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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갑질⑤] 가려진 ‘을의 갑질’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기사입력 : 2017-10-09 17:27

올해 상반기 ‘갑질’ 몸살을 앓은 대한민국. 어제 오늘일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매번 되풀이되는 이유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미 지나버린 갑질을 되짚어보며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되짚어보는 갑질⑤] 가려진 ‘을의 갑질’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살면서 언제나 ‘을’이라는 생각밖에 못했었는데 잠적한 아르바이트생의 태도를 보고나니 계약서상에는 내가 ‘갑’이고 그 학생이 ‘을’이었다. ‘갑질’은 갑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 아닌가. 단어의 뜻과 너무나 다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더라”(편의점 점주 A씨)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지난달 구인난에 시달려야 했다.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생이 출근 이튿날부터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 임시방편으로 대학생인 자녀에게 가게를 맡기던 중 잠적한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루치 알바비를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명 한마디 없는 태도에 기가 찼지만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울며겨자먹기로 입금해줄 수밖에 없었다.

A씨의 말처럼 ‘갑질’이라는 단어에는 계약서상 재화나 용역을 신청하는 ‘갑(甲)’의 불공정한 행위를 비판하는 뜻이 내포돼있다. 반대로 재화와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는 ‘을(乙)’을 보호하기 위한 뜻으로도 사용된다.

최근 불거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불공정 행위도 이 때문에 ‘갑질’로 불린다. 그러나 ‘을’로 대변되는 위치에서도 ‘갑질’은 존재한다. 이는 A씨의 경우처럼 을이 갑에게 ‘갑질’을 하는 ‘역갑질’로 나타난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대표적인 역갑질은 ‘망원동 맥도날드’ 사례다.

지난해 11월 한국맥도날드는 가맹계약을 맺고 2011년 10월부터 10년 동안 망원점을 운영하기로 했던 가맹점주 B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 때문에 망원점은 12월 초부터 문을 닫았고 아르바이트생 등 69명은 임금 1억 6000여만원을 받지 못한 채 한순간 일자리를 잃게 됐다.

맥도날드 측은 B씨가 본사에 지급해야하는 서비스료 등에 대한 지급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씨는 임금을 체불한 채 맥도날드 본사의 ‘갑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가게 인근 합정역에 맥도날드 직영점이 오픈해 영업에 피해를 입었고, 임금을 지급하기 못 한 이유는 본사에서 본인의 사업 계좌를 가압류했기 때문이라는 게 가맹점주 B씨의 주장이다. 공방이 길어지면서 맥도날드의 ‘임금체불’로 논란이 번지자 고용노동부의 중재로 본사는 압류계좌 해지에 동의했고, 체불임금은 전액 청산됐다.

그러나 실제 맥도날드 망원점의 매출은 2012년 34억 8000만원에서 인근 직영점이 오픈한 뒤인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약 36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건은 본사의 ‘갑질’에서 가맹점의 ‘역갑질’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맥도날드는 B씨를 상대로 밀린 가맹수수료와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 등 13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달 재판부는 1심에서 계약 해지 책임이 B씨에게 있다고 인정하고 맥도날드에 7억여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 식품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의 경우 가맹본부가 대표적인 갑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을의 갑질’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어렵다”며 “계약서상 가맹본부의 도의적 책임이 앞서야겠지만 본부의 고충도 존재한다는 점도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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