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 대형사가 보험료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자동차보험 시장은 하반기에도 상위사 과점 체제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26일 내달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개인용은 1.5%, 업무용은 1.6%로 각각 다음달 21일, 26일부터 책임개시되는 계약부터다. 동부화재와 현대해상도 17일과 21일 각각 보험료 인하를 발표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2월 31일 개인용 2.7%, 업무용 1.6%를 인하한 것에 이어 추가로 1.6% 보험료를 더 내렸다.
손보사들의 이번 보험료 줄인하는 손해율 감소에 따른 손익개선 효과와 향후 손해율 개선 추이 등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개 자동차보험의 손익 기준으로 보는 적정손해율은 77~78% 가량으로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합산비율이 100% 이내면 흑자다.
삼성화재는 2015년 103.1%에서 지난해 99.7%, 올해 1~4월 94.5%의 합산비율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2015년 111.2%, 지난해 102.9%로 다소 높았으나 올해 1~4월 97.8%로 선방했다.
동부화재는 작년 102.8%에서 올해 96.5%까지 합산비율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상위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보험료 인하를 결정한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03.5%에서 올해 상반기 99.9%를 기록해 겨우 손해를 면했으나 개선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소사의 경우 대형사보다 높은 손해율을 기록했다. △MG손보 79.3% △AXA손보 83.7% △더케이손보 86.0% △롯데손보 89.4% △흥국화재 93.1% 등이다. 합산비율 역시 다소 높은 수준이다. 악사손보와 더케이손보가 각각 98.6%와 91.4%로 양호하지만 흥국화재 102.9%, 롯데손보 101.7%, MG손보 104.2% 등 여전히 적자다.
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완화에 대해 지난해 금융당국이 추진한 자동차 수리·렌트 관행 개선과 더불어 기상호조로 교통사고 발생률이 떨어진 효과를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중소사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형사와는 달리 가입 모수 자체가 적어 손해율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량고객율이 적은 것도 손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보험은 전국을 다 커버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망이 촘촘한 대형사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다. 고객들에게 대형사 선호 현상이 일어나면서 중소사에는 사고 이력 등으로 대형사에 가입하지 못한 '거절체' 고객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완화된 보험사들이 잇따라 보험료를 인하하면서 앞으로 자동차보험 시장은 대형사들의 과점 체제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모양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등 상위 4개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2015년 77.2% 2016년 79%에 이어 올해 1분기 80.2%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하에 소극적이던 대형사들이 잇따라 가격을 내리면서 중소형 보험사들의 메리트가 줄어들고 있다"며 "틈새 시장을 찾거나 극단적으로 아예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발을 빼는 보험사들도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