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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사외이사 ‘거수기’ 오명 여전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4-23 00:00 최종수정 : 2018-04-23 05:07

미래대우·삼성증권, 의안 일체 ‘만장일치’ 가결
“사외이사 추천 투명화…이사회 규모 확대 필요”

▲ 지난달 27일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열린 미래에셋대우 제4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미래에셋대우

▲ 지난달 27일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열린 미래에셋대우 제4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대형 증권사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거수기’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지난 수년 간 이사회 의안 일체를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수기 사외이사가 만연한 풍토에 제동을 걸려면 사외이사 추천 과정을 투명화하고 이사회 규모 자체를 확대하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미래대우·삼성증권, 이사회 안건 일체 ‘만장일치’ 가결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총 14회 이사회를 열고 70개의 의안을 보고·가결했다. 주요 이사 선임과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 승인 의안 17건, 주요주주 등과의 거래 승인 4건 등이 만장일치로 이사회를 통과했다. 위험관리규정과 내부통제기준 개정 등 중요 안건들도 순탄하게 가결됐다.

이 외에 지난해 미래에셋대우 이사회는 △홍콩, 미국(LA), 런던 현지법인 증자 △본사 우선주 유상증자 △전략적 제휴에 따른 네이버 주식 취득 등을 사외이사 100% 찬성 아래 가결했다.

합병을 한창 준비하던 시기인 2016년에도 미래에셋대우(당시 대우증권) 사외이사들은 반대 의견을 한 차례도 내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에 합병되면서 소멸한 미래에셋증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년간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을 통틀어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손에 꼽힌다. 대우증권 시절인 2015년 강정호 당시 사외이사가 중국 고섬 구상조치 진행방안 의결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과반수 찬성에 따라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미래에셋증권에선 2013년 김정탁 당시 사외이사가 주요주주와의 거래 승인의 건에 반대 표를 던졌다. 김정탁 사외이사는 2012년에도 주요주주 등과의 거래 승인을 반대했었다. 이 때엔 다른 사외이사들 모두 해당 안건에 반대해 안건이 부결됐다.

삼성증권 이사회에선 사외이사들이 10년 넘게 반대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 이사회는 지난해 주요주주와의 거래 승인 관련 8개 안건과 대규모 내부거래 승인의 건 6개 등 49개 안건을 보고·가결했다.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 적정성 검토 및 최고경영자 후보군 관리의 건 △2016년 전사 내부통제시스템 평가 결과 보고 △회사채 발행 △2018년 파생결합증권·파생결합사채 발행한도 승인 및 일괄신고서 제출의 건 등이 잡음 없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사외이사의 반대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이 나온 유일한 대형 증권사다.

한국투자증권 호바트 리 엡스타인 이사와 김재환 이사는 작년 8월과 12월 송도 빌딩 담보대출·대출채권 매입 확약과 송도 빌딩 담보대출 승인의 건에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이들은 신용위험 등을 이유로 해당 2개 안건에 반대했다. 다만 나머지 2명이 안건에 찬성하면서 안건은 가결됐다.

NH투자증권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반대의견을 내진 않았지만 자료 보충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4개 안건에 대해 ‘보류’ 결정했다.

회계결산 및 감사업무 현황 보고의 건과 예산 관리현황 보고의 건, 베트남 현지법인 잔여지분 인수·증자 승인의 건, 2018년 경영계획 승인의 건 등은 최초 상정일에 사외이사 전원에 의해 보류 처리됐다. 보류된 안건들은 직후 회차 이사회에서 모두 가결됐다.

KB증권 사외이사들도 지난해 홍콩 현지법인 유상증자 승인에 대한 한 안건에 대해 전원 의결을 보류했다. 이 안건은 2회차 뒤 이사회에서 가결됐다.

이들 세 증권사 역시 2016년 이사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전무했지만 지난해 조금이나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 “사외이사 추천과정 투명화…이사회 규모 확대 필요”

이사회에서 몇 해 동안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된다는 건 비현실적인 현상이다. 사외이사들이 어떤 이유로든 소신 발언을 못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경우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주주뿐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다수의 금융계약자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친다고 경고한다.

증권사를 비롯해 금융권에 여전히 거수기 사외이사 관행이 만연한 건 우선 사외이사 추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밀접하다.

각 사외이사의 추천인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선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개연성이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사외이사를 하고 있는 사람 중에는 전문 지식이나 사외이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질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추천하는 사람이나 추천 받는 사람 모두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절한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됐더라도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가 철저히 검증하고 제목소리를 내면 거수기 사외이사를 거를 수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책연구본부장은 “국내에서 여전히 주주총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자는 주주총회 참석조차 여의치 않은 데다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기관투자자도 이해 상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기관이 주주총회에서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송 본부장은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 사외이사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은 여러 가지”라며 “외국의 경우 독립성은 기본이고 이사회 전체적인 전문성을 중시해 각분야 전문가를 모셔오는 데 공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규정이 생기면서 기업들이 이사회 자체를 축소한 탓에 국내 기업 이사회 규모는 평균적으로 매우 작다”며 “이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들을 모두 충족하려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법상 명시된 이사의 경영 책임을 사외이사에게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총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 사안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사에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외이사들은 아무 책임을 안 진다는 게 문제”라고 적시했다.

그는 “법원은 ‘고의가 없었다’는 등 이유로 사외이사에게 책임을 강하게 묻지 않고 사외이사들도 ‘몰랐다’면서 한발 물러난다”며 “관련 법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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