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느라' 가계 여윳돈 8년 만에 최저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지난해 가계의 순수 여유 자금이 8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부동산 시장 호황에 금융기관 예금 등 깨고 주택 구입에 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7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소규모 개인사업자 포함)의 순자금운용액은 5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순자금운용은 전년(69조9000억원) 대비 19조원 감소한 것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지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순자금운용은 가계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조달)을 뺀 금액이다. 한은 관계자는 "신규 주택 구입 확대 등으로 전년보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상당 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거용 건물 건설 투자액은 2016년 90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07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기관 대출 위주로 이뤄진 가계의 자금조달은 지난해 123조7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20조1000억원 줄었다. 자금조달 감소는 2012년 이래 처음이다.

특히 가계 자금조달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주로 구성된 장기차입금은 116조원에서 92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 때문에 주담대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로 주로 구성된 단기차입금은 26조4000억원에서 26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가계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은 174조6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39조1000억원 줄었다. 가계 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예치금은 9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대폭(15조9000억원) 감소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잔액은 1687조3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120조7000억원 늘었다. 금융자산은 277조2000억원 증가한 366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2.16배에서 2.17배로 소폭 상승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