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종류별 우발채무 보증 규모/ 자료=한국은행
지난 22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운용하는 증권회사의 경영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현재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규모가 큰 증권사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281%, 하이투자증권이 132%, 교보증권 126%, IBK투자증권 118%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시장금리 하락기인 2013~2016년간 증권사의 우발채무 보증은 공급과 수요측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공급측 요인에선 증권사는 수수료수익 감소에 대응하여 위험부담은 크지만 고수익원인 우발채무 보증을 확대했다. 전체 수수료수익 중 주식거래 등 수탁수수료 비중은 2013년말 59.4%에서 2016년말 49.3%로 10.1%포인트 낮아진 반면, 보증수수료 비중은 9.6%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수년간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주된 신용보증사가 건설사에서 증권회사로 이동했다. 또한 2013년 5월 만기 1년 이상 기업어음(CP)발행에 대한 증권신고서 제출 공시규제가 강화되면서 만기 1년 미만 단기차환 성격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이 늘었다.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보증 규모는 2013년말 12조5000억원에서 2016년말 24조6000억원으로 96.8%나 증가했다. 일부 증권사는 2016년말 자산대비 우발채무 보증 비중이 최대 34.6%에 달했다.
증권사의 우발채무 보증을 종류별로 보면 수수료율이 높은 반면 채무부담이 큰 신용공여 보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우발채무 보증 대비 신용공여 보증 비중이 2013년말 54.6%에서 2016년말에는 72.7%로 크게 증가한 반면 유동성공여(매입보장) 보증 비중은 같은 기간 45.4%에서 27.3%로 급감했다.
보증대상의 기초자산별로 보면 부동산 경기 둔화 시 부실위험이 큰 PF-ABCP보증이 2016년말 현재 13조7000억원으로 전체 우발채무 보증 24조6000억원의 절반을 넘고 있다. PF-ABCP는 보증구조상 기초자산의 만기가 길어 차환발행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내외 여건 악화 시 증권회사의 채무부담 리스크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우발채무가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부동산 경기위축 등을 통해 증권회사의 채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관계자는 “부동산거래가 위축되면 미분양에 따른 건설사의 유동성 악화돼 PF-ABCP 차환발행이 안 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증권회사의 채무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중소형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회사가 양호한 손실흡수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적적이며 우발채무 부담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보증 비율은 신용평가 적정성기준(100%)을 하회하고 있다.
이화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PF 규모자체는 줄었지만 6.19 부동산 대책으로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본격적인 물량 부담이 일어나는 것은 내년으로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 증권사의 부담은 늘어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