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금순환통계 내 금융자산부채잔액표에 나와 있는 가계부채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687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가계신용대출은 1450조원에 그치고 있다.
두 지표상의 가계부채는 무려 237조원 차이가 난다. 지난 2013년 자금순환통계의 가계부채는 1219조원, 가계신용대출은 1019조원으로 꾸준히 200조원 이상 격차로 벌어졌다.
자금순환통계와 가계신용대출의 차이는 소규모자영업자의 대출을 반영하는지에 달렸다. 가계신용 대출은 가계가 예금취급기관, 기타금융기관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만 합산한다. 반면 자금순환통계의 가계 부채는 재무제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소규모 자영업자의 대출도 포함하고 있다.
금융위는 가계신용대출을 국내 가계부채 대표 통계로 삼고 있다. 국회 업무보고나 가계대출 관련 제도 등을 제정할 때 가계신용대출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문방구, 식당 등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은 가계부채로 반영하지 않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국의 가계부채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를 가계신용대출로 삼고 있으므로 우리도 자금순환통계 대신 가계신용대출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입장은 다르다. 자금순환표가 전기료 미납료를 포함한 모든 부채거래를 다 잡는 포괄적인 통계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업무보고 시 두 통계를 모두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 가계와 소규모자영업자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으므로 가계신용은 집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다른 나라와 부채규모를 비교할 때도 자금순환표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총량을 목표치만큼 줄여야 하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가계신용대출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순환통계의 가계부채 수치를 공식적으로 내고 싶어도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이를 꺼린다"며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가계부채 통계를 통일하지 않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