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CT 플랫폼 혁신에 힘입어 기업과 금융회사 중심에서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경제·금융 활동이 변화할 것입니다.
기존 금융산업은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며 ICT 기술과의 융합으로 핀테크 산업 등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것입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지난 20일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융권과 자본시장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안 원장은 “자본시장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퀀트 기반 리서치, 크라우드 펀딩, 가상화폐(암호화폐) 인프라 등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진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한편 투자자보호가 다소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에 레그테크(RegTech)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금융보안 인프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무술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 경제전망 역시 궁금한 사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내년 경제 성장률로 3.0%를 제시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올해 성장을 주도한 설비투자(15%→3%)와 건설투자(8%→1.8%)가 내년 중에는 크게 둔화될 전망이지만, 글로벌 경제의 동반 회복세에 따른 수출 확대(3.7%→4.5%)와 함께 민간소비(2.4%→2.6%)의 완만한 회복세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같이 실물경기의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 여지가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내년 중 한차례 정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미 시장에서 이러한 정책경로를 선반영하고 있는데다 최근 시장금리가 2018년중 10년물 예상범위 2.3~2.7%로 대체로 국내 기초경제여건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하반기 변수가 존재하고 올해보다는 못하지만 내년 주식시장 역시 활황을 이어갈 거라고 보고 있다.
◇ 코스닥 활성화 중장기 시각 필요
올해 삼성전자 주가상승도 자사주 매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상장기업 중에서 최근 4개 분기 합산 적자기업이 30%나 된다. 특정 종목 쏠림 현상 역시 주식시장이 걱정해야할 부분이다.
“내년에도 반도체가 좋고, 주가지수가 오른다 해도 대부분의 주식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주가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로 편승하다가는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결국 경제 전체든 개별기업으로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혁신성장이 그러한 맥락인데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며, 코스닥시장의 레벨을 단기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기대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역시 뜨거운 이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올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내년 연준이 점도표에 제시된 대로 3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미국 금리가 상승할 경우 국내 금리가 이에 동조화돼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우리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국채금리는 내년에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충분히 선반영 했다”며 “따라서 내년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미국 금리는 올해 고점을 크게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과 이로 인한 국내 금리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한·미간 기준금리의 역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자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다.
안 원장은 “통화정책은 각국의 경제여건을 반영해 결정된다”며 “한·미 경제여건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재정건전성 및 국채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가 역전된다고 해 본격적인 외자유출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주요국에서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에는 저금리 기조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는 미래기대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것이기에 국채금리는 할인율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저금리 기조로 할인율이 낮아진 점이 주가가 오르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내년 한국과 미국 모두 장기채권금리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세적인 금리상승과 이로 인한 주가하락의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구조개선 작업 필요
그는 문재인 정부의 중요 화두인 가계 부채 역시 명쾌하게 답변했다.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위해 소득 대비 부채규모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요구됩니다.
먼저 부채의 규모와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부동산담보대출의 급증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생계형대출을 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담보대출 증가를 과도하게 억제하면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제한될 우려도 있습니다.”
안 원장은 부채규모 증가세 억제와 동시에 부채의 구조를 개선시키는 작업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채원금의 분할상환 촉진은 그 취지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위축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만기가 비교적 짧은 원리금분할상환 대출의 만기를 지금보다 길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제2의 안심전환대출 도입을 검토해 볼 수도 있다”며 “이제 단기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상승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대출로 전환시키는 작업에도 더 큰 정책적 노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대부분의 고정금리대출이 5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대출이다.
그 결과 순수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2016년 6월말 기준 약 4.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정금리대출은 만기까지 원리금을 균등분할방식으로 상환해야 하므로 대출초기에 상환부담이 크다. 이로 인해 차주들이 고정금리대출을 피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고정금리대출의 원리금 상각구조를 조정해 대출초기 차주의 부담을 경감시켜 줘야 한다.
안 원장은 “대출금리에 상한이 있는 소위 캡(Cap)대출 도입을 통해 취약가계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며 “신용정책 측면에서는 가계부채의 총액증대에 큰 부담을 느껴 너무 짧은 시간에 이를 줄이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너무 급격한 신용공급 축소는 경기의 장기적 둔화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증권사, 골드만삭스·찰스슈왑 사례 참고해야
대형 증권사 인센티브인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그는 “초대형 IB는 벤처, 중소기업에게 모험자본을 공급함으로써 혁신 성장을 돕는 것이 목표”며 “과거 국내 증권회사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도 작고 규제도 다소 엄격해 모험자본을 원활히 공급하지 못했기에 정부의 초대형 IB육성 정책은 긍정적이며 시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조만간 여타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 또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발행어음과 IMA 비니지스의 경우 고객 상품의 만기는 짧고 운용자산의 만기는 길기 때문에 만기 미스매칭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 등으로 수익성 악화 현상 역시 중요한 화두다.
과거 국내 증권회사들의 수수료 중개 수익과 채권매매 수익은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하는 등 수수료 중개 부문과 채권매매 부문의 수익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증권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중개 수입은 빠르게 줄고 있으며, 금리 상승기를 맞이해 채권 부문에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안 원장은 “자산관리 부문과 IB 부분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데 ICT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골드만삭스와 찰스슈왑의 사업 전략을 참고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애주기 맞춤형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퀀트 기반의 리서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자산관리 부문과 IB 부분의 수익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에 대해서도 코스닥 활성화는 단순히 특정 거래 시장의 발전이 아니라 혁신 기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혁신 기업의 각 성장 단계별로 모험자본의 공급·중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장외시장, 코넥스, 코스닥을 아우르는 생태계의 유기적 조성과 역할 제고가 필요하다. 즉, 공적 시장과 사적 시장을 포함한 거래 인프라의 효율성 제고로 방향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는 견해다.
그는 “최근 주식 시장이 코스피 IT 등 대형주 쏠림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효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기관투자자의 투자 비중이 시가총액 대비 낮았던 시장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수단이 마련되고 시장 신뢰도가 높아진다면 쏠림 현상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학 력 >
- 1982~1988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 학사
- 1988~1990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 재무론 석사
- 1991~1996 美 뉴욕대학교 경영학 박사
< 경 력 >
- 1996~2002 美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 2000~2001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 2002~2004 美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 2004~2007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
- 2007~2008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2008~2009 스코틀랜드왕립은행 퀀트전략본부장
- 2009~2016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2016.4~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