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란 상호작용을 하는 물리량의 최소단위다. 물질을 분자, 원자, 소립자로 쪼갤 때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최소단위가 양자이며,이러한 미시세계에서 관찰되는 특이한 현상들을 양자현상이라 한다.
양자현상에는 어떤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 여러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중첩, 중첩된 양자상태는 복제가 안 된다는 복제불가능성, 아무리 멀리 떨어진 두 양자상태라도 강한 상관관계를 만들 수 있는 얽힘 등이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이러한 양자적 특성(복제불가, 양자중첩 등)을 이용하여 송신자와 수신자간에 암호키를 안전하게 생성하고, 양자암호키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전송구간에서는 현존 어떤 해킹 기술로도 뚫을 수 없는 통신 보안 체계로 알려져 있다.
양자난수생성기로 만든 난수를 암호로 활용하면, 아무리 연산이 빠른 슈퍼컴퓨터라도 쉽게 암호를 풀어낼 수 없다. 해킹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이다. 양자 난수의 뛰어난 보안성을 인지한 해외 각국들이 양자난수생성기를 개발하며, 군사 등 특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양자난수생성기는 사이즈가 크고 가격대도 높아 일반 대중제품에는 탑재할 수 없었다. 이번에 SK텔레콤이 5x5mm의 초소형 칩 형태로 개발해내며, 자율주행차·스마트폰·드론 등 다양한 IoT 제품에 양자난수생성기를 손쉽게 탑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IoT 제품의 통신을 양자 난수로 암호화해, 보안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작아…IoT 보안 해결
현재의 암호체계는 유사 난수를 활용한다. 유사 난수란 무작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숫자를 의미한다. 패턴을 읽어내는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기존 암호체계의 해킹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에 반해 양자난수생성기로 만들어지는 난수(Random Number)는 패턴이 없는 불규칙한 숫자다. 이를 이용하면 보다 안전한 암호를 만들 수 있다. 금융 서비스를 위해 사용 중인 OTP, 공인인증서 등이 기존 암호체계를 활용 중인 대표 사례이며, 양자 난수가 적용되면 보안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이는 IoT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용 드론과 같은 중요한 IoT 제품은 통신 인증을 위해 자신의 고유값을 기지국에 알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 고유값이 외부에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암호화해서 보낸다. 패턴이 있는 난수를 이용해 암호화하면, 해커가 이 약점을 찾아 고유값을 탈취할 수 있다. 만약 IoT기기가 자율주행차라면 위험성은 훨씬 커진다.
그러나 암호화를 위해 양자 난수를 활용하면, 해커가 난수를 탈취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처럼 뛰어난 보안 능력에도 불구하고 양자난수생성기가 대량으로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크기와 가격 때문이다. 대부분의 양자난수생성기가 신용카드보다 크며, 가격대도 수백~수천 달러 수준이다.
이번에 SK텔레콤이 개발한 초소형 비메모리 반도체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는 손톱 보다 작은 크기다. SK텔레콤은 양자난수생성기가 자율주행차·스마트폰 등 다양한 IoT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가격도 수 달러 수준으로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또한, SK텔레콤은 USB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반도체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탑재를 해야 하지만, USB 형태는 이미 상용화된 제품에 연결해 양자 난수를 생성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IoT는 양자난수생성기, 광통신은 양자암호통신 시스템
SK텔레콤은 복수의 보안 업체와 손잡고 양자난수생성 칩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보안이 필수인 자율주행차 등에서 양자난수생성기의 활용도가 높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의 해외 광통신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양자암호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용 중계장치를 개발하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서는 노키아와 양자암호기술 기반의 ‘퀀텀 전송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차세대 광전송 장비에 양자암호기술을 탑재하기로 했다.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 전망도 밝다. Market Research Media에 따르면,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2025년 약 1조 4000억 원,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6조 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Collaboration
양자암호통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잡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SK텔레콤은 중소기업과 함께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거대한 변화(Deep Change)’를 선도해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13년 미래부와 함께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 설립을 주도했다. 조합은 총 15개의 회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12곳이 중소기업이다. SK텔레콤은 12곳의 중소기업과 지난 4년 간 한국産 양자암호통신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매진해왔다.
SK텔레콤은 중소기업인 ‘우리로’와 단일광자검출 핵심소자를 2013년부터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우리넷’ ‘코위버’ ‘쏠리드’ ‘에치에프알’ 등과는 국산암호 알고리즘이 탑재된 양자암호통신 전송 장비도 함께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SK텔레콤 분당 사옥에 개소한 양자암호통신 국가시험망에서 양자암호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용 중계장치를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해, 미래부 과제 주요 실적으로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결실을 맺었다.
SK텔레콤과 함께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넷 김광수닫기

박진효 SK텔레콤 Network기술원장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을 예측했고, 이런 중요한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암호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믿었기에 양자암호 기술개발에 집중했다”며, “향후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양자암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