을 최소화하고, 남은 재원을 재투자하는 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실제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배당을 시작하게 된 2006년 3월 이전까지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는 일체의 배당을 하지 않고 그 재원을 신규사업에 투자해왔고, 2006년 3월 이후에도 최소한의 금액만을 배당하여 왔습니다. 만일 피고인이 사익을 위하여 임원들에게 횡령행위를 지시할 정도의 경영인이었다면, 과연 이러한 무배당원칙을 고수할 수 있었겠는가 되묻고 싶습니다.

10.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 ㈜롯데의 주식 약 10%를 보유하고 있던 서미경과 신유미가 ㈜롯데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주당 6엔으로 1년에 세후로 약 200만엔 우리 돈으로 2,00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만일 피고인이 롯데그룹의 이익을 다른 회사들처럼 배당하도록 하였다면 10% 지분을 소유한 서미경과 신유미는 어마어마한 배당금을 받았겠지만, 피고인은 이러한 가족들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국가와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모든 이익을 한국의 경제개발에 투자한 것입니다.

11. 피고인은 일찍이 1967년 광윤사를 설립하여 ㈜롯데의 주식 중 3분의 1은 가족들에게, 3분의 1은 계열사들에게, 나머지 3분의 1은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에 액면가로 양도하였습니다. 일본에서의 특수한 관행과 아직 경제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1960년대인지라 일본 정부는 이러한 액면가 양도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한 적이 이제까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12. 피고인의 셔틀경영은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피고인은 2006년까지는 일본에서 5주, 한국에서 3주 정도 체류하여 일본 거주자로 생활하여 왔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부터는 한국에서 5주, 일본에서 3주 체류하여 한국 거주자가 되었는데 이는 한국에서 소득세를 납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2011년부터는 아예 한국에서 365일 체류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본인이 상속세를 한국에서 납부하여야겠다는 생각 때문이고 이는 원심 법정에서 채정병이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런 피고인이 탈세를 위하여 액면가 양도를 하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피고인은 일본에서의 관행과 자신의 과거 경험을 따랐을 뿐이고 그룹 임직원들이 세금을 납부하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였다면 당연히 납부하였을 것입니다.

13. 피고인은 고령의 나이에 건강도 악화된 상태이지만 현재도 3시 30분만 되면 그룹 현안을 보고 받을 준비를 하고, 롯데그룹에 고용된 직원의 수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에게 국가와 회사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없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14. 피고인이 본 변호인에게 “본인은 나이가 들어 돈 쓸 데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본 변호인은 “회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개인 명의 재산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조 변호사, 내 명의의 모든 주식은 회사에 줄 것이야. 개인의 능력과 수명은 유한한 것이지만 기업은 영원한 것이거든” 라고 답하였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개인의 이익에 앞서 회사 우선원칙이라는 자신의 경영원칙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례입니다.

15. 피고인은 오늘 이 법정에서도 “아니 내가 왜 내 회사 돈을 횡령하나?”라고 반문하였는데, 이 반응이 본 재판에 대한 피고인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16. 피고인은 일제식민지, 2차 세계대전, 한국동란 등 우리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롯데그룹을 이끌어 온 경영인이고, 이제 죽음을 목전에 둔 97세 노인입니다. 자신보다 회사의 이익과 발전을 더 우선시하고, 일평생을 기업경영에 헌신해온 피고인이 방어능력까지 상실한 지금의 상태에서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17. 만일 본 변호인이 지금 피고인의 입장이라면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결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피고인은 “한국이 자신의 조국이고, 이 땅이 북한의 세상이 되거나 남한의 세상이 되거나 자신의 땅임에는 변함 없으나 일본땅은 자신의 땅이 될 수 없다”고 지인들에게 자신이 한국에 온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일제 식민지를 경험하였던 피고인에게 ‘조국’의 의미는 더욱 남달랐고, 기업보국을 중시하였던 것도 이러한 피고인의 경험과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8.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시어 1세기에 걸친 피고인의 일생이 헛되지 아니하였음을 보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9. 오랫동안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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